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원과 소방이 2023년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보강: 16일 오후 6시 30분]
"(작전 범위가) 수중이니 수변이니 물이니 이러한 말장난으로 누군가에게 죄를 씌운다는 게 참 안타깝다. 이번 호우 피해 복구 작전의 실종자 수색은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현장으로 투입돼 임무 수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잘못이다."
순직 사건의 업무상 과실 책임을 인정한 고 채 해병 직속상관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이 법정에서 증언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측은 채해병 순직 전날 선임 대대장이었던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등 하급자들이 상부의 수변 수색 지시에 반하는 "허리까지 입수"로 지침을 바꾸어 수중 수색을 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16일 채해병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소장), 박상현 전 7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중령), 이 전 포7대대장(중령) 등에 대한 1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선 고 채해병의 직속 부대장이었던 이 전 대대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대대장 "허리까지 입수, '다 승인 받았다'고... 사단장·여단장 승인으로 생각"
이 전 대대장은 이날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이 채해병 순직 전날(2023년 7월 18일) 현장 상황을 묻자 "어디가 수변이고 육지인지, 어디가 강인지 모르는 지역이었다"라며 "현지 상황 자체를 저희가 모르는 상황에서 작전에 병력을 투입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에 특검팀은 같은 날 사단장 주관 VTC(화상회의)에서 임 전 사단장이 "위에서 보지 말고 내려가 찔러보면서 정성껏 수색하라"며 강조한 것이 포병부대에 전파된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 전 대대장에게 "포7대대는 첫날 비교적 안전한 도보 정찰 위주로 수색했는데, 이후 지시 때문에 무리하게 수변 구역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느냐"라고 물었다. 이 전 대대장은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하라는 내용이 도보 정찰을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까지 이르게 됐다"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곧장 이 전 대대장에게 같은 날 오후 4시경 최 전 대대장이 포병 대대장들이 모인 대화방에 남긴 '사단장님 지시사항'을 제시한 뒤 "3항을 보면 '9시 30분 전개한 포병을 지휘한 부대(포3대대 9중대-기자 주)의 장은 지휘를 똑바로 할 것'이라고 돼 있다"라며 "사단장이 왜 질책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 전 대대장은 "사실 급하게 왔기 때문에 통제 대책 없이 과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수선할 수밖에 없는데 (사단장이) 과하게 뭐라고 하시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라며 "군복을 입은 저희들은 그 압박감을 잘 아는 상황이기에 많이 (압박감을) 느꼈다. 저희가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특검팀= 증인은 2023년 7월 18일 밤 9시경부터 박 전 여단장이 주관한 VTC 참석 했는데, 당시 (박 전 여단장이) '현장 지형 상황은 어떻고, 물이 (홍수로) 얼마나 불어났으며 지반이 미끄러진 상황은 없었는지' (등을 묻는) 논의가 없었나?
이 전 대대장= 네, 기억나지 않는다.
특검팀= 여단장 주관 VTC 마치고 자연스럽게 포병 간부들과 결산회의가 있었는데, 어떤 논의들이 오고 갔나?
이 전 대대장= 제가 기억하는 건 (사단장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들과 (사단장이 강조한) 복장 통일, '허리까지 (입수)가능하며 이를 승인받았다'는 내용들, 부사관들의 안전 활동을 당부하는 말들이다.
특검팀= 최 전 대대장이 '(포병은) 허리까지 내일 들어간다' '승인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누구의 승인으로 언급했나?
이 전 대대장= 최 전 대대장이 '다 승인받았다'라고 했다. 다 승인을 받으려면 사단장, 여단장 이렇게 두 분 승인을 받았다고 느꼈다. 대대장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지시로 느꼈다.
이 전 대대장은 특검팀이 '이 사건의 사고 원인' 등을 묻자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끝을 흐리다가 "현장을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장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시가 많이 내려왔다"라며 "제 부하들이나 여단장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단을) 건의했을 때도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제가 상급부대에 (작전 중단을) 적극 건의하고 말렸어야 했는데 그걸 하지 못 한 제 잘못"이라고 울먹였다.
임 전 사단장 측 "허리까지 입수 최 전 대대장이 잘못 전달한 것 아닌가"
반면 임 전 사단장 측은 허리까지 입수하는 것을 사단장 지시로 오인하게 된 것이 최 전 대대장 측 발언 때문 아니냐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완규 변호사(윤석열 정부 법제처장, 임 전 사단장 변호인)는 "허리까지 입수하자는 최 전 대대장의 말을 듣고 (이 전 대대장은) 사단장 지시로 생각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이는 최 전 대대장이 '다 승인받았다'고 말한 것 때문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 전 대대장은 "그렇다"라며 "최 전 대대장이 '사단장이 화났다'라면서 사단장 지시사항을 몇 시간 동안 계속 전파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만일 사단장이 허리까지 입수를 지시한 게 아니라면 최 전 대대장이 전달한 게 잘못인가"라고 물었고, 이 전 대대장은 "가정에 의한 답변은 불필요하다"라고 말을 아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이 전 대대장이 '장화를 지참하되 수변 끝까지만 가고 절대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7여단장 지침을 포7대대 간부들에게 공유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전승수 변호사(임 전 사단장 변호인)는 "최 전 대대장은 2023년 7월 18일 오전 5시 51분 '장화를 지참하되 수변 끝까지만 가라. 절대 물에 들어가는 일 없도록 재강조됐다'라고 공유했는데 이를 포7대대 중대장들에게 전파한 사실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 전 대대장은 "누락했다"라고 시인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또 최 전 대대장이 '허리 아래까지 입수'를 전파한 것을 두고 유독 이 전 대대장이 "사단장 지시"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임 전 사단장의 변호인은 "최 전 대대장은 박 전 여단장에게 들었다고 해 (허리 아래까지 입수 지시 여부를 두고) 둘이 다투고 있으나 (양 측 모두 허리 아래까지 언급이) 사단장 지시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포7대대의 중대장들도 '사단장 지시'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혹시 (허리 아래까지 지침을) '사단장 지시'라고 말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 전 대대장은 "관련 얘기는 안 나왔다"라며 "제가 받은 사단장 지시 문자를 중대장들에게 보내다 보니 똑같이 사단장 지시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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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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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채해병 직속상관 "수변이니 물이니 말장난으로 죄 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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