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송곳니와 아래턱뼈 단양 구낭굴 구석기유적에서 출토된 호랑이뼈
정재학
그렇다면 이 호랑이의 뼈들은 왜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 첫 번째 가정은 호랑이의 은신처로 죽거나 남긴 사체의 일부가 퇴적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호랑이가 먹이를 끌고 와서 먹고 주변 동물 뼈와 함께 혼합되었을 가능성, 마지막으로 인간이 사냥하거나 사체 일부를 도구 및 의례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는 의견들이 있는데 아마도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런데 함께 출토된 석기, 도구들의 수준을 살펴보았을 때 면대면 사냥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닌 것이 함께 출토된 곰 뼈에 찍힌 자국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덫과 공동체의 협업 등으로 사냥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겨진 뼈의 상태도 말끔하고 모두 위력적인 부위인지라 의례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시간의 기억 속에 쌓인 것은 아닌지 상념에 빠져 보았다.
호랑이의 이빨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신라 왕호인 '이사금'이 문득 떠올랐다. 어원이 '이'는 이빨을, '사금'은 우두머리를 의미하는데 이는 곧, 이빨을 가진 자, 즉 강력한 존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호랑이의 송곳니는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권력과 위엄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단양 구낭굴에서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유적 탐방을 넘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존재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다. 호랑이는 더 이상 이 땅에 살지 않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시간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과거는 장소를 기억하라고 하고, 현재는 현장으로 초대했다. 미래는 과연 어떤 질문을 던질까. 시간의 기억 속에서 한국호랑이는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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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학예연구사이자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탐방해 온 문화유산 전문 크리에이터입니다. 김구 선생 탄생150년을 맞아 문화강국 프로젝트 일환,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 유치 및 국립한국호랑이박물관 건립 기원을 위해 기획한 연재로 "거룩한 장도-한국호랑이를 찾아서" 매주 금요일,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호랑이를 찾아 탐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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