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2.19. 당진에서 포항으로 철강제품을 운송 중인 이용래 님
최민
나름의 '안전운임제'
그나마 이용래 님에게는 나름의 '안전운임제'가 적용 중이다. 그의 차는 25톤이나 되는 특수화물차로, 적정한 운송 단가를 유지하고 있다.
"18일에도 포항 갔다가 빈 차로 돌아왔거든요. 저는 포항 가는 운송료가 96만 원이에요. 왕복 기름값이 40만 원, 할부가 매달 500~600, 보험료가 연 300, 타이어 16개 돌아가며 바꾸는 게 연 300, 엔진오일 연 300, 요소수가 월에 60만 원 들어요. 차량 감가상각은 제외하고, 96만 원 중 25만 원 정도 남는 거 같아요. 포항에서 짐이 없어도 당진 집에 갈 만한 수입은 되죠. 그런데 우리가 평판이라고 부르는 일반 철판을 나르는 차들은 운송료가 55~60만 원이거든요. 돌아오는 짐이 없으면 10만 원도 안 남아요. 5만 원이나 남나? 그러니까 어떻게든 짐을 받아서 싣고 올라오려고 기다리는 거죠.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하루 이상 기다리는 일도 많아요."
그런 점에서 이용래 님이 적용받는 운송료는 일종의 '안전운임제'인 셈이다. 짐이 없으면 빈 차로 당진에 돌아갈 수 있는 운임, 무리해서 차에서 자거나 위험하게 운전하지 않을 수 있는 운임. 윤석열 정권 때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 안전운임제가 폐지될 때 화물연대는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결국 일몰제를 폐지시키지 못했다. 하루 일 안 하면 30만 원 정도 손해 본다는 계산이 서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파업 투쟁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 '우리와 직접 관련도 없는데 왜 이렇게 싸워야 하냐'는 철강 운송 조합원들을 안전운임제가 있어야 우리한테도 기준이 된다고 설득했다.
"당연히 철강에도 안전운임제 적용되면 좋죠. 하지만 컨테이너나 시멘트처럼 단일 품목이 아니라서 적용이 어렵다는 논리도 이해는 가요. 그럴 때 컨테이너나 시멘트라도 안전운임제가 있으면, 그걸 기준으로 투쟁할 수 있잖아요. 이번에 국토부에서 컨테이너 운임을 14~15%, 시멘트는 17% 올린다고 하잖아요. 안전운임 이만큼 올리니까 우리도 이만큼 올리자, 이런 협상이 되잖아요. 그래서 당장 철강까지 적용이 안 되더라도 우리에게도 중요한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주, 운송사 + 플랫폼, 트럭 판매자, 캐피탈...
이용래 님 역시 평판 운반하는 차로 시작했다. 비교적 차가 작고 저렴해서 입문은 다들 그렇게 한다. 당진에서 포항 갔다가, 아무 짐이나 받아서 어디든 간다. 거기서 또 짐 따라 다음 행선지가 정해진다. 그러니 초짜이던 20대 시절,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들어갔다. 빚을 크게 내서라도 더 큰 차를 몰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깨달았다고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20년 꾸준히 일해도, 운이 좋아야만 빚이 없는 노동이다.
"저는 성공했다고 봐요. 20년 지난 지금 어쨌든 다음 달이면 할부도 다 끝나고요. 애 둘 다 잘 키웠고요. 다 이렇지는 않아요. 저는 20년 무사고거든요. 사고라도 한 번 나면, 수리비가 수천이에요. 병이라도 나서 한 두 달 일 못 하면, 차를 잃을 수도 있어요. 계속 일하는데도 빚이 자꾸 늘어요. 차가 2억~4억 원씩이나 돼요. 그렇게 비싼데도 운 나빠서 고장 잦은 차 걸리면 수리비도 비싼데다 차 고치는 동안 운행을 못 하니 손해가 엄청나죠."
화주, 운송사, 화물 노동자의 삼각관계만 생각했는데,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전 세계 단 몇 개 회사가 독과점으로 대형 트럭을 생산해 어마어마하게 비싸게 판매하고, 수리비로도 돈을 번다. 수수료로 돈 벌면서 화물 운송비는 점점 더 낮추는 플랫폼 기업도 있고, 차 살 때뿐 아니라 운전 쉴 때나 생활비 없을 때 돈 빌려주면서 기생하는 캐피탈도 있다.
짐 없이 빈 차로 돌아갈 수 없는 화물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파고든 게 '플랫폼'이다. 스마트폰과 어플이 일상화되면서 화물 플랫폼이 활발해졌다. 자기 회사 소속 기사들한테 연락 안 하고, 더 싼 값에 어플에 일감을 올리는 운송사랑 싸운 적도 여러 번이다.
"낮은 단가로 일하고, 일감 없어서 애타는 사람들은 플랫폼만 들여다보지요. 근데 어플에 뜨는 건 다 최저단가예요. 금요일은 짐이 적거든요. 그러면 원래 55만 원 하던 것을 35만 원으로 어플에 올리는 거예요. 기사들은 빈 차로 가느니, 35만 원짜리라도 잡는 거예요. 이러니까 화주사, 운송사 다들 어플로 사람 구하려고 하죠. 플랫폼만 돈 벌었죠. 기사 1인당 수수료가 월 4~5만 원 하거든요.
캐피탈은 더 문제예요. 제 차를 지금 새 차로 산다면 앞부분이 3억, 뒤에 꼬리가 1억 정도 하거든요. 현금으로 못 사니까, 차 사러 가면 자기네 캐피탈을 소개해줘요. 지금 새 차 살 때는 이자가 6~7% 정도, 중고는 10%도 넘어요. 4억이라 치면 이자만 수천만 원이거든요. 예전에는 두 달만 할부금 못 내면, 바로 차를 뺏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중고 시장이 얼어붙어서 차를 안 가져가고, '재할부'라고 해서 대출을 2년 연장해 줘요. 그동안 냈던 이자만큼 갚을 돈이 더 늘어나요. 5년에 갚기로 했던 할부가 10년이 돼도 안 끝나는 경우가 있어요. 링거 놔주면서 피 뽑아가는 거 같아요.
저도 휴가 때, 명절 낄 때, 파업할 때는 돈 빌려서 할부금 낸 적 있어요. 자다가도, 쉬는 날도, 마누라랑 싸우다가도 할부 걱정해요. 그럴 때는 죽어야 끝날 거 같은 생각도 들고, 암암리에 자살하는 분들도 계세요."
차에서 잔 이용래 님은 20일 아침 6시부터 회사 하차장 앞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 오픈런이다.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짐을 내려주니, 5분 늦었다가 수십 분 손해 볼 수 있다. 2시간 기다려 8시에 하차장이 열리고, 네 번째로 짐 내리니 9시 30분이다. 원래 당진까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포항에서 헤어지게 됐다. 긴 기다림과 예측 불가능성이 화물 운송 노동의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
이 일 안 하는 게 꿈이다, 미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조합원들 설득해 파업 투쟁에 나가고, 지입제 폐지되고 운송자격증이 좀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 운수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는 이용래 님과 헤어져 서울로 올라오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에 서 있는 화물차가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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