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담 맑고 깊은 소. 햇살이 수면에 내려앉자 에메랄드빛 물결이 신비로운 풍경을 만든다.
문운주
얼마 지나지 않아 선녀탕에 닿았다. 깊은 소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물속 자갈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햇빛이 수면 위에 내려앉을 때마다 물빛은 조금씩 표정을 바꿨다. 탐방객들은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물빛을 바라봤다. 계곡에는 맑은 물소리만 잔잔하게 흘렀다.
칠선계곡이라는 이름은 일곱 선녀가 이곳에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선녀탕과 옥녀탕, 비선담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생겨났다. 이 풍경 앞에서는 선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가장 아름다운 풍경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붙여왔기 때문이다.
다시 길을 나섰다. 계곡은 점점 깊어졌다. 숲은 더욱 짙어졌다. 거대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섰고,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을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다. 한낮인데도 계곡은 서늘했다. 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옥녀탕을 지나자 탐방객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람보다 숲이 더 크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자연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오래 바라볼수록 깊이를 더했다.
마침내 비선담에 닿았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깊고 푸른 소가 펼쳐졌다. 맑은 물은 바위를 감돌며 쉼 없이 흘러내린다. 절벽과 숲은 거울처럼 수면에 비쳤다. 비선담이라는 이름은 풍경이 먼저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한동안 바위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계곡을 바라봤다. 물은 수천 년 동안 같은 길을 흘렀다. 숲은 그 시간을 묵묵히 지켜왔다. 사람은 잠시 머물다 떠나지만 자연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폭염을 피해 찾아온 길이었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자연의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발걸음이 처음보다 느려졌다. 서둘러 내려가기보다 한 번이라도 더 계곡을 바라보게 됐다. 폭염을 피해 찾아온 길이었지만, 마음에 남은 것은 시원함만이 아니었다. 사람보다 자연이 먼저인 숲,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계곡, 그리고 그 안에 잠시 길을 내어준 지리산이었다.
여름이면 사람들은 시원한 계곡을 찾아 떠난다. 칠선계곡은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가 아니다. 원시의 숲을 만나고 자연 앞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는 곳이다. 계곡의 물소리와 짙은 숲의 향기는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문다.

▲칠선교 칠선계곡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
문운주

▲생명력 거대한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문운주

▲칠선계곡 흙 한 줌 없는 암반을 움켜쥔 나무뿌리
문운주

▲칠선계곡 수백 년 세월을 품은 이끼 바위
문운주
탐방코스
추성마을 → 칠선계곡 입구 → 두지동마을 → 칠선교 → 선녀탕 → 옥녀탕 → 비선담(원점 회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공유하기
폭염도 비껴갑니다... 한여름 최고의 자연 피서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