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에 있는 '시니어자원순환단' 작업장에서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이 선별·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물러간 줄 알았던 더위가 다시 온 지난 14일 오전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에 있는 작업장을 찾았다. 마스크를 쓴 채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어르신들이 손수 분류하고 세척하느라 손길이 바빴다. 순창군 11개 읍·면을 주 1~2회 돌며 투명 페트병 등을 수거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뒤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
성과도 눈에 띈다. 시니어자원순환단으로 들어오는 폐플라스틱은 하루 평균 50킬로그램(kg)에 달한다. 2024년 약 59만 개(7164kg)에서 2025년 약 264만 개(30만 1657kg), 2026년 7월 기준 약 162만 개(2만 4381kg)로 3년간 수거한 양만 60톤, 개수로는 500만 개가 넘는다. 누적 탄소 배출 저감량은 18만 4163kgCO₂eq로, 나무 2만 7903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환경 보호 효과다.
이곳의 자원순환에는 원칙도 있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태우는 업체에는 보내지 않는다. 선별·세척된 폐플라스틱 중 분쇄된 것은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로 보내져 의류용 실로 재탄생하고, 미분쇄 페트병은 재활용 전문 기업 '슈퍼빈'을 통해 98% 이상 생수병 등으로 재순환된다. 함께 수거된 폐현수막은 마대자루나 에코백 등으로 제작돼 다시 쓰인다.

▲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에 있는 '시니어자원순환단' 작업장에서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이 선별·세척된 폐페트병을 분쇄기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이호 순창시니어클럽 관장은 "소각 시 발생하는 2차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재활용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수입 창출이 불가능한 공익·역량형 사업의 특성에 따라 폐플라스틱 판매 수익금 전액은 관내 취약계층에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첫해 300만 원(2024년 331만 원)이던 기부금이 지난해 1259만 원으로 늘었고 올해 목표는 1400만 원"이라며 "어르신들이 '내가 하나 더 모으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보람을 느끼며 자녀들이 집에 올 때 선물보다 페트병을 한가득 실어오는 게 더 기분 좋다고 말씀하실 정도"라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한 어르신은 "이 일자리를 시작하니까 용돈도 되고 보람이 자꾸 생긴다"고 했다. 이어 "특히 환경을 지키지 않나. 썩는 데 몇십 년 걸리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얼마나 국가적으로 큰 이득이냐. 환경을 지키며 용돈도 벌어 손주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가장 보람 있다"며 웃어 보였다.
6단계 세척 '청춘드림워싱'... 일회용품 제로 도전과 전문성 확보

▲ '청춘드림워싱' 사업장에서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이 다회용 식기를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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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찾은 곳은 '청춘드림워싱' 사업장이다. 올해 6월 준공된 이곳에서는 공동체사업단과 노인역량활용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 10명이 다회용기 대여·세척을 통해 지역 내 일회용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애벌세척을 시작으로 60도 이상 온수 초음파 세척, 고온고압 살균세척, 열풍고온소독, 오염도 검사, 검수·포장 등 6단계의 꼼꼼한 과정을 거쳐 용기를 관리한다. 오는 9월부터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으며, 관내 카페 30여 곳과 장례식장 3곳, 각종 지역 행사에 2만 7000여 개의 다회용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최종 목표는 순창에 있는 커피숍에서 일회용 컵이 많이 쓰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보다는 한 50% 정도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게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회용품 쓰레기 처리·수거·매립 비용과 일자리 참여 비용까지 다 포함해서 1년에 3억 원 정도의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어르신들이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순창시니어클럽은 어르신들을 무작정 투입하는 대신, 사업 착수 전 4~10주간 '다회용기 세척 전문 자격 과정' 교육을 이수하게 해 민간 자격을 취득하도록 돕고 있다. 전문성과 자부심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구상이다.
통합돌봄 연계 및 기본소득 복지 모델... 농촌 복지의 미래 제시

▲ 순창군의 노인일자리 '청춘드림워싱'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순창다회용기세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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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 노인일자리의 또 다른 경쟁력은 군의 '통합돌봄' 사업과의 긴밀한 결합이다. 건강장수과에서 두 업무를 함께 총괄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읍내에서 35km 이상 떨어진 오지 마을 홀몸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영양 도시락 사업'과 대도시 병원 방문 시 보호자 역할을 해주는 '병원 동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어르신들이 노노케어(老老Care) 방식으로 직접 돌봄의 주체로 나서며 복지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고 있다.
노인일자리가 어르신의 소득을 보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필요한 환경·돌봄 서비스 인력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한 어르신은 "이 일이 엄청 재미있고 건강해졌다"며 "운동도 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체 인구 2만 7000여 명의 순창군은 매월 15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 연간 12만 원의 이·미용비 지원 등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농촌 지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입 인구가 늘고 노인일자리 대기 수요가 지속되는 등 전국 지자체 노인 복지 사업의 대표 우수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 '청춘드림워싱' 사업장에서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이 다회용 식기를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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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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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억 쓰레기 대란 빠진 순창, 뜻밖의 해결사는 '어르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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