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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없던 땅이 세계유산이 되다

    [주장] 앞에서 보전하고 뒤에서 파괴하는 한국 갯벌 정책의 이중성

    등록 2026.07.25 15:22수정 2026.07.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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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부산에서는 제48차 UNESCO 세계유산위원회 회의(7월 19일~29일)가 한창이다. UN 산하기구인 UNESCO(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발전을 통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기구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지정해 보전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종묘, 불국사·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등 17개 문화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 등 2개 자연유산을 보유해 왔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일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를 부산에서 개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각국이 신청한 유산의 등재 여부를 심사하고, 보존 상태가 미흡한 유산은 등재를 취소하기도 하는 엄격한 기구다.

    천대받고 파괴되던 '쓸모없는 땅'

    우리나라 갯벌은 대표적인 UNESCO 세계자연유산이다. 전 세계적으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은 독일·네덜란드·덴마크에 걸친 와덴해 갯벌, 중국 보하이만 갯벌, 그리고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뿐이다. 지난 2021년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온 국민이 감격했던 이유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갯벌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매립해 논으로 만들거나 공장을 세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개발 논리가 지배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도 간척이 이뤄졌지만 장비 부족으로 규모가 작았다.

    간척 동진강 간척사업 (1965)
    ▲간척 동진강 간척사업 (1965) 국가기록원

    갯벌 수난사가 본격화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일제는 군산, 김제, 목포 등 서해안 갯벌을 대규모로 간척해 수탈의 기반으로 삼았다. 광복 이후 1970~1980년대에는 토목장비의 발달과 함께 계화도 간척사업 등 대단위 개발이 잇따랐다.
    한국 갯벌 면적의 변화 추이 (해양수산부)
    ㆍ1987년: 3,203㎢
    ㆍ2008년: 2,489㎢
    ㆍ2018년: 2,482㎢
    ㆍ2023년: 2,443㎢ (전 국토의 약 2.5%, 서해안에 83.8% 집중)

    수도권과 가까운 인천 송도, 시흥, 안산 등은 갯벌을 메워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충청·전라권 갯벌은 농경지나 산업단지로 변했다. 강하구를 막아 인공호수를 만들고, 폐유조선으로 물살을 막아 방조제를 쌓은 서산 부남호의 '유조선 공법'은 당시 갯벌을 쌀로 바꾸는 것이 애국이라 믿었던 시대상을 보여준다.

    1991년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 새만금 사업은 환경파괴 논란 속에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2006년 대법원 판결로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됐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15년이 걸리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갯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계화살금갯벌 부안군 계화도 살금 갯벌에 일가족이 갯벌체험을 하러 들어가고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막히기 전에는 갯벌에 조개 백합이 넘쳐났다.
    ▲계화살금갯벌 부안군 계화도 살금 갯벌에 일가족이 갯벌체험을 하러 들어가고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막히기 전에는 갯벌에 조개 백합이 넘쳐났다. 김교진
    하제 하제포구에서 인부가 배에서 조개를 내리면 아주머니들이 조개를 선별했다. 방조제 막히기 전에는 새만금 포구 일대 수산물 판매가 활황이었다
    ▲하제 하제포구에서 인부가 배에서 조개를 내리면 아주머니들이 조개를 선별했다. 방조제 막히기 전에는 새만금 포구 일대 수산물 판매가 활황이었다 김교진

    새만금사망선고 2006년 1월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시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외치고 있다
    ▲새만금사망선고 2006년 1월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시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외치고 있다 김교진

    새만금의 희생으로 깨달은 '공익적 가치'

    1990년대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 당시만 해도 서해안 갯벌 대부분을 매립하는 거대한 구상이 존재했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으며, 2000년대 들어 갯벌의 수질 정화 기능과 생물다양성 보전 등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결국 신규 대규모 연안 매립을 중단했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무분별한 매립 정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공유수면 매립 억제 조치와 2010년부터 본격화된 갯벌 복원 사업 덕분에, 한때 급감했던 갯벌 면적(2023년 기준 2,443k㎡)은 현재 소폭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UNESCO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에 대해 "지구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자, 멸종위기 철새들의 필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부산 회의에서는 기존 4곳에 더해 무안, 고흥, 여수, 서산(가로림만) 등 2단계 확대 등재 안건이 심사 중이다. 평가 담당 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승인을 권고한 만큼 등재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인천 갯벌과 새만금 수라갯벌: '반쪽짜리 보전'의 그늘

    세계적인 인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갯벌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지정 구역 밖의 갯벌들은 여전히 가혹한 개발 압력에 시달린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갯벌(강화·옹진·송도·영종 등 728.3㎢)이다. 저어새, 두루미, 황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생존이 걸린 핵심 거점이지만, 이번 2단계 확대 등재 목록에서도 빠졌다.

    세계유산갯벌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한국의 갯벌. 파랑색 글자는 등재 심사중인 갯벌이다. 인천갯벌은 등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세계유산갯벌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한국의 갯벌. 파랑색 글자는 등재 심사중인 갯벌이다. 인천갯벌은 등재신청을 하지 않았다. 유네스코 지도에 첨자

    세계유산 신청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가 필수적인데, 인천시가 "세계유산 지정 시 지역 개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높은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토목개발 시대의 협소한 시각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곳은 새만금에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 '수라갯벌'이다. 충청 서산에서 남해 여수까지 이어지는 세계유산 갯벌 지도 한가운데에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생태적 단절 지대가 존재한다. 정부는 이곳에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조사 부실 논란, 경제성 부족 판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논란은 물론, 주변이 철새 밀집 지역이라 조류 충돌(Bird Strike) 위험이 무안공항보다 650배 높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2025년 9월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신공항 건설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음에도, 국토교통부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했다.이에 대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23일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유산 23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BEXCO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세계유산 23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BEXCO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로부터 불과 6~7km 거리에 위치한 수라갯벌은 서천갯벌과 생태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세계유산과 동등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와 군산시는 수라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는 커녕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 OUV를 훼손시킬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2025년 9월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사업을 취소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가 심사되는 과정에서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 정부에게 반드시 새만금신공항 계획을 철회해야한다는 조건을 권고하고, 등재 결정문에 반드시 이 조건을 포함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자회견문에서)

    갯벌파괴 군산국가산업단지 8공구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갯벌파괴 군산국가산업단지 8공구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김교진

    개발만능주의 시대를 지나 세계가 인정하는 자연유산을 품게 된 한국. 그러나 '앞에서는 보전하고 뒤에서는 파괴하는' 이중적 행정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갯벌은 결코 완벽히 보전될 수 없다. 인천 갯벌과 새만금 수라갯벌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모든 소중한 갯벌이 온전히 평가받고 세계유산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ns에도 실립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갯벌 #새만금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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