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셀 참사로 남편 고 김병철(52)씨를 잃은 최현주(53) 충북인뉴스 기자. 최 기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주 노동자 산재사망 등 참사를 취재해온 기자다.
김성욱
고 김병철씨의 아내 최현주씨는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리셀 2심 재판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국민의 대표이신 대통령님께 이렇게 편지를 쓴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어찌 이토록 돈과 권력 앞에 관대하단 말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무려 23명이다. 꿈과 희망에 부푼 21살 청년부터 세 아이를 둔 50대 가장까지 23명이 한날한시에 죽음을 맞이했다"라며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않았고 생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방치한 결과다. 고인들 대다수는 팔과 다리도 없이, 심지어 머리가 없는 채로 수습됐고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장례를 치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살기 위해서 합의를 했다"라며 "지난 겨울 우재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아리셀 대표와 본부장의 징역 15년이 패가망신이라고 말해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패가망신이라는 단어는 저희들이 쓰고 싶은 말이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저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남편의 죽음으로 제 가정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라며 "주변에선 대법원에서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너무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라고 토로했다.
더해 최씨는 "23명 고인 중 13명은 팔·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장례를 치렀다. 아직까지 그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며 "아직도 아리셀 공장 바닥에 뒹굴고 있는 고인들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23명 영혼 하늘나라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아리셀 참사로 사망한 고 엄정정(25)씨의 어머니 이순희(54)씨가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욱
고 엄정정씨 어머니 이순희씨도 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리셀) 회사와 대표를 용서해서 합의본 것이 아니다. (아리셀 측이) 공탁을 건다고 하고 생계유지 위해서 (합의를) 본 것뿐인데, 그 이유로 15년에서 4년으로 감형했다는 건 엄연한 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죄 지은 자가 죗값을 제대로 공평하게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재발방지 대책도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며 "대통령님 도와주십시오. 23명의 영혼이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아리셀 대책위 소속 권미정 활동가는 "유가족들은 대통령도 직접 이야기하는 '산재 없는 세상',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이 정말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냈고, 28일 우체국으로부터 '직장 동료가 이를 받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최씨가 이 대통령에 보낸 편지 전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님께
저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에서 남편(고 김병철)을 잃은 최현주입니다. 뉴스를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아리셀 2심 재판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국민의 대표이신 대통령님께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어찌 이토록 돈과 권력 앞에 관대하단 말입니까.
무려 23명입니다. 꿈과 희망에 부푼 21살 청년부터 세 아이를 둔 50대 가장까지 23명이 한날한시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않았고 생산실적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방치한 결과입니다. 고인들 대다수는 팔과 다리도 없이 심지어 머리가 없는 채로 수습되었고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장례를 치렀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참사의 원인뿐 아니라, 참사 이후 과정도 매우 심각한 '참사'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이번 2심 재판 결과입니다. 2심 재판부는 아리셀 측이 위험을 방치한 것은 맞지만 그 처벌 수준이 4년이랍니다. 유족들과 합의를 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입니다.
저희들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고 수없이 합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아리셀 측은 사과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기자들 앞이었고 판사 앞에서였습니다. 배·보상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가족들은 대책위를 통해서 공동으로 합의하길 원했고 수없이 요구했지만 사측은 고인들의 대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부모, 배우자 등 개별적으로 접촉해 부분합의를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인간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고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2심 선고를 며칠 앞두고부터 사측은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합의를 유도했고 마지막까지 민사소송을 준비하던 5명의 유가족도 생계 및 민사소송의 부담감 등으로 마침내 합의에 동의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살기 위해서 합의를 했습니다. (중략) 누군가는 말합니다. 합의를 하고 돈을 받았으면 그만이지 형량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피해자가 정당히 받아야 할 민사합의를 한 것이지 형사합의를 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저희들도 민사합의가 형사재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리라곤 예상했지만 4년 형은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판결입니다.
지난 겨울 우재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아리셀 대표와 본부장의 징역 15년이 패가망신이라고 말해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패가망신이라는 단어는 저희들이 쓰고 싶은 말입니다. 저희들은 패가망신을 넘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저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남편의 죽음으로 저의 가정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저는 1년 넘도록 정신과를 들락거리고 있고 딸 둘은 방황하고 있습니다. 막내 아들은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중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던 모범적인 아이였지만 지금은 또다시 자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패가망신, 풍비박산이 아니면 그 무엇이란 말입니까. 주변에선 대법원에서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정녕 유가족들의 이러한 분노를 어찌 외면한단 말입니까. 이것이 국민주권 시대의 사법부란 말입니까. 저는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기까지 합니다. 현재의 사법부는 분명히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저희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죄를 지은 이들이 제대로 죗값을 받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23명 고인 중 13명은 팔·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76년 전 6·25때 가족을 잃은 이들도 한 조각 유해라도 찾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가족의 마지막 모습은 평생을 걸쳐 천추의 한이 된다는 말입니다. 아직도 아리셀 공장 바닥에 뒹굴고 있는 고인들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2026년 4월 27일 아리셀 유가족 최현주 드림.

▲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엄정정씨의 어머니 이순희씨가 27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법원 판결과 유골 찾기에 힘이 돼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했다.
이순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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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토록 돈과 권력에 관대한가" 대통령에 편지 쓴 아리셀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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