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5.01 17:23수정 2026.05.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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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보내준 도예품들 왼쪽은 최근에 보내준 공예품, 오른 편은 40년 전 오산중 제자가 보내준 백자 항아리.
박도
5월은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등, 여러 감사의 날이 몰려 있다. 해마다 감사의 달을 맞을 때마다 나는 자식으로서, 훈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또는 다 하였는가 반성케 한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떨어드린 채 반성과 참회하기 일쑤다.
며칠 전, 지난날 내가 28년 간 근무했던 전임 학교(이대부고) 졸업생이 베푼 사은회에 올해는 특별히 그동안 그들이 베풀어준 은혜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인사하러 갔다. 그런데 또다시 많은 은혜를 입고 돌아왔다. 이튿날 초인종이 울려 밖으로 나가자, 사람은 없고 택배 상자만 놓여 있었다.
그 택배 상자를 열자 공기와 대접 등, 6점의 도예품이 들어 있었다. 그 공예품이 너무 예뻐서 밥이나 반찬을 담기에는 호사일 것 같아, 마침 오래전에 교단 첫해 오산중학교 근무 당시의 제자가 보낸 학 무늬의 백자 항아리 곁에 두었다. 그러자 서재의 분위기를 일신 시키며, 남은 생애에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케 했다.

▲제자 오산 중 근무 당시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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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2년 3월, 나는 서울 용산구 오산중학교에 부임했다. 가장 나이 어린 신임 교사라 하여, 학교 당국은 그해 나에게 중 1-12반 학급 담임을 맡겼다. 그때는 서울 인구가 한참 팽창할 때라 학급 정원이 70명에 정원외 보훈 자녀까지 모두 72명이었다.나는 교단 첫 담임 반이라, 그들이 여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머지 전심 전력을 기울여 지도했다. 그래서 72명의 반 전체 학생을 출석부를 보지 않고도 욀 수 있었고, 신입생 환영 구기대회(축구)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는가 하면, 다달이 학급 신문조차 만들었고, 때로는 학교 소풍 행사와는 별도로 학급 학생들을 용문산으로 데리고 1박 2일 야영도 하였거니와, 내가 군 복무했던 경기도 양주군 백석면 비암리 군부대도 학급 단위로 위문하는 등, 지금 생각해도 나는 참으로 별난 교사였다.
1989년 어느 초여름, 당시 나는 서울 시내 서대문구 이대부고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점심시간 무렵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다. 지난날 오산중학교 제자 된다는 분이 찾아왔다고 하기에 그를 맞이 하니 1972학년도 오산중 1-12반 학급 제자 신철오 군이었다.
그의 말인 즉, 그 며칠 전에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고르는데, 매대 위에 박도 에세이집 <비어 있는 자리>가 보이더란다. 혹이나 중1 때 담임 선생님이 아닐까 하여, 그 책을 집어 #2면의 저자 소개를 보자 틀림 없는 담임 선생이기에 바로 사서 그날 밤 그 책을 읽었단다. '제2장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편을 읽다가 바로 자기 이야기가 책에 나와 깜짝 놀랐다. 며칠 고민하다가 지금이라도 찾아뵈는 게 도리일 것 같아 그날 학교로 찾아왔다고 했다.
나는 그를 담임 했을 때 그가 입학하기 그 얼마 전,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꿋꿋하게 살아라'라고 몇 마디 조언을 한 듯했다. 또 그가 학급 신문에 '어머님 생각'이라는 글을 투고하여. 그 글을 실어준 기억도 떠올랐다. 그와 나는 학교 앞 밥집에서 점심을 나누고 헤어지는데, 그는 굳이 학 두 마리 무늬의 백자 항아리를 내게 안기고 떠났다.

▲표지 비어 있는 자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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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4년 2월, 정년을 5년 남기고 교단을 떠나 강원 산골로 귀촌했다. 이따금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을 앞두고 제자들이 서울로 초대하여 참석했다. 올해는 내 예감에 어쩌면 마지막 같기에 참석하여 그간 베풀어준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 서울로 갔다. 오늘까지 내가 현역 작가로 그 명맥을 유지하는 그 으뜸 원인은 여러 제자의 도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모임에서도 후한 접대으로 또 신세를 진 바, 한 졸업생(이대부고 25기 인덕과학기술고 교장 이명섭)은 자기가 빚은 도자기를 택배로 보내주었다. 그 작품들이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 주방으로 보내지 않고, 내 서재 장 위에 모셨다.
요즘 나는 날마다 그 도자기를 바라보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추한 이미지는 남기지 말자고...

▲사은회 2026 이대부고 사은 모임
은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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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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