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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의 편지화에 담긴 세 가지 언어

    [대전 예술기행③] 대전시립미술관 '이중섭 특별전'에서 만난 회화·은지화·엽서화

    등록 2026.07.30 08:27수정 2026.07.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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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립미술관 1
    ▲대전시립미술관 1 문운주

    한빛탑 음악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를 뒤로하고 대전시립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지난 22일 오후 4시, 이곳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이중섭' 특별전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 첫날 현장을 찾으면서 뜻밖에도 이중섭의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자 대전시립미술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길게 뻗은 건물 위로 날개를 펼친 듯한 곡선 지붕이 이어진다. 묵직한 석재 외벽과 시원하게 열린 유리창이 어우러져 웅장하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준다.


    미술관 앞에는 넓은 수공간이 자리한다. 잔잔한 수면 위로 건물과 하늘이 한 폭의 그림처럼 비친다. 광장 곳곳에 놓인 야외 조각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관람객을 먼저 맞는다. 건축과 조각, 물빛과 하늘이 어우러져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개막식이 열리자 로비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미술관 관계자와 지역 예술인, 취재진,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의 시선은 이중섭의 작품을 향했다. 짧은 개막식이 끝나고 관람객들은 차례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전시는 연대순이 아니라 회화와 은지화, 엽서화, 편지화 등 매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회화, 살아남은 이미지들

    가족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을 화폭에 담은 이중섭의 작품
    ▲가족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을 화폭에 담은 이중섭의 작품 문운주

    이중섭의 그림에는 같은 이미지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가족과 아이, 소와 새.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전쟁과 가난, 이별 속에서도 잊지 않으려 했던 삶의 기억이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풍경이 아니라 삶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황소 거친 붓질로 완성한 이중섭의 '황소'.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과 강인한 의지를 담아낸 대표작이다.
    ▲황소 거친 붓질로 완성한 이중섭의 '황소'.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과 강인한 의지를 담아낸 대표작이다. 문운주

    황소 앞에 오래 발길이 멈춘다. 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머리와 굵은 붓질,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이 압도적이다. 금방이라도 울부짖을 듯 벌린 입에서는 거친 숨결마저 느껴진다. 황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삶을 버티며 가족을 지키려 했던 화가 자신의 모습이자, 어떤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한참을 바라보고 나니 황소가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삶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전해진다.

    은지화, 은지에 남은 것들


    부처 담뱃갑 은박지에 새긴 부처. 궁핍한 삶 속에서도 평안과 위안을 향한 이중섭의 마음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부처 담뱃갑 은박지에 새긴 부처. 궁핍한 삶 속에서도 평안과 위안을 향한 이중섭의 마음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문운주

    은지화 앞에 서면 먼저 그 재료가 눈에 들어온다. 변변한 화구를 마련하기 어려웠던 이중섭은 담뱃갑 속 은박지를 펴서 그림을 그렸다. 철필로 선을 새기고, 그 위에 물감을 바른 뒤 닦아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을 만들었다.

    가난 때문에 선택한 작은 은박지는 오히려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새로운 예술의 재료가 됐다. 그 안에는 아이와 가족, 동물과 새가 빼곡히 살아 있다. 궁핍한 삶의 흔적이면서도 끝내 놓지 않은 사랑과 희망의 기록이다.

    엽서화, 그림으로 보내는 엽서

    이중섭 엽서화 한 장 한 장이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전하는 마음의 편지다.
    ▲이중섭 엽서화 한 장 한 장이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전하는 마음의 편지다. 문운주

    작은 엽서 한 장이 눈길을 붙든다. 그것은 단순한 엽서가 아니었다. 일본에 머물던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내는 안부이자 사랑이었다. 글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을 그림으로 대신했다. 아이들의 웃음과 가족의 모습, 새와 꽃이 작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그림 속에 스며 있다. 엽서는 편지가 되고, 그림은 가족을 향한 따뜻한 인사가 된다.

    편지화, 사랑의 세 가지 언어

    편지화에는 세 가지 언어가 담겨 있다. 손으로 쓴 글, 붓으로 그린 그림, 그리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다. 전쟁과 이별로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을 편지와 그림으로 메웠다.

    한 장의 편지는 작품이 되었고, 작품은 가족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되었다. 편지화 앞에 서니 이중섭은 화가이기 전에 남편이었고, 두 아들의 아버지였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중섭은 평생 같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가족을 그리워한 화가였다.

    그림은 한 사람의 손에서 태어나지만, 누군가의 헌신으로 지켜지고 또 다른 누군가의 나눔으로 모두의 것이 된다. 간송 전형필이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 오늘까지 전했다면, 이건희는 소중한 작품들을 국민 곁으로 돌려보냈다.

    미술관을 나서며 하루를 돌아본다. 이응노미술관에서는 예술의 새로운 언어를 만났고, 한밭수목원에서는 자연의 여유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중섭의 그림은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예술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이번 대전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대전시립미술관 #이중섭 #이건희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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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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