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으로 하루종일 이동하면서 일하는 가전제품 설치수리 방문점검 노동자들에겐 차 안이 유일한 휴식공간일 것. 그러나 차내 온도는 찜통과 다를 바 없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특수고용 노동자인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에게는 폭염 속에서도 멈출 수 없는 노동이 일상이다. 정해진 급여도 없고 기본급도 없이 일한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일을 쉰다는 것은 곧 수입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위험하지만, 생계가 달린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폭염 시에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으며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면, 더 이상 목숨을 걸고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폭염 속에서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권리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사회가 반드시 마련해야 할 안전망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회사는 늘 고객의 편에 서 있다. A사의 경우 고객의 단순 클레임이 6번만 발생해도 업무해약으로 이어진다. 제품의 단순 불만인 경우에도 예외가 없다. B사 역시 위임계약서에 업무해약 사유와 '6대 과실'을 명시해 이에 해당되면 바로 계약이 종료된다. 결국 폭염 속에서 땀에 젖은 몸으로 감정노동까지 감당해야 하는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은 더위와 불안정한 고용 구조, 고객 클레임 압박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날씨가 아무리 위협적이어도 고객을 웃으며 방문해야 하고, 고객의 불만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서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의 현실은 이 시대 특수고용 노동자의 차별적 노동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웨이는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올해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에게 쿨토시와 포도당을 지급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급된 쿨토시는 냉감 효과가 떨어지고, 포도당도 10개 남짓에 불과했다. 지난해 정규직 설치서비스 노동자에게는 차량용 냉장고를 지급했지만, 같은 고객을 만나고 같은 회사의 일을 해도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같은 도로를 달리고, 같은 햇볕 아래 차량을 오르내리고, 같은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데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폭염 대책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SK, 청호, 쿠쿠 등의 가전제품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회사 차원의 폭염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명백한 기업의 책임 회피이며,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행위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이동노동자에 대한 폭염 대책이 언급되고 있지만, 매일 고객을 찾아 이동하고 작업하는 특수고용 방문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폭염은 고용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해서 덜 덥고 덜 위험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특수고용 방문노동자를 폭염 취약 노동자로 명확히 포함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회사는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 없는 폭염 대응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또한 폭염 시 충분한 휴식권 보장, 냉방 물품 지급, 휴게 공간 마련, 작업 조정 등 현장 노동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는 누군가에게 깨끗한 물과 편리한 생활을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뜨거운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더위에 쓰러지지 않을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 권리다.
폭염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이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곧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는 것이며,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특수고용 방문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이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폭염 속에서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권리,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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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폭염에도 비닐하우스로... 가전 방문점검원의 '찜질방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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