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이자, 고령군 난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곽상수씨
정보공개센터
'쓰레기 식민지'... 이래도 가만히 있을 겁니까?
경북 고령군은 1개 읍, 7개 면 등 총 8개 읍면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6곳에 폐기물·난개발 관련 대책위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1면 1대책위"라 부를 정도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1990년대 중반, 대구 시내에서 악취 문제로 쫓겨난 주물 공장 88곳이 통째로 고령군 다산면으로 옮겨왔다. 주물공장은 하루 500톤 이상의 '주물사'라는 폐기물을 쏟아내고, 이걸 묻을 매립장이 8년 주기로 하나씩 산업단지 안에 들어서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1차 산단 매립장이 다 차면 2차 산단에, 2차가 차면 또 다른 곳에.
이런 과정 속에서 경북 고령군은 연간 10만 톤의 폐기물 중 8만 8천 톤이 대구에서 유입되는 '쓰레기 식민지'가 되었다. 자체 매립장이나 소각장이 거의 없는 대구의 폐기물 부담을 고령군이 대신 지고 있는 것이다.
20년 경력의 환경운동가이자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인 곽상수 고령군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8개 읍면 중 6곳의 대책위를 진두지휘하며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알 수 없는 소각장 사업계획서
2022년, 고령군 쌍림면에서 석산을 운영하던 한 업자가 그 부지에 산업폐기물 소각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대책위가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군청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라 한 군의원의 개인적 제보를 통해서였다.
"산업단지처럼 관이 계획을 세우는 사업은 계획이 바뀔 때마다 공람 절차를 거칩니다. 그런데 이런 폐기물 사업은 민간이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런 공람 절차가 아예 없어요." (곽상수 이장)
게다가 개인업자가 낸 사업계획서 자체가 비공개다.
"개인업자가 사업 신청을 하면 사업계획서 오픈이 안 되잖아요. 이 사업계획서는 고령군만 알 수 있어요. 심의를 할 때 그 계획서는 오픈이 안 됩니다." (곽상수 이장)
심의 과정 자체도 닫혀 있다. 군계획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이고, 주민은 참관조차 할 수 없다. 반면 사업을 신청한 업체는 '사업 설명'을 이유로 회의에 직접 들어가 발언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로 심의 결과는 받을 수 있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근거 자료는 여전히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닫혀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군청이 업체에 부적정 통보를 했지만, 업체가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투쟁은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해당 업체가 농협의 토목공사를 맡아 진행하면서, 허가 받지 않은 깊이까지 땅을 파고 모래를 몰래 팔아넘겼다는 것이었다. 대책위는 이를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니라, 모래를 파고 불법으로 폐기물을 매립한 사건이 아닌지 파고들었다.
"제가 보도자료를 낼 때 '불법 모래 반출'뿐 아니라 '그 자리에 폐기물을 묻은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어요. 그러면 경찰이 즉각 조사하고 군청에서도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야 하거든요."(곽상수 이장)
대책위는 업체와 관련 공무원, 그리고 연루 의혹이 제기된 군의원들까지 함께 경찰에 고발했고, 군청은 불법성토에 대해 원상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마침 업체가 소각장의 배출량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새로 제기되었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되자, 업체는 결국 두 손을 들고 폐기물 사업 행정소송을 포기했고, 주민들의 승리로 싸움은 마무리됐다.
싸움의 성과로 조례를 만들다
대책위가 매일 군청과 군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불법 모래 반출 사건에 대한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군청은 1인 시위를 멈춰달라고 대책위를 찾아왔다. 곽 이장은 이를 제도화의 기회로 삼았다.
"1인 시위를 멈추는 대신, 갈등 시설이 들어올 때 의무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는 환경정책위원회 조례를 만들어 달라고 조건을 내걸었죠. 그렇게 협상해서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환경정책위원회 조례의 핵심은 사전 심의다.
"사전 심의를 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전에 미리 위원회에 안건을 올려야 하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주민 대표들이 미리 알게 되는 효과가 생기죠."
조례가 통과되자 주민 몰래 인허가를 내려던 업체들이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발을 빼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두 이장의 승리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싸움에 이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와 제도를 고민하며 다음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 2026년 5월 6일, 경북도청 앞에서 진행된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의 조례 채택 요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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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매립장이나 소각장 건설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갈등이 생겨나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들의 주권을 보장하는 법과 조례를 만드는 것이다.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는 순간 주민에게 알리는 사전고지 조례, 갈등 유발 시설을 심의 단계부터 통제하는 환경정책위원회 조례, 주민의 삶터와 이격거리를 두는 입지 규제 조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는 그냥 처음부터 오픈했으면 좋겠어요. 일방적으로 '이거 할 거다'가 아니라,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톡 까놓고 한번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럼 찬성하든 반대하든, 주민들이 이야기를 해서 합의를 볼 수 있잖아요." (김용자 이장)

▲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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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난개발과 밀실 행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농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를 진행하고 있다. https://team-sig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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