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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지각에 16시간 30분 '대기'... "계속 일해도 빚이 자꾸 늘어요"

[안전운임제로 물류운송에 안전을 새겨 넣자③] 화물연대 충남본부 이용래 현대제철2지회장의 하루

등록 2026.03.13 06:41수정 2026.03.1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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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휴게소에 주차돼 있는 화물차량들의 모습
한 휴게소에 주차돼 있는 화물차량들의 모습 연합뉴스

2월 19일 아침, 당진에서 만난 이용래 님은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천장까지의 높이가 3.6m나 되는 25톤 트럭이 그의 일터다. 2주 전 물건을 싣고 트럭에서 뛰어내리다 왼쪽 다리에 골절을 입었다. 2주간 깁스한 채 운전을 했고, 인터뷰 직전 풀었다.

깁스하고도 운전하셨냐는 나의 우문에 "쉬면 누가 (차량) 할부금 내 주나요? 다행히 왼쪽이잖아요. 다친 거 보고 마누라가 '다행히 왼쪽이네' 하는데 너무 얄미워서 명절 동안 말도 안 걸었어요"하며 웃는다. 2003년부터 23년째 철강 화물을 운반하고 있는 화물연대본부 현대제철2지회장 이용래 님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철강 운송 노동자의 하루 : 10분 지각, 1박 추가

이용래 님의 업무는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철 생산품을 주로 경북 포항으로 운송하고, 포항의 물건을 당진으로 나르는 일이다. 19일 아침 9시 40분쯤, 포항으로 가는 운송품으로 배차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트럭을 몰고 현대제철 후판 상차장 근처 대기장으로 갔다. 가서 운송사로부터 운송장을 받고, 순서를 기다린다.

앞에 이미 여러 대의 화물차가 서 있다. 몇 대는 운전 노동자가 차에 실린 철판을 비닐로 싸고 있다. 물건을 '포장'하는 건 현대제철의 일이지만, 그걸 운송 트럭에서 한 번 더 '복포'하면 운송기사의 일이 된다. 고속도로의 염화칼슘 때문에 제품이 상한다는 이유인데, 포장에 드는 시간은 고스란히 공짜 노동이다.

대기장에 있다가 앱으로 상차장 내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상차장으로 들어간다. 거기서도 물건 싣는 노동자가 물건을 확인하고, 실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차장에 차를 대고 기다리다가, 철판을 싣는 노동자가 나타나지 않자 한 번 더 차에서 내려 재촉하고 왔다. 후판 세 장인데, 총 23톤이나 된다. 짐을 싣고 다시 대기장에 가서 철판을 고정한다. 우리가 짐을 싣고 현대제철을 떠난 건 오전 11시 40분. 이 정도면 빠르게 된 편이라고 한다.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나 휴게소에 들어갔다. 2시간 연속 운전 시 15분 휴식 규정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것으로, 화물차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서다.


"오늘은 짐이 길지는 않은데요, 25m짜리 긴 화물을 싣고 갈 때도 있어요. 그런 날은 휴게소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앞뒤에 차 세워져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고 나오겠어요. 당진에서 포항 가는 사이에 대형 화물차가 편하게 들어가서 쉴 만한 휴게소가 영천, 신탄진밖에 없어요. 밤에는 깜깜하니까 더 위험하죠. 과로 방지도 좋지만, 대책을 만들려면 대형 화물차 전용 휴게소부터 만들고 쉬라고 하든가. 이 규정 만든 사람 태우고 하루 같이 운전해 보고 싶다니까요."

점심도 안 먹고 달렸는데, 포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40분이었다. 목적지 회사는 짐을 3시 30분까지만 받는다. 출발할 때부터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10분 지각이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8시에 짐을 내려야 한다. 10분 지각이 16시간 30분 낭비로 돌아온다. 주차장도 따로 없다. 공장 사이 뒷골목에 차 대고, 거기서 자야 한다. 아무런 추가 보상도 없다. 이러니 휴게소 안 들르고, 살짝 과속하고, 잠깐 1차로로 달리고 싶지 않을까?


 2026.02.19. 당진에서 포항으로 철강제품을 운송 중인 이용래 님
2026.02.19. 당진에서 포항으로 철강제품을 운송 중인 이용래 님 최민

나름의 '안전운임제'

그나마 이용래 님에게는 나름의 '안전운임제'가 적용 중이다. 그의 차는 25톤이나 되는 특수화물차로, 적정한 운송 단가를 유지하고 있다.

"18일에도 포항 갔다가 빈 차로 돌아왔거든요. 저는 포항 가는 운송료가 96만 원이에요. 왕복 기름값이 40만 원, 할부가 매달 500~600, 보험료가 연 300, 타이어 16개 돌아가며 바꾸는 게 연 300, 엔진오일 연 300, 요소수가 월에 60만 원 들어요. 차량 감가상각은 제외하고, 96만 원 중 25만 원 정도 남는 거 같아요. 포항에서 짐이 없어도 당진 집에 갈 만한 수입은 되죠. 그런데 우리가 평판이라고 부르는 일반 철판을 나르는 차들은 운송료가 55~60만 원이거든요. 돌아오는 짐이 없으면 10만 원도 안 남아요. 5만 원이나 남나? 그러니까 어떻게든 짐을 받아서 싣고 올라오려고 기다리는 거죠.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하루 이상 기다리는 일도 많아요."

그런 점에서 이용래 님이 적용받는 운송료는 일종의 '안전운임제'인 셈이다. 짐이 없으면 빈 차로 당진에 돌아갈 수 있는 운임, 무리해서 차에서 자거나 위험하게 운전하지 않을 수 있는 운임. 윤석열 정권 때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 안전운임제가 폐지될 때 화물연대는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결국 일몰제를 폐지시키지 못했다. 하루 일 안 하면 30만 원 정도 손해 본다는 계산이 서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파업 투쟁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 '우리와 직접 관련도 없는데 왜 이렇게 싸워야 하냐'는 철강 운송 조합원들을 안전운임제가 있어야 우리한테도 기준이 된다고 설득했다.

"당연히 철강에도 안전운임제 적용되면 좋죠. 하지만 컨테이너나 시멘트처럼 단일 품목이 아니라서 적용이 어렵다는 논리도 이해는 가요. 그럴 때 컨테이너나 시멘트라도 안전운임제가 있으면, 그걸 기준으로 투쟁할 수 있잖아요. 이번에 국토부에서 컨테이너 운임을 14~15%, 시멘트는 17% 올린다고 하잖아요. 안전운임 이만큼 올리니까 우리도 이만큼 올리자, 이런 협상이 되잖아요. 그래서 당장 철강까지 적용이 안 되더라도 우리에게도 중요한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주, 운송사 + 플랫폼, 트럭 판매자, 캐피탈...

이용래 님 역시 평판 운반하는 차로 시작했다. 비교적 차가 작고 저렴해서 입문은 다들 그렇게 한다. 당진에서 포항 갔다가, 아무 짐이나 받아서 어디든 간다. 거기서 또 짐 따라 다음 행선지가 정해진다. 그러니 초짜이던 20대 시절,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들어갔다. 빚을 크게 내서라도 더 큰 차를 몰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깨달았다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20년 꾸준히 일해도, 운이 좋아야만 빚이 없는 노동이다.

"저는 성공했다고 봐요. 20년 지난 지금 어쨌든 다음 달이면 할부도 다 끝나고요. 애 둘 다 잘 키웠고요. 다 이렇지는 않아요. 저는 20년 무사고거든요. 사고라도 한 번 나면, 수리비가 수천이에요. 병이라도 나서 한 두 달 일 못 하면, 차를 잃을 수도 있어요. 계속 일하는데도 빚이 자꾸 늘어요. 차가 2억~4억 원씩이나 돼요. 그렇게 비싼데도 운 나빠서 고장 잦은 차 걸리면 수리비도 비싼데다 차 고치는 동안 운행을 못 하니 손해가 엄청나죠."

화주, 운송사, 화물 노동자의 삼각관계만 생각했는데,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전 세계 단 몇 개 회사가 독과점으로 대형 트럭을 생산해 어마어마하게 비싸게 판매하고, 수리비로도 돈을 번다. 수수료로 돈 벌면서 화물 운송비는 점점 더 낮추는 플랫폼 기업도 있고, 차 살 때뿐 아니라 운전 쉴 때나 생활비 없을 때 돈 빌려주면서 기생하는 캐피탈도 있다.

짐 없이 빈 차로 돌아갈 수 없는 화물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파고든 게 '플랫폼'이다. 스마트폰과 어플이 일상화되면서 화물 플랫폼이 활발해졌다. 자기 회사 소속 기사들한테 연락 안 하고, 더 싼 값에 어플에 일감을 올리는 운송사랑 싸운 적도 여러 번이다.

"낮은 단가로 일하고, 일감 없어서 애타는 사람들은 플랫폼만 들여다보지요. 근데 어플에 뜨는 건 다 최저단가예요. 금요일은 짐이 적거든요. 그러면 원래 55만 원 하던 것을 35만 원으로 어플에 올리는 거예요. 기사들은 빈 차로 가느니, 35만 원짜리라도 잡는 거예요. 이러니까 화주사, 운송사 다들 어플로 사람 구하려고 하죠. 플랫폼만 돈 벌었죠. 기사 1인당 수수료가 월 4~5만 원 하거든요.

캐피탈은 더 문제예요. 제 차를 지금 새 차로 산다면 앞부분이 3억, 뒤에 꼬리가 1억 정도 하거든요. 현금으로 못 사니까, 차 사러 가면 자기네 캐피탈을 소개해줘요. 지금 새 차 살 때는 이자가 6~7% 정도, 중고는 10%도 넘어요. 4억이라 치면 이자만 수천만 원이거든요. 예전에는 두 달만 할부금 못 내면, 바로 차를 뺏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중고 시장이 얼어붙어서 차를 안 가져가고, '재할부'라고 해서 대출을 2년 연장해 줘요. 그동안 냈던 이자만큼 갚을 돈이 더 늘어나요. 5년에 갚기로 했던 할부가 10년이 돼도 안 끝나는 경우가 있어요. 링거 놔주면서 피 뽑아가는 거 같아요.

저도 휴가 때, 명절 낄 때, 파업할 때는 돈 빌려서 할부금 낸 적 있어요. 자다가도, 쉬는 날도, 마누라랑 싸우다가도 할부 걱정해요. 그럴 때는 죽어야 끝날 거 같은 생각도 들고, 암암리에 자살하는 분들도 계세요."

차에서 잔 이용래 님은 20일 아침 6시부터 회사 하차장 앞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 오픈런이다.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짐을 내려주니, 5분 늦었다가 수십 분 손해 볼 수 있다. 2시간 기다려 8시에 하차장이 열리고, 네 번째로 짐 내리니 9시 30분이다. 원래 당진까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포항에서 헤어지게 됐다. 긴 기다림과 예측 불가능성이 화물 운송 노동의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

이 일 안 하는 게 꿈이다, 미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조합원들 설득해 파업 투쟁에 나가고, 지입제 폐지되고 운송자격증이 좀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 운수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이용래 님과 헤어져 서울로 올라오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에 서 있는 화물차가 달리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안전운임제 #화물노동자 #화물운송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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