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나무/ 김희경(1956~),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조각가. 한지를 활용한 조각과 부조 작업으로 생명의 에너지와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
문운주
관람은 1층 개방 수장고의 조각 작품에서 시작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과 형태를 살펴본다. 짐 다인의 <색채의 전율>은 사람의 몸을 닮은 형상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이 뒤섞여 있다. 얼굴도 팔도 없지만 여러 색이 어우러지면서 사람의 몸이 움직이는 듯 보인다.
김희경의 <영혼의 나무>는 금속 선과 판이 나뭇가지처럼 얽혀 있다. 작품 아래로 생긴 그림자도 또 하나의 나무처럼 보인다. <비상>은 두 날개를 힘껏 펼치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다.
김복진의 <미륵불> 앞에서는 익숙한 불상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복진(1901~1940)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한국 근대 조각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일본 도쿄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한 뒤 작품 활동과 미술 교육, 비평을 이어갔으며 독립 운동에도 참여했다. 보은 법주사 미륵대불의 원형을 제작한 조각가이기도 하다.
1층 개방 수장고에는 조각 작품이 연대와 재료에 따라 배치돼 있다. 1930년대부터 시대를 따라 걸으며 조각의 변화도 함께 살펴본다. 돌과 청동에서 철, 합성수지, 플라스틱으로 재료가 넓어지고 작품의 형태도 달라진다. 한 공간에서 한국 근현대 조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빛의 화가' 방혜자 기획 전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기획전시실로 올랐다. 수장고에서 보관되던 작품들이 전시장에서는 조명을 받으며 관람객과 만난다. 작품을 '보관하는 곳'에서 '보여주는 곳'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가니 미술관이 하는 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빛이 화면을 채운다. 방혜자의 그림은 구체적인 형태보다 빛을 보여준다. 작품 앞에 서서 색의 번짐과 겹침을 바라보다 보면 빛이 생명처럼 움직이는 듯하다. 한 점씩 따라가며 작가가 평생 붙잡았던 '빛'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방혜자(1937~2022)는 평생 빛을 화폭에 담아온 화가다.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60여 년 동안 빛과 생명, 우주를 주제로 작업했다. 빛을 단순히 밝고 어두운 색으로 표현하지 않고, 생명과 희망을 전하는 자신만의 회화 세계로 만들었다. 그는 '빛의 화가'로 불린다.

▲하늘의 토지 방혜자 2008년 제작 /부직포에 천연 안료
문운주
전시장 한쪽에 커다란 타원형 작품이 시선을 붙든다. 방혜자의 2008년 작품 <하늘의 토지>다. 짙은 푸른빛 아래 연두와 황톳빛이 겹겹이 번지고, 화면 중앙에는 여명이 밝아오듯 빛이 스며든다. 하늘과 땅의 경계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주에 떠 있는 하나의 행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박경리의 소설 <토지>가 떠오른다. 두 사람이 생전에 교류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작품을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진다. 박경리가 글로 인간과 땅, 생명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방혜자는 빛과 색으로 그 세계를 하늘과 우주까지 넓혀간다. 땅에서 시작된 생명의 이야기가 빛을 따라 하늘로 이어지는 듯하다.

▲부활의 노래 11972년 제작/ 템페라,닥지
문운주
<부활의 노래> 앞에 서자 한가운데 붉은 빛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태양 같기도 하고 이제 막 싹을 틔우는 생명의 씨앗 같기도 하다. 닥지를 찢고 겹쳐 만든 거친 화면 위로 선들이 가지처럼 뻗어나간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부활'이라는 말이 죽음 뒤의 삶이 아니라 어둠을 뚫고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힘처럼 다가온다.
방혜자는 닥지를 구겼다가 펼친 뒤 앞뒤에 여러 차례 색을 입혔다. 종이에 스며든 색이 겹치면서 화면에서는 은은한 빛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물감을 칠했다기보다 종이 속에 빛을 담아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조각 작품 제작에 앞서 형태와 구성, 색채 등을 구상한 작가의 스케치가 눈길을 끈다. 실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하나의 작품은 수많은 구상과 수정,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6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색과 표현은 달라도 그 안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빛'이다. 그 빛의 여운을 안고 다음 전시실로 향한다. 이번에는 '앙리마티스와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공유하기
폭염에 떠나는 미술관 여행, '빛'을 만났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