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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놓아 울던 까치, 몇 달 관찰하고서야 이유를 깨달았다

죽은 동료 곁은 지키는 까치의 행동... 애도와 다름 없었다

등록 2026.06.15 14:27수정 2026.06.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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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살펴보는 곳이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정원의 소나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늦겨울부터 소나무에 까치 한 쌍이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가는 모습이 뜸했다. 알을 품기 시작한 듯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강변에서 죽은 까치 한 마리를 둘러싸고 연신 울어대는 십여 마리의 까치를 보았다. 새 생명을 기다리던 차에 마주한 그 광경은 낯설었고 질문을 하나 남겼다. 지난 몇 달 동안 지켜본 까치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죽은 동료 곁에 모여든 까치들 죽은 까치 곁에 모여 큰 소리로 울었다. 누운 동료의 몸을 깨우듯 부리로 콕콕 건들거나, 일어나라는 듯 끌어당기기도 했다.
▲죽은 동료 곁에 모여든 까치들 죽은 까치 곁에 모여 큰 소리로 울었다. 누운 동료의 몸을 깨우듯 부리로 콕콕 건들거나, 일어나라는 듯 끌어당기기도 했다. 신극채

소나무 위 까치둥지에서 일어난 일


지난 2월 초부터 관찰을 시작했다. 거실 창으로 보이는 소나무에 까치가 분주히 오갔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와 둥지를 틀었다. 사실 그곳은 지난해 봄에도 둥지를 틀다가 완성하지 못했던 자리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완성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안고 지켜보았다.

하지만 둥지는 생각보다 더디게 지어졌다. 주로 아침과 오전에만 부지런히 오갔고 오후가 되면 듬성하게 엮인 둥지만 남겨지기도 했다. 둥지가 빠르게 커지지 않고 까치들도 서두르지 않아 이번에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관심도 식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까치가 나타났다. 입에 나뭇가지를 물고 온 녀석은 둥지 위에 내려앉아 가지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어느새 둥지는 밑부분이 동그랗게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내가 관심을 거둔 순간에도 까치는 멈춘 날이 없었던 모양이다.

3월이 지나자 둥지는 농구공 보다 커졌다. 둥지를 오가던 까치 부부의 왕래도 눈에 띄게 잠잠해졌다. 둥지 공사가 끝난 것인지, 이미 알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까치집은 내가 사는 2층 창문에서 올려다보는 위치에 있고 거리도 멀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게다가 까치둥지는 다른 새 둥지와 달리 지붕처럼 위가 덮여있고 옆면에 작은 출입구만 나 있다. 덕분에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데는 이롭겠지만 바깥에서 둥지 안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까치들의 낯선 행동


둥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증만 커가던 4월 중순이었다. 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다 까치들이 시끄럽게 우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전거를 멈추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까치 한 마리가 땅에 누워있고 다른 까치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다. 한두 마리는 죽은 까치를 부리로 건드렸고, 다른 녀석들은 주위를 서성거리거나 철제 울타리 위에 앉아 연신 울어댔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거나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몇 마리는 멀리 날아갔고 대부분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변을 맴돌며 같은 행동을 계속했다. 이 순간만큼은 죽은 동료를 지키는 일이 어떤 위험보다 중요한 듯했다. 녀석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뒤로 물러나 조용히 관찰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서둘러 사진을 찍었고 동영상도 남길 수 있었다.


죽은 동료 주위를 맴돌며 소리치는 모습은 마치 죽음을 인식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흔히 새소리를 '운다'라고 표현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 말이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이 정말 슬퍼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내 눈에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을 겪는 것처럼 보였다. 까치들의 움직임은 분주했지만 진지했고, 소리 또한 평소와 달랐다. 괜히 그 자리를 오래 지켜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곳을 지나야만 했다. 서둘러 그 곁을 지나쳤고 이후로도 까치들의 울음소리는 한동안 크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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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까치 울음소리를 내고 부리로 건드는 행동이 마치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듯했다. ⓒ 신극채


동물도 슬픔을 느낄까

내가 본 행동이 애도였을까? 아니면 어떤 의미를 지닌 행동이었을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까치나 까마귀, 어치 같은 까마귀과 조류들은 동료의 죽음을 보면 주변에 모여들어 몸을 건드리거나 큰 소리를 내는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동물의 죽음 인식 행동으로 설명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파악하고, 주변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 탐색하는 본능적 행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코끼리나 침팬지, 고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관찰, 보고되고 있었다. 죽은 동료 곁을 일정 시간 머무르거나 몸을 만지는 행동들이었다. 이것으로 동물들이 동료의 죽음을 인식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는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애도 같은 감정으로 해석하거나 장례와 같은 의식에 비유하는 데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에 올라온 짧은 기사와 자료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가까운 시립도서관에 갔지만 찾지 못했다. 장서가 더 많은 국립도서관으로 갔다. 그곳에서 읽은 <이상한 과학책>에는 '장례식을 치르는 동물이 있다고?'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었다. 내용은 인터넷에서 접한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정말로 장례를 치르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물도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발달해서 슬픔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재천 교수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도 확인되었다. '코끼리도 장례를 한다? 신비한 동물들의 장례문화' 편에서 애도와 장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례는 이미 학계에 알려진 내용이라고 했다. 그들의 행동을 "죽음을 애도하는가? 사체를 어떻게 다루는가? 사체를 묻었는가?"와 같이 단계적으로 나누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질문을 내가 강변에서 본 까치들에게 적용해 보았다. 여러 마리가 함께 모여 평소와 다른 소리를 냈고 몇몇은 죽은 동료의 몸을 부리로 건드렸다. 그런 행동은 사람이 가까이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당 시간 이어졌다. 적어도 평소 보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죽은 동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했고 죽음을 외면하지 않았다. 애도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

이소하는 까치 어미 새는 둥지 근처의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때로는 멀찍이 떨어진 나무까지 날아가며 새끼의 비행을 유도했다. 새끼는 "까악까악" 소리를 지르며 서툰 날갯짓으로 그 뒤를 따라다녔다.
▲이소하는 까치 어미 새는 둥지 근처의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때로는 멀찍이 떨어진 나무까지 날아가며 새끼의 비행을 유도했다. 새끼는 "까악까악" 소리를 지르며 서툰 날갯짓으로 그 뒤를 따라다녔다. 신극채

강변에서 강렬한 행동을 목격하고 이유를 알아가는 동안, 집 앞 둥지는 까치들의 들락거림만 드문드문 감지되었다. 한층 더워진 날씨에 열어 놓은 창문 너머로 어린 까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둥지 곁에서 한 마리가 연신 까악댔는데 갓 자란 새끼처럼 보였다. 건너편 나뭇가지에는 다른 한 마리가 앉아 있었고 곧 한 마리가 조용히 날아와 자리를 잡았다. 주변을 경계하듯 살피는 모습이 어미 새 같았다. 그런 행동은 하루 이틀 더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 10일 이후부터는 조용해졌다. 더 이상 둥지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새끼들이 무사히 둥지를 떠난 모양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집 앞 둥지와 강변 자전거 도로에서 까치들이 보여준 삶과 죽음의 두 장면을 목격했다. 같은 울음소리였지만, 하나는 새 생명이 어미 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시작의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함께한 동료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이별의 소리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까치 #까치애도 #까치장례 #동물의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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