▲ 2025년 9월 23일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화성 아리셀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15년 형량은 너무 적다"며 "항소심에서 죗값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성호
본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과정에 입법기관으로 참여했던 당사자로서, 본 사건에 관하여 재판부께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 등을 깊이 통찰하여 명철한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탄원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고질병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온 산업재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이뤄진 국가적 결단입니다.
본 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사고 시마다 현장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가진 경영 책임자를 면책해 온 사법 관행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법 관행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제하에, 유가족들의 국민동의청원으로 입법 운동이 시작된 후 국회 내부의 치열한 논의 끝에 2021년 기존의 처벌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하는 내용으로 본 법안이 의결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주체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고, 나아가 이를 위반하여 치사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요구합니다.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엄격한 형사 처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러한 입법자의 선택은, 그 선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고질병으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충격요법'을 불사하겠다는 명확한 입법 의지의 표현으로서 사법기관에 의해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탄원인은 아리셀 원심판결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원심은 안전조치 의무를 문언에만 매여 극도로 좁게 해석함으로써 주요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사고 후 이루어진 합의만을 결정적 감경 사유로 삼아 제1심의 양형을 현저히 감경하였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반하는 기존 사법 관행의 답습에 불과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엄격한 형사 처벌'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의 사법 관행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입법자의 평가, 즉 안전에 관한 법적 의무가 현장의 실질적 위험을 외면한 채 가장 좁고 보수적으로 해석되고 있고, 그 결과 '사후적 합의와 배상'의 비용이 '사전적 예방과 안전 투자'의 비용보다 낮게 책정되어 후자에 자본 투입이 유도될 수 없는 비용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사법 관행을 파기하고 위 비용 구조를 역전시키는 데 전략적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기존의 좁고 보수적인 해석을 답습하여 위 비용 구조를 재생산한다면 이는 본 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스물세 명의 소중한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이번 비극 앞에서 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올바른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나아가 향후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도모될 법적·사회적 기준을 정립하는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재판부께서 이상과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 그 안에 담긴 사회적 합의의 무게를 엄중히 헤아려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본 법이 제정 목적대로 제대로 작동하여 우리 사회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정의롭고 명쾌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탄원합니다.
2026. 9. 2.
전 (21대) 국회의원
변호사 이탄희

▲ 2021년 5월 13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국회 소통관에서 개정안 발의 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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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스물세 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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