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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서울시장'들'에게 너무 질렸다

[새 서울시장에 바란다] 세계적인 도시는 강요가 아닌 즐거움으로 채워질 것

등록 2026.05.21 17:28수정 2026.05.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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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에 그려져 있는 벽화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
대학로에 그려져 있는 벽화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 이원재

"예술은 가장 하찮은 잎사귀라고 말한 작가가 있었다. 가장 새로운 것은 언제나 가장 작은 법이기에. 그렇다. 도무지 싹이 돋을 것 같지 않은 민둥가지를 뚫고 시가 숨은 눈 속에서 움트곤 하지 않던가. 그리고는 어느새 무성해져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지 않던가." - 나희덕,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 2004.

그렇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문화는 가장 하찮은 존재다. 아파트와 주식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오늘 하루의 노동과 일자리에 청춘은 물론 노년까지 갈아 넣어야 할 세계 최고의 경쟁 도시에서 문화라니. 정말 가당치도 않다.

나희덕 시인의 글처럼 예술과 문화는 이 도시에서 가장 작은 존재였고 그래서 가장 새로운 것이었다. 도무지 싹이 돋을 것 같지 않았던 회색 도시 서울에서 움트고 무성해진 예술과 문화는 어느새 이 도시와 대한민국의 향기가 되고 자랑이 되었다. 이제 많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입만 열면 'K-' 발음으로 시작해서 글로벌 문화도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모두가 문화기획자다.

아마도 이들의 과장된 약속대로라면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의 서울은 곳곳에서 아레나 공사가 시작되고, 1년 365일 케이팝 축제로 시끌벅적할 것이다. 물론 작고 소중한 예술과 문화는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후겠지만.

새 서울시장은 '글로벌 문화도시', '세계 최대 축제', '3천만 관광 시대' 등이 아니라 '시가, 노래가, 그림이, 이야기가, 몸짓이 움트고 무성해지는 서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기를 바란다. 너무 무리한 바람인가. 축제를 하면 사람이 미어터지고, 예술을 하면 국제적인 상을 받고, 건물을 지으면 관광객이 좋아하는 랜드마크가 되고, 음식을 만들면 미슐랭 핫플레이스 정도는 돼야 문화도시라 착각하는 서울시장'들'에게 너무 질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만큼 서촌 골목길의 동네서점을 좋아하고,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처럼 홍대앞과 문래동의 거리예술에 귀 기울이고,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영화 돌파를 축하하면서도 서울아트시네마나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를 찾아보는, 그런 서울시장을 만나보고 싶다. 지금 서울에는 예술과 문화를 도시의 미래 경쟁력이나 국뽕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더불어 감각하고 즐길 줄 아는 '쫌 놀 줄 아는' 서울시장이 필요한 시대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라서 48시간 수준으로 경쟁과 성과를 강요하는 서울시장보다는, 조금이라도 문화적인 감수성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삶을 다정하게 살펴보고 진심 어린 위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서울의 미래이자 경쟁력은 더 이상 도시 개발과 부동산을 위해 스스로 헌신하고, 다른 사람의 헌신을 강요하는 시민에게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위로할 줄 알고, 타인의 슬픔과 즐거움을 존중할 줄 아는 시민과 도시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런 일상이 다양하게 되먹임되고 축적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문화사회다. 이러한 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시장, 그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 서울시장을 상상해 본다.

새로운 씨앗을 심어야 한다


 예술청을 직접 만들기 위해 공론장과 거버넌스에 참여한 현장 예술가들(2019년, 대학로 구 동숭아트센터)
예술청을 직접 만들기 위해 공론장과 거버넌스에 참여한 현장 예술가들(2019년, 대학로 구 동숭아트센터) 이원재

이런 맥락에서 새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은 이제 '무엇을 하겠다'보다는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서울시장이 스스로 문화기획자를 자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문화와 예술은 잘 모르니까 많이 가르쳐 주세요'로 시작해서 축제 아이템부터 포스터 디자인까지 제안하는 서울시장, 많이 별로다.

둘째, 서울의 오래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맘대로 개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해외 출장 다녀올 때마다 대단한 사례를 발견한 것처럼 혼자 들떠서, 멀쩡한 서울의 오랜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관광지나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거, 이제는 좀 무섭다.

셋째, 서울의 문화정책을 본인의 임기나 선거의 시간에 맞추는 어리석은 짓도 그만해야 한다. 이제 서울의 문화정책은 도시의 시간성을 고려한 지속적인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울은 오래된 도시이며, 서울 시민들의 삶이 서울시장 임기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시의 문화정책은 '빨리빨리'가 아니라 '차이(다양성)와 반복(순환)'의 가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혹시나 새 서울시장이 반드시 해야 할 공약이 있다면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50대 이상의 남성이 아닌', '캠프 출신의 시키는 것만 잘하는 부하가 아닌', '공무원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서울문화재단 대표 선임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문화행정을 제대로 혁신하겠다는 새 서울시장의 명확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 주요 문화정책이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서 결정되고 운영되는 것이다. 기존의 '서울시 문화도시위원회'나 '예술청' 등과 같은 협력적 거버넌스 구조를 더욱 다양하고 깊은 민주주의의 방법들로 보완하여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운영해야 한다. 요란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홍보와 성과에 급급한 서울시 문화행정의 관료주의를 그 뿌리부터 개혁하고 새로운 씨앗을 심어야 한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스위스 출신의 화가이자 바우하우스로 잘 알려진 파울 클레의 말처럼, 다가올 서울의 문화정책은 보이는 성과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살펴보고 지원해서 움트게 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그렇게 무성해진 예술과 문화가 시민의 일상을 춤추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문화 #예술 #문화도시 #문화사회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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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선출될 서울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토건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환경, 하천, 주거, 복지, 민주주의 등 도시 전 분야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지금,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진정한 '시민을 위한 서울'을 향한 새로운 제안을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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