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칼 들고 찾아가겠다는 민원인, 돌아온 말은 "문단속 잘 하세요"

[콜센터 노동자 릴레이 기고 2] 1357 상담사들이 진짜 사용자를 찾는 이유

등록 2026.07.11 19:27수정 2026.07.11 19:27
3
콜센터 노동자가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7월 15일 파업합니다.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에게 사용자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할 예정입니다.[기자말]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는 고객도, 숫자도, 기록도 아니다. 나는 한 사람이다."

1357 중소기업통합콜센터에서 일하는 우리 상담사들에게도 이 말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을 국민에게 안내하고, 민원을 접수하며, 때로는 고객의 PC에 원격 접속해 문제를 해결한다. 국민은 우리가 정부 상담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수년째 용역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상담사라는 일은 단순히 전화를 받는 업무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국민을 만나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도 마주한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이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장면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이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장면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칼 들고 찾아가겠다"... 그래도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한 민원인은 며칠 동안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걸어 욕설과 협박을 이어갔다. 끝내 "칼을 들고 찾아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우리는 두려웠지만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혹시 더 큰 일이 생길까 끝까지 응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중소벤처기업부에 알렸다. 상담사의 안전을 먼저 걱정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문단속 잘 하세요"였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의 노동은 정부를 위해 존재하지만, 우리의 안전과 노동 조건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이러한 현실 때문에 우리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상대로 원청교섭을 요구했다. 개정된 노조법에서 사용자는 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라면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지난 6월 30일 노동조합은 서울 정부 청사 앞에서 콜센터 노동자 차별을 항의하며 '중소벤처기업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 30일 노동조합은 서울 정부 청사 앞에서 콜센터 노동자 차별을 항의하며 '중소벤처기업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노조법 2·3조, 첫 사용자성 인정… 그리고 이어진 로펌 대응

지난 6월 18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1357 상담사들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노조법 2·3조 시행 이후 정부 부처를 상대로 나온 첫 사용자성 인정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결정 이후에도 중소벤처기업부는 노동조합과 대화하기보다 사용자 책임을 부정하는 데 집중했다. 대형 로펌을 선임해 책임을 다투고, 심문 과정에서도 현장의 실제 운영 구조와 다른 주장을 이어갔다. 노동자와 대화하는 데보다 책임을 피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용자성 인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책임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상담사의 안전, 인력 운영, 노동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가 있다면 그에 맞는 책임도 져야 한다. 사용자성 인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는 책임 있는 교섭으로 이어져야 하고, 나아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더는 용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이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의 책임 밖에 머무는 현실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안전도 노동자의 권리도 외주가 될 수 없다. 이번 결정이 1357 상담사들만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용자와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콜센터 노동자 릴레이 기고 1편]
우리는 목소리로 일하는 사람들... 23년째 기본급 그대로입니다 https://omn.kr/2j0yb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나영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조직국장입니다
#콜센터 #진짜사장 #민주노총 #파업 #노조법
댓글3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피터팬 아빠'의 생전 장례식에 초대합니다
  2. 2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한 사람 인생 망친 관저 공사"... 33년 공무원 "스스로 포기까지 생각"
  3. 3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인공지능 믿었던 미국 대기업들의 후회... 한국이 간과한 진실
  4. 4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이런 무서운 아파트 안내방송은 처음"... 시민들의 선택
  5. 5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 미 언론 질문에 침묵한 한국 DMZ 돌아다니는 '살인병기'... 미 언론 질문에 침묵한 한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