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라이더유니온이 배달라이더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폭염 실태조사 결과 일부
공공운수노조
왜 라이더들은 이 위험한 게임에 뛰어드는가. 우리가 무모해서가 아니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83.3%는 '폭염에도 일을 한다'고 답했다. 가장 필요한 폭염 대책을 두 가지씩 꼽게 하자 92.2%가 고른 것은 쉼터도 생수도 아닌 '기본운임 인상'이었다. 10년 전 3천원이던 기본 배달료가 2천원대로 떨어졌다는 하소연, 이 무더위에 배달료 1천원대·2천원대가 말이 되느냐는 물음, 무료배달 경쟁의 비용을 라이더 운임에서 빼가고 있다는 지적이 응답지를 가득 채웠다. 폭염에 몇 시간을 대기해도 최저시급이 안 나오는 날이 있다는 게 이 일의 밑바닥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위험이 임금이 된다. 남들이 쉬는 때, 위험해서 집 밖에 나오지 않는 때가 가장 돈이 되는 때라서 못 번 것을 만회하려면 그때 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 응답자는 적었다. 다른 응답자의 진단은 더 정확하다. 기본급이 낮으면 안전하게 운전하던 사람도 기본급을 맞추려 더 빠르게 달리게 되고, 거기에 미션이 주어지면 실패하지 않으려 더더욱 위험하게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폭염이든 폭우든 날씨가 험해질수록 콜은 몰리고 할증이 붙는다. 몸이 위험을 감지하는 바로 그 순간이, 지갑에는 기회로 보이게 되어 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미션은 어디까지나 선택이라고. 맞다. 굶는 것도 선택이라면 그렇다. 기본운임이 하루 벌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미션을 거절할 자유란 수입을 포기할 자유와 같은 말이다.
나도 그 유혹 앞에서 무너진 적이 있다. 2020년 여름 장마철, 비 오는 날 돈을 더 주는 프로모션이 걸린 날이었다. 빗길을 달리다 혼자 미끄러졌고, 어깨가 부러졌다. 길바닥에 누워 가장 먼저 한 걱정은 내 몸이 아니었다. 쏟아진 음식은 어떻게 변상하지, 당장 수입은 어떡하지, 산재 처리는 제때 될까. 어깨가 부러진 사람의 걱정이 죄다 이런 것들이었다. 재활과 치료에 여섯 달이 넘게 걸렸다. 미션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부터, 우천시 프로모션을 수행하다 죽을 뻔한 라이더가 여기 있다.
빗길이 라이더를 미끄러뜨린다면, 폭염은 라이더를 천천히 익힌다. 몇 년 전, 대로변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릴 때였다. 아스팔트 한복판, 앞차와 뒤차와 옆차에 가로막힌 자리. 사방에서 뿜어져 나온 배기열이 달궈진 헬멧 속으로 밀려드는데 빠져나갈 곳이 없다. 어지럽다. 두 바퀴 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몸이 기우뚱했다. 여기서 쓰러지면 큰일 난다는 생각뿐이었다. 버틸 만큼 버텼다 싶을 무렵에야 직진·좌회전 동시신호가 떨어졌고, 나는 교차로를 빠져나오자마자 오토바이를 세우고 횡단보도 앞 인도 그늘로 기어들어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 신호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그 몇십 초를 내 몸이 버텨주지 못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 혼자 겪는 일이 아니다. 실태조사에서 라이더 열에 아홉(90.2%)은 폭염 근무 중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같은 온열질환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증상을 느끼고도 62%는 잠깐 쉬었다 다시 콜을 잡았고, 17.4%는 쉬지도 않고 계속 달렸다. 병원 진료까지 받은 이도 다섯 중 하나(21.7%)였다. 햇빛에 계속 노출돼 두드러기와 땀띠가 올라온다는 응답 곁에, 한 라이더는 요구란에 이렇게 적었다.
"살고 싶습니다. 빚쟁이로 죽던가 돈 벌다 죽던가 두 가지 길뿐입니다."
지난해 전국 작업장의 온열질환자가 1790명, 온열질환 산재가 65명이라는 통계 뒤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다. 그리고 라이더에게 폭염은 곧장 사고 위험으로 번진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헬멧에 관절마다 보호대를 갖추는 것이 맞지만, 그 장비가 한여름에는 온열질환을 재촉한다. 더위를 견디다 못해 가벼운 장비로 바꾸면 이번에는 사고 앞에 몸이 그대로 드러난다. 갖추면 더위가 목을 조르고, 벗으면 사고가 목을 조른다. 그 딜레마의 한복판에 배민은 "2주 안에 7000포인트"를 던져 넣는다.
죽지 않고 일하게 하라, 기한은 이 여름이 가기 전까지다

▲ 2025년 9.27 기후정의행진에 참석한 배달노동자 김지수
공공운수노조
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2024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사업주의 폭염 예방조치가 의무화됐고, 지난해인 2025년에는 산업안전보건규칙에 구체적 의무도 담겼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올해 내놓은 2026년 온열질환 예방 지침에서 폭염 시 휴식과 옥외작업 중지는 여전히 '권고'에 머문다. 그마저도 사업주에게 하는 말이다. 근로기준법 바깥에 서 있는 라이더에게는 권고가 닿을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그래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주어진 대책이라곤 쉼터 위치 안내와 생수 나눔 캠페인 수준이다. 물 한 병 쥐여주며 폭염·폭우 속에서 버티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에게는 쉴 권리가 아니라 쉬어도 굶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구한다. 첫째, 배민을 비롯한 플랫폼은 폭염·폭우 등 기상 악화 시 배달을 늘리도록 부추기는 미션과 프로모션을 중단하라. 둘째, 포인트 산정 기준을 비롯한 알고리즘 정보를 라이더가 알 수 있게 공개하라. 자기 노동을 계산할 수 없는 노동자는 자기 안전도 계산할 수 없다. 셋째, 라이더가 쉬어도 굶지 않게 하라. 깎일 대로 깎인 기본운임을 정상화하고, 폭염과 폭우로 일을 멈춰야 하는 날 이동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하는 '기후실업급여'를 제도화하라. 몇 백 원 할증 대신 안전을 선택할 수 있어야, 라이더는 비로소 오토바이를 세울 수 있다.
오는 7월 22일과 23일, 운수노동자들이 폭염 순회 투쟁버스를 타고 전국의 일터를 돈다. 물류창고에서, 고속도로에서, 도심의 아스팔트 위에서 같은 여름을 견디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잇기 위해서다. 이 연재는 그 목소리들을 지면으로 옮기는 일이다. 우리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가 플랫폼과 정부에 미션을 보낸다. 죽지 않고 일하게 하라. 기한은 이 여름이 가기 전까지다.
| 배달의 민족 "기상 악화 시기 조치 아닌 연중 상시 운영... 자율성 충분히 보장" |
이 기사에서 말한 프로모션에 대해 배달의민족은 라이더의 안전과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된 보조적 보상 제도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배달의민족 측은 14일 이번 미션이 폭염이나 폭우 같은 특정 기상 악화 시기에 배달을 강제하기 위한 임시 조치가 아니라, 라이더 보상을 위해 연중 상시 운영하는 프로모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포인트 산정 기준 역시 고정된 단일 수치가 아닌 배달 거리, 기상 상황, 피크타임 등 구체적인 배달 난이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합리적 체계이며, 라이더가 배차 수락 전에 포인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어 운행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라이더별로 미션이 차등 부여되는 점에 대해서는 무리한 운행을 막기 위한 '안전 중심의 개인화 맞춤형 설계'라고 강조했습니다. 라이더 개개인의 숙련도와 과거 운행 이력을 분석해 달성 가능한 수준의 미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사에 언급된 7,000포인트 미션 역시 충분한 경험을 가진 일부 베테랑 라이더에게만 발송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기본 운임과 거리 할증 등은 정상적으로 전액 지급되기 때문에, 이번 프로모션은 생계를 위협하는 족쇄가 아니라 일상적인 운행 패턴을 유지할 때 주어지는 추가 보너스(인센티브) 개념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배달의민족은 기상 악화 시 라이더가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쉬어가며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미션 기간을 여유 있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장 라이더들의 여름철 안전을 위해 열사병 예방 물품 배포, 생수 지원, 동행쉼터 운영 등 다각적인 지원 활동을 매년 지속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상청 특보 상황에 따른 안전 가이드 팝업 안내 등 안전한 운행 환경 조성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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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포인트 완료시 30만원'...매년 반복되는 아찔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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