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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맛 돋는 여름 반찬, '주연' 갈치보다 많이 넣는 것

    모기장 안에서 영화 보고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잠들기... 이웃께 받은 선물로 영양 보충도 합니다

    등록 2026.08.10 14:04수정 2026.08.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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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봄부터 오도이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후,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골 쉼터 '느루뜰'로 향합니다. 이 글은 시골 쉼터에서 '사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시골이라고 폭염이 비껴갈 리 없다. 그래도 느루뜰에 오면 한결 낫다. 가만히 있어도 머리 밑에 땀이 차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는 요즘. 창이란 창을 모두 활짝 열어두어도 아파트는 갑갑하다.

    해가 진 뒤 느루뜰에 도착했다.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이 "어서 오세요" 하며 머리카락을 스쳤다. 더위로 답답했던 마음도 이곳에선 실타래 풀리듯 풀어진다. 느루뜰은 마을의 맨 꼭대기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시야가 180도로 열리고, 사방으로 펼쳐지는 초록 풍경을 바라보면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새 숨결이 수혈 되는 느낌이 든다 .


    시원하게 잠든 밤

    쉼터 현관문을 열었다. 방 안에 갇혀 있던 더운 열기가 후끈 몸에 닿았다. 집에서 가져온 짐을 던져두고 서둘러 창문을 열었다. 이 폭염에 10평 쉼터도 어지간히 힘들었을 것 같았다. 일주일 넘게 열기를 머금고 있었으니. 창으로 드나드는 바람에 쉼터도 참았던 숨을 급하게 몰아쉬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 후, 남편과 나는 밤 시간을 주로 발코니에서 보내고 있다. 어떤 날은 불을 모두 끈 채로 시골의 밤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어떤 날은 모기장 안에서 영화를 보았다. 폭염으로 실내가 달궈진 밤은 아예 밖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요가 매트와 접이식 간이 천소파를 발코니 바닥에 깔면 제법 그럴듯한 잠자리가 만들어진다.

    얇은 모기장 안에 누우면 포근해진다. 어린 날 대청마루에 큰 사각 모양의 모기장을 치고 온 가족이 잠들었던 그 여름밤이 떠오른다. 자다가 눈을 뜨면 까만 밤이 무서워 얼른 눈을 감았다가 실눈을 뜨고 엄마와 아버지가 곁에 잠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쉼터 발코니에 모기장을 치고 열애야 없이 잘 잤다.
    쉼터 발코니에 모기장을 치고 열애야 없이 잘 잤다. 이정미

    그 어린 날 이후로 모기장을 치고 야외에서 잠을 자는 일은 처음이다. 여기저기서 여름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풀벌레는 밤에도 안 자나 보네."
    "그러게. 왜 안 잘까."

    대답해 놓고도, 실은 풀벌레 소리가 있어 좋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적막할 것 같았다. 보이지 않지만 생명들이 살고 있다고 감각하는 편이 나를 안심시켰다.


    무더운 여름엔 어둠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보일러실 쪽 외부등만으로 빛을 최소화하여 잠이 들 때까지 우리는 영화를 보고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한다. 대화가 끊어졌다가 이어졌다가, 드문드문 풀벌레 소리를 듣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아, 내가 밖에서 잘 잤구나' 하며 놀라기도 했다. 겁쟁이인 내가, 그 허술하고 얇은 모기장에 기대어 무방비로 노출되어 평화롭게 잠들다니, 과거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덧붙이자면 남편은 나를 세상 안 무서운 게 없는, '상겁쟁이'라고 놀린다).

    열대야도 에어컨도 없이 시원하게 잘 잤다. 아니 새벽에는 쌀쌀해서 이불을 덮었다. 시골에 텃밭과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장점이 많다. 도시의 아파트가 시들해질 즈음 주말을 시골에서 보내고 나면 시들했던 그 아파트가 넓고 편안해서 새 마음으로 좋아지는 거다. 머무는 두 곳의 장점이 쏙쏙 부각되는 이 점이 나는 마음에 든다.

    입맛 달아나는 여름, 갈치조림을 만들다

    "작년부터 너무너무 안 잡히다가, 배 공짜로 얻어 타고 갔다가 대박 나서리... 시골 오시면 연락주세요. 갖다 드릴게요."

    느루뜰 쉼터를 지어주신 여사장님이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쉼터를 제작하시는 사장님 부부는 낚시가 취미이다. 남자 사장님은 말씀이 적지만 속이 깊고 다정한 마음을 갖고 계신다.

    지난해에도 사장님 부부 덕분에 갈치, 삼치, 문어를 맛있게 먹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까지 낚시를 하다 보면 건축 일로 쌓인 스트레스와 고됨이 싹 날아가 버린다고 하셨다. 그렇게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손수 손질해서 이웃 어르신들에게 나눠 주신다. 그게 그렇게 즐겁다고 하셨다. 늘 경쾌한 웃음으로 반겨주시고 우리까지 생선을 챙겨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우리는 소문난 빵집에서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쑥 단팥빵, 무화과 깜바뉴를 사서 방문했다.

    "생물일 때 잡수면 더 맛있는데..."

    손질하여 냉동실에 잘 보관해 둔 우리 몫의 갈치를 꺼내며 여사장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아니에요. 생물이 아니어도 최고로 맛있어요. 작년에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몰라요" 하며 우리의 늦은 방문에 대한 죄송함과 감사함을 전했다.

    입맛이 달아나는 여름엔 의도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이왕 싱싱한 갈치도 공수했겠다 오랜만에 갈치조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더운 여름에 구이는 기름도 튀고 비린내도 많이 나서 개인적으로 조림을 선호한다. 게다가 조림에는 좋아하는 채소를 듬뿍 넣어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쉼터를 제작한 사장님 내외분이 낚시한 갈치로 만든 갈치조림. 여름에는 의도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쉼터를 제작한 사장님 내외분이 낚시한 갈치로 만든 갈치조림. 여름에는 의도적으로 잘 먹어야 한다. 이정미

    사장님이 주신 갈치를 네 토막 꺼내서 물로 살살 헹궈 프라이팬에 담았다. 느루뜰표 당근, 양파, 단호박과 마트에 들러 산 표고버섯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한 갈치 위에 얹었다. 나는 생선보다 조림 안의 채소를 골라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인공보다 조연인 채소를 더 많이 넣는다.

    맛간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조금, 물을 약간 더해 양념장을 만들고 준비된 재료 위에 골고루 뿌려주면 끝이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파를 넣고 뚜껑을 한 후 재료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하고 영양 가득한 여름 반찬이 뚝딱 만들어진다.

    낚시 갈치는 싱싱하고 살이 부드러웠다. 단호박도 달콤하고 표고버섯도 쫄깃하니 맛있었다.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고 갈치조림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더니, "다음에는 생물 갈치를 줄게요" 하셨다. 늘 좋은 것을 더 주고 싶어 하시는 사장님 마음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야외취침 #모기장 #갈치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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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 글쓰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타인과 연결되어 자신의 성장을 너머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며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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