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단총은 중국 광동성 조주시에서 나는 우롱차의 일종이다. 마시는 향수라고 불릴 정도로 환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맛과 향을 가졌다.
노시은
이토록 거칠고 진한 고삽미(쓰고 떫은 맛)를 끌어올린 이유는 오직 하나, 솔티드 캐러멜(Salted Caramel)을 페어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입안에 캐러멜을 한 조각 넣으면 버터의 풍부하고 부드러운 풍미와 달콤함이 끈적하게 점령해 오고, 이내 미세한 소금의 짭조름함이 미각의 신경을 톡톡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달콤함과 짭짤함의 조화가 입안에서 정점을 이룰 바로 그 순간, 일부러 묵직하고 떫게 우려낸 뜨거운 봉황단총을 한 모금 훅 넘깁니다.
그러면 차의 강렬한 고삽미가 캐러멜의 무거운 단맛과 기름진 끈적함에 녹아들고 말죠. 그리고 캬라멜의 과한 단맛이 사라진 그 빈자리에, 봉황단총 본연의 황홀한 밀란향과 캐러멜의 잔향이 섞여 들며 상상조차 못 했던 고귀한 꽃길을 입안에 깔아줍니다. 극강의 떫은 맛과 극강의 단맛이 정면으로 충돌하여 만들어내는 이 아찔하고도 완벽한 마리아주는, 치열하게 달린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럽고 밀도 높은 위로가 됩니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눈을 감았습니다. 잔치판의 소란도, 뜨거웠던 개완도, 수백 개의 찻잔도 모두 저 멀리 물러나고, 지금 이 방 안에는 오직 밀란향의 여운과 캐러멜의 달콤한 잔향만이 조용히 떠돌고 있었습니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문득 다시 그 두 폭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수백 명의 인파로 북적이던 <기로세련계도>와, 고양이 한 마리와 나비 한 마리만의 <황묘농접도>.
우리의 차 생활도 결국 이 두 폭의 그림을 닮아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과 찻잔을 부딪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성을 대접하는 왁자지껄한 '잔치의 차 시간'이 있다면, 모든 소란과 노동을 끝내고 홀로 고양이처럼 웅크려 내 앞의 찻잔 속 향기에만 집중하는 '휴식의 차 시간'도 있는 법입니다. 열심히 차를 우려 대접하는 뜨거운 이틀이 있었기에 쌉싸름한 차와 달콤한 캐러멜이 어우러지는 지금 이 혼자만의 고요가 더욱 달콤하고 귀하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지금 어떤 그림과 닮아 있나요? 혹시 지금 삶이라는 거대한 잔치판의 구석에서 땀 뻘뻘 흘리며 치열한 하루를 버텨내고 계신다면, 모쪼록 그 고단한 하루의 끝에는 달콤한 향기가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평화롭고 나른한 고양이의 시간이 당신을 따뜻하게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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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낭 속의 영국 남자』, 『언제라도 티타임』, 『화요일의 티타임』 세 권의 책을 냈고 세상 구경하며 차 마시며 글, 사진, 영상, 그림 등 다양한 형태로 삶을 기록하고 있다. 벌이가 시원찮은 유튜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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