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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서 상어를 산 사람들, 그들이 향한 곳

[현장-멸종위기 까치상어 방생] 국제거래규제대상인데도 횟감으로... 법적 보호장치 절실

등록 2026.07.18 11:40수정 2026.07.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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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잡히지 말고 잘 살아라!"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 벌천포해수욕장에서 상어를 방생하며 시민들이 외친 말이다.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진 상어를 바다에 풀어주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부터 대학생, 그리고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시민들이 상어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들이 지키고자 한 상어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상어는 정말 무서운 동물일까?

 jaws 영화 포스터 (1975)
jaws 영화 포스터 (1975) Roger Kastel, 1975,

여름이면 영화 <죠스>를 보며 더위를 잊던 시절이 있었다. 백상아리의 무시무시하고 날카로운 아가리(Jaws)가 화면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때면 깜짝 놀라 더위가 싹 가시곤 했다. 그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바다에 가기 꺼려질 정도였다. 가끔 서해안에서 상어가 사람을 물었다는 뉴스가 들려올 때면, 상어는 악어 못지않게 인간을 공격하는 포악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는 극히 드물다.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상어는 500여 종에 달하며, 우리나라 연근해에 분포하는 상어는 49종이다. 이 중 몸길이가 3m를 넘는 상어는 10여 종에 불과하며, 인간에게 위협적인 상어는 백상아리, 청상아리, 무태상어 등을 비롯해 4~5종 정도에 그친다.

영화 <죠스>에 나오는 상어가 바로 백상아리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상어를 닥치는 대로 사람을 공격하는 괴물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흥행한 이후 이미지 왜곡으로 인해 수많은 상어가 남획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해양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 피해는 1959년 이후 단 6건에 불과하다. 마지막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도 1996년이다. 피해자들 역시 해수욕객이 아니라, 주로 사람이 드문 바다에서 깊이 잠수해 작업하던 해녀나 잠수부들이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바다의 상어보다 육지의 멧돼지로 인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아기상어 아기상어 10년 기념 포스터
▲아기상어 아기상어 10년 기념 포스터 더핑크퐁컴퍼니

오랜 세월 동안 무서운 동물로 여겨지던 상어가 대한민국에서 친근한 동물로 태어났다. 2015년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Baby Shark Dance) 유튜브 영상의 인기로 상어가족이 귀엽고 예쁜 존재가 된 것이다.


아기상어의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쉬운 멜로디와 가사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기상어가 나온 지 10년 동안 유튜브 조회 수는 2025년 10월 기준 조회 수 163억 회를 넘겼으며 59개월 연속 글로벌 유튜브 조회 수 1위를 기록했다. 무섭고 괴물 같던 상어가 이제는 귀여운 상어가 되었으니 상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졌다

상어 50%는 멸종위기, 그러나 법적 대책은 전무

우리나라 바다에 나타나는 상어 49종 중 절반 이상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들이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 할지라도 국내법상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으면, 그물에 우연히 걸려 잡힌(혼획된) 상어는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서해안의 횟집 수조를 보면 종종 상어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몸길이 1.5m 이하의 몸에 줄무늬나 별 모양 점이 있는 이 상어들이 바로 '까치상어'와 '별상어'다. 이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가까운 미래에 야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등급인 '위기(EN,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한 멸종위기종이다.

까치상어가 사는 바다 까치상어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바다에 살고 있다
▲까치상어가 사는 바다 까치상어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바다에 살고 있다 IUCN

까치상어(Triakis scyllium)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임에도 한국, 중국, 일본 연안에 비교적 밀집해 서식한다는 이유로 세 나라 모두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전 세계 개체수의 90% 이상이 살고 있어 유해조수로 분류되는 고라니와 비슷한 처지인 셈이다.

까치상어가 서식하는 곳은 한·중·일과 대만 주변의 좁은 바다뿐이며,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이대로 방치하면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다. 상어는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 최정점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기에 이들의 멸종은 바다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 역시 까치상어 보호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제20차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 당사국총회 결정을 반영하여, 2026년 3월부터 까치상어과(Triakidae) 31종을 국제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하였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개체와 사체, 그 부분 및 파생물을 국제적으로 거래하려면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거래 규제와 달리 국내에서는 까치상어의 포획과 유통을 제한하는 별도의 법적 장치가 없어 실질적인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만든 까치상어 보호 포스터
해양수산부가 만든 까치상어 보호 포스터 해양수산부

또한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2024년 까치상어를 '7월의 해양생물'로 선정하여 보전의 중요성을 알렸지만, 이후 법적 보호종 지정이나 포획 제한, 혼획 개체 방류 의무, 시장 유통 규제 등 제도적 후속 조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까치상어를 법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또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실질적인 보호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선 '까치상어 구조대'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멸종위기 상어 보호에 대한 시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까치상어 구조대'를 조직했다. 구조라고 하면 덫에 걸리거나 함정에 빠진 동물을 구하는 것이 사전적인 뜻이지만, 횟집에서 상품으로 판매되는 멸종위기종인 까치상어를 구조하는 방법은 지금으로선 '구매'뿐이다. 이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까치상어와 별상어를 직접 구입해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뜻을 모았다.

까치상어 수산시장 수조에서 까치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바닥에 있는 작은 까치상어는 줄무늬가 진하지만 큰 까치상어는 줄무늬가 엷다.
▲까치상어 수산시장 수조에서 까치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바닥에 있는 작은 까치상어는 줄무늬가 진하지만 큰 까치상어는 줄무늬가 엷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7월 11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14명의 시민이 모였다. 수산시장 곳곳의 수조를 탐색하던 시민들은 한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수조 안에는 몸통에 선명한 검은색 세로 줄무늬를 지닌 상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바로 구조대가 찾던 까치상어였다. 긴 꼬리지느러미가 마치 까치의 꼬리와 닮았다고 해서 '까치상어'라는 이름이 붙었고 , 대나무 마디를 닮은 줄무늬 때문에 '죽(竹)상어'라고도 불리는 종이다.

횟집에서는 이 까치상어를 횟감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큰 개체는 마리당 1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으나, 횟감으로서 대중적인 인기가 없어 판매하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 어민들이 까치상어만 목표로 잡기보다는 다른 물고기를 잡으려다 그물에 걸려온 것들을 방생하지 않고 그대로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법적 보호종이 아니라는 허점이 낳은 씁쓸한 현실이다.

까치상어 이송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까치상어를 얼음통에 넣어 이동하고 있다
▲까치상어 이송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까치상어를 얼음통에 넣어 이동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구조대는 까치상어 여덟 마리를 구입해 산소를 주입한 비닐봉지에 넣고, 대형 아이스박스 두 개에 실어 서해 가로림만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물속 산소가 부족해져 상어들이 폐사할까 봐 참가자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가슴을 졸이며 고속도로를 달린 끝에, 정오를 조금 넘긴 12시 30분 충남 서산시 벌천포해수욕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벌천포해수욕장이 위치한 가로림만은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해양생물보호구역이다. 남획 우려가 적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까치상어가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바닷가에 도착한 구조대는 서둘러 방생 작업을 시작했다. 까치상어가 담긴 비닐봉지를 바닷물에 천천히 담가 봉지 안팎의 수온이 비슷해지도록 유도했다. 급격한 온도나 염도 변화로 상어가 쇼크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방생 얼음통에서 까치상어를 방생하고 있다
▲방생 얼음통에서 까치상어를 방생하고 있다 김교진
구조대 참가자들이 까치상어 방생을 지켜보고 있다
▲구조대 참가자들이 까치상어 방생을 지켜보고 있다 김교진
까치상어 벌천포해수욕장에 풀어 준 까치상어. 1미터가 넘는다
▲까치상어 벌천포해수욕장에 풀어 준 까치상어. 1미터가 넘는다 김교진

까치상어 배 까치상어가 배를 보이고 있었으나 잠시 후 몸을 일으켜 먼 바다로 무사히 나갔다
▲까치상어 배 까치상어가 배를 보이고 있었으나 잠시 후 몸을 일으켜 먼 바다로 무사히 나갔다 김교진

이윽고 비닐을 완전히 열어주자 까치상어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드넓은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그중 한 마리가 기력이 약해졌는지 하얀 배를 보이며 뒤집혀 뜨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시민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본 지 몇 분 뒤, 상어는 스스로 숨을 고르고 몸을 똑바로 세우더니 힘차게 먼바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기쁨의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짧지만 강렬했던 상어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따뜻한 이별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구조 활동을 진행한 환경운동연합 김솔 활동가는 "오늘 여덟 마리의 까치상어를 무사히 품어주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까치상어가 그물에 걸려 횟감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며, "정부는 까치상어를 비롯한 멸종위기 상어들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 SNS에도 실립니다.
#까치상어 #상어 #멸종위기종 #C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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