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에 처음, '퇴고 지옥' 실감하며 만든 책

[책이 나왔습니다] 브런치 작가 26인과 함께 쓴 <우리가 만난 환승역>

등록 2026.07.27 10:25수정 2026.07.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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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인 데다 소심하기까지 하다. 브런치 작가 26인의 공저 <우리가 만난 환승역>(2026년 7월 출간)에 이름을 올렸지만, 함께한 다른 작가들의 글은 한 줄도 읽을 수 없었다. 다른 작가들의 글과 비교해 내 글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상 책이 출간된 뒤에도 부끄러운 마음에 남편과 아들 딸에게만 알렸을 뿐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뜬금없게도 <유퀴즈(유퀴즈온더블럭)> 방송 출연을 꿈꾸기 시작했다. 백세 시어머니를 모시는 예순여섯의 며느리가 이런 꿈을 꾸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한 일이다. 유명 작가도 아니고, 출간한 책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꿈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동료 작가들이 출간한 책을 홍보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권의 책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려 완성된다. 우리의 책 <우리가 만난 환승역>도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완성됐다. 한 편의 글이지만 어색하거나 틀린 부분은 없는지, 띄어쓰기와 쉼표, 마침표까지 확인하며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퇴고의 지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은 26명의 작가가 함께 만든 책이지만, 출간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브런치 글빵연구소를 이끄는 미야 작가님과 잇고 출판사 혜윰길 작가님의 노력이 있었다. 글빵연구소에는 문장의 결을 살피는 미야 작가님의 시선 아래 등단 작가부터 글쓰기 새내기까지 모여 마음의 온도와 문장의 리듬, 감정의 농도를 섞어 각자의 글을 빵 굽듯 정성껏 다듬어 갔다.

그렇게 글빵연구소 1기를 마무리하며 인생의 '환승'을 주제로 스물여섯 명이 치열하게 빚어낸 진솔한 문장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소심했던 나는 그 글빵연구소를 기웃거렸을 뿐 전면에 나서지도 못했다. 그러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용기를 내어 뒤늦게 합류했다.

책을 출간하기까지는 보통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침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인 혜윰길 작가님이 '잇고'라는 1인 출판사를 설립하면서 그곳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나와 너를 잇고, 우리와 우리를 잇고, 어제와 내일을 잇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잇고의 첫 번째 에세이 <우리가 만난 환승역>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출간한 책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이미지 사진입니다.
▲출간한 책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이미지 사진입니다. 박상희

그렇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책을 냈건만, 소심함 때문에 나서지 못했던 나는 이제야 오빠와 남동생에게 소식을 알리고, 카카오톡 프로필도 책 사진으로 바꿨다. 그 사진을 확인한 지인과 친지들의 축하 인사가 줄을 이었다.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뻔뻔하게 책 구매 링크까지 보내며, 이제는 내 책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더구나 내 글을 읽은 글벗과 지인, 가족들의 축하 글을 보며, 내가 그래도 조금은 잘 살아왔다는 증거인 것만 같아 뭉클했다.

"그녀에게 배움은 단순한 학업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먼저 떠받친 뒤에도 끝내 놓지 않은 자기 삶의 이름이다. 박상희 작가는 책임과 사랑을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준 사람이며, 가족과 관계를 대하는 태도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롤모델이라 부를 만하다."
- 브런치 작가 라이테

내가 어디에서 분에 넘치는, 선물과 같은 이런 글과 마주할 수 있을까. 아, 그래도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뜻이겠지. 그제야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동서들 역시 소심하게 꺼낸 나의 출간 소식에 늦게 알려준 것에 대해 오히려 서운해 했다. 며칠 뒤에는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형님 너무 멋져요.^^"라는 동서의 메시지를 받았다. 조카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읽었다는 소식도 전해왔다.


셋째 동서는 뜬금없이 "형님 사랑해요"라며 내 얼굴을 저녁노을보다 더 붉게 만들었다. 나의 글쓰기를 지지하고 자랑스러워하던 친정 식구 역시 축하의 말과 함께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더없이 기뻐하셨을 거라며 아쉬워했다. 물론 오빠는 직원들에게도 나누어 주겠다며 책을 주문했고, 내 마음 속의 한강이라고 부르짖던 남동생도 누나의 출간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렸다며 여러 권을 주문한 인증 사진을 보내왔다.

내가 특별히 글을 잘 써서 그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책에 담긴 대로 마흔여덟에 배움을 시작한 내 삶의 여정과 친정 부모님을 잃고 백세 시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예순여섯 살 며느리의 이야기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였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천 권의 책을 읽고 천 개의 글을 쓴 후에야 책을 출간하겠다던 내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가끔은 엉뚱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칠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출간이 출간을 부른다는 말이 있다. 주유를 마친 자동차처럼 잠시 멈춰 있던 글쓰기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단독 출간을 위해, 31년을 한 집에서 살다가 요양원에 가신 지 10년이 된 올해 백세 시어머니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담담하게 풀어가다 보면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완성된다 해도 출간하기까지는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설령 운 좋게 출간이 되었다 해도 무명인 내가 무슨 수로 몇백 권의 책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몇 날 며칠 동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궁리하다 문득 생각난 것이 방송 출연이었다.

2025년 9월,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 실린 나의 기사 <99세 된 시어머니, 요양원과 지켜낸 이야기>를 본 한 방송국 담당자로부터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 내 기사를 보고 방송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요양원에 모신 것이 무슨 자랑도 아니고, 죄송한 마음만 커질 것 같아 정중하게 사양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미야의 글빵라디오 녹음에 참여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라디오 녹음을 준비도 없이 갔지만 미야 작가님의 능숙한 진행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책 홍보에 작은 힘을 보탰다는 사실이 내심 자랑스러웠다. 그렇게까지 한 나였으니 무슨 일인들 못할까.

앞으로 나는 어떤 일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단독 출간을 위한 글을 이제야 쓰기 시작했으면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꿈꾸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

브런치 글빵연구소 작가 모임 (지은이),
잇고, 2026


#출간 #출연 #꿈 #책 #우리가만난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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