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제공
- 일베 사이트 폐쇄가 법적으로 가능할까요?
"현재 법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혐오 표현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 조항이 없거든요. 물론 작년 12월 24일에 통과된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에 혐오 표현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조항이 있고,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그 이후엔 가능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이트 폐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제가 위원으로 있을 때 내부적으로 세운 기준이 있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불법물도 있지만 합법적인 게시물도 많은데, 불법 게시물 몇 개 때문에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건 합법적인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이트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물이어야 폐쇄할 수 있다는 기준이었습니다."
- 일베가 그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시나요?
"성매매 사이트나 음란 사이트는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물이기 때문에 폐쇄가 가능한 거거든요. 그런데 일베 사이트의 경우 새로 시행될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상의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 게시물이 과연 70%를 넘느냐고 보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결국 현행법이나 앞으로 시행될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 하에서도 일베 사이트 폐쇄는 법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 일베 사이트 폐쇄가 답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요. 일베 사이트 폐쇄하면 다른 사이트 만들면 된다는 건데.
"맞습니다. 실효성이 없다는 건 저도 동의해요. 법적으로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에 모이는 사람들과 별개거든요. 사이트 운영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글을 올리는 거고, 그 사이트를 폐쇄하면 다른 사이트에서 똑같은 글을 올리면 그만이에요."
- 사이트 운영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도 문제가 있나요?
"그런 식으로 사이트 운영자에게 책임을 지우기 시작하면 사이트를 운영할 사람이 없어지고, 사이트들이 다 문을 닫게 될 겁니다. 또는 혹시나 불법으로 규정될까 봐 합법적인 표현까지 무분별하게 삭제하고 차단하게 되죠. 결국 사이트 운영자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 실제 사례가 있나요?
"제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 있을 때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카페에서 진중권씨가 변희재씨를 상대로 '듣보잡'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다음에서 이를 삭제·차단한 거예요. 당시 누구도 그 표현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요. 다음이 그렇게 한 건 우리나라에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의 책임을 구분하는 '정보 매개자 책임 제한'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합법인 줄 알면서도 삭제하는 일이 발생하는 거죠. 일베 사이트 폐쇄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습니다."
- 조롱과 풍자가 같은 걸지, 아니면 다른 걸까요?
"조롱과 풍자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제인권법을 살펴보면, 자유권 규약 제20조에서 인종·국적·종교에 따른 혐오 표현은 규제해야 한다고 명백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혐오 표현이란 단순히 혐오스럽거나 누군가를 조롱하는 표현이 아니라, 특정 그룹에 대한 혐오를 선동해 그 그룹에 대한 차별·폭력·적대 행위 유발하려는 표현을 말합니다."
- 왜 인종 국적 종교에 따른 혐오 표현만 규제하도록 국제 인권에 뒀을까요?
"역사 속에서 인종·국적·종교에 따른 혐오 표현이 실제로 인종 학살이나 차별적 입법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정 인종을 감금하거나 재산을 빼앗는 법을 만드는 것도 모두 적대적 행위에 해당하죠. 꼭 폭력만이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결국 그런 선동이 실체적인 해악으로 드러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규제 대상으로 삼은 거예요."
- 그렇다면 인종·국적·종교 외의 혐오 표현은 규제할 수 없는 건가요?
"꼭 그런 것만 혐오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참사나 학살의 사망 피해자들은 정말 약자거든요. 5·18 희생자들에게 북한군이었다고 해도, 세월호 학생들을 선정적으로 묘사해도 그분들은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대응할 수가 없잖아요. 이런 혐오 표현이 쉽게 나오는 건 그분들이 대응할 수 없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 그런 혐오 표현도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다른 혐오 표현도 실체적인 해악으로 나타날 위험이 높다면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롱과 풍자를 구분하려 하기보다, 실제 해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은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6주년에 스타벅스가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해서 논란이었잖아요. 법적 처벌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오는데.
"단순히 '표현의 자유니까 보호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표현이 5·18 피해자나 유족들에 대한 실체적 해악, 즉 국제인권법에서 말하는 차별·폭력·적대적 행위로 귀결될 위험성이 높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위험성이 높다면 입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탱크데이 이벤트나 '책상의 탁' 같은 표현만으로 5·18 피해자나 유족들에 대한 실체적 해악으로 귀결될 위험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해악이 큰 표현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만약 입법을 한다면 국제인권법의 기준에 맞춰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혐오와 조롱 문제에 대응하려면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저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당에서도 차별금지법은 제정할 생각 없이 혐오 표현 규제만 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게 왜 문제냐면 국제인권법에서 말하는 실질적 해악은 차별·폭력·적대 행위거든요. 폭력과 적대 행위는 어느 정도 찾아낼 수 있지만, 차별은 차별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사실 폭력이나 적대 행위도 차별의 한 방식이고, 차별이 있어야 폭력도 적대 행위도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회에서 금지된 차별 행위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그 차별을 선동하는 행위를 혐오 표현으로 규제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겁니다. 차별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안 된 상태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려 하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롱도 규제하려 하고 사실상 국가원수 모독죄를 부활시키는 위험이 생기는 거죠. 또 자신의 역사관·정치관에 따라 분노를 표현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고요. 그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차별금지법이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세요.
"정말 위험한 혐오 표현은 고위 공직자나 정치 지도자들이 하는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 발언 이후 미국에서 인종 혐오 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힘을 가진 쪽에서 혐오 표현을 하면 숨어 있던 차별주의자들이 더 자유롭게 자신의 편견을 드러내게 되거든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일반 시민의 표현 규제보다 고위 공직자와 정치 지도자들의 혐오 표현을 먼저 규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오픈넷을 포함한 15개 시민단체가 법안을 만들었고, 지방선거가 끝나고 상임위 구성이 새로 되면 법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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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교수 "일베 폐쇄 답 아냐... 혐오보다 먼저 '차별' 정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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