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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폭력 기사, 여전히 선정적이고 여성 취재원 비중도 낮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 3.8 여성의날 앞두고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등록 2026.03.04 18:04수정 2026.03.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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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아 서울대학교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의뢰해 진행됐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의뢰해 진행됐다. 언론노조

국내 언론의 젠더폭력 보도가 여전히 선정적인 묘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여성 취재원 비중도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와 김수아 서울대학교 여성학협동과정 교수 연구팀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점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의 연구팀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의뢰를 받아 '젠더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보도 준칙 준수 실태'를 조사했다.

이번 연구는 언론노조가 제정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2023)과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2025)이 실제 보도에서 얼마나 준수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18개 언론사가 2025년 8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보도한 ▲일반 기사 ▲젠더 기반 폭력 보도 ▲스포츠(2024 파리 올림픽) 보도 ▲성소수자 관련 기사 등 782건을 살폈다.

그 결과, 젠더폭력 기사 111건 가운데 57건(51.3%)에서 "몹쓸 짓", "나쁜 손" 등 부적절한 제목이 사용됐다. 또한 사건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가해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제목을 붙이는 관행도 여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기사 이미지나 기사 요약 기능 또한 쟁점으로 제기됐다. 중앙일보의 경우 기사 하단 'AI 질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기사 내용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는데, 해당 질문 내용에 피해자가 겪은 교제 폭력의 양상에 대한 물음을 넣는 등 부적절한 사례도 나타났다.

"'클릭 베이팅' 위한 제목 관습화돼... 언론 기능이 '중계'에 머무르며 더 어려워져"

 김수아 서울대학교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의뢰해 진행됐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 및 성소수자 인권 보도 준칙 준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실태 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의뢰해 진행됐다. 언론노조

이번 연구 결과 "고교생이 카페 화장실서 '몰카'... 예방 교육 '말로만"(KBS, 2025.07.16.), "'결박·스타킹' 성적 표현 정희원 카톡 대화 공개... "특정 행위 요구" 주장"(서울신문, 2025.12.21.), "딸뻘 여비서한테 "뽀뽀하자"며 손잡아 자기 옷 속에 60대 상무 집유"(동아일보, 2025.11.20.) 등의 선정적인 제목이 여전히 젠더폭력 관련 기사에서 51.3%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단 점이 확인됐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런 경우는 '클릭 베이팅(기사 클릭을 유도하는 일)'을 위한 관행적 제목 보도 방식이 관습화된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젠더 기반 폭력 보도에 대한 다수 주요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면서 해당 표현을 수정하거나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관행적 보도 방식으로 제목을 채택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김 교수는 "'몰카'는 명백하게 대안 단어가 있을뿐더러 문제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아직도 쓰인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거의 10년에 걸쳐 반복해 온 이야기임에도 계속 (문제적인 단어를) 쓰는 기사들이 발견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025년 5월 당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어떻게 언론 보도로 이어졌는지도 분석됐는데, 다수 언론이 이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노출하거나 '젓가락 발언', '여성 신체 발언' 등으로 단순 전달하는 보도를 선택했다.

이에 연구팀은 "이러한 사안의 경우 편집국 차원의 숙고와 논의 이후 보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속보 중심의 보도 시스템이 일상화된 지금, 다수 언론사가 '젓가락 발언' 등을 제목 및 본문에 사용했다"라면서 "폭력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등을 현장에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역량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보도이므로 신중한 언론의 검증과 비판이 필요한 부분이다. 언론의 기능이 '중계'에 머무르게 되면서 오히려 젠더기반폭력 문제를 사회적,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해당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취재원 비율 27.2%... 정치·경제 분야에서는 더 낮아

한편, 취재원의 성별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 결과 드러났다. 분석 기사 대상에 여성·젠더 보도가 많아 여성 취재원의 인용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기사 내 취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7.2%로, 남성(62.5%)에 비해 두 배 이상 낮았다. 특히,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정치·경제 분야의 경우 여성 취재원 비율은 각각 17.9%와 16.1%로 더 낮게 나타났다. 성소수자 보도의 경우에는 성소수자 취재원뿐만 아니라 보도 건수 자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여전했다.

스포츠 보도의 경우 "양궁 여신", "61세 탁구 할매", "가장 섹시한 육상 선수" 등 여성 선수의 외모를 강조하는 표현이 여전히 많았다. 김 교수는 "스포츠 보도의 경우 마치 '붕어빵 틀'처럼 여성 선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결론을 어떻게 맺을지를 이미 정해둔 것처럼 느껴졌다. 스포츠 보도의 경우 저널리즘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기사 이미지 생성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무연고 사망에 대해 심층 취재를 한 좋은 기사에도 (사회의) 성차별적 재현이 그대로 반영돼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가 들어가 있었다"라며 "AI 이미지 재현 윤리가 충분히 숙고되지 않은 채 선제적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저널리즘 차원에서 고민해 볼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라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젠더데스크 혹은 이에 준하는 사내 조직이 있는 언론사들이 성차별적 표현이나 여성 취재원 활용에서 긍정적인 양상을 보여, 젠더 데스크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혐오표현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는 기사를 작성하거나, 젠더 기반 폭력 관련 내용에서도 복합적 고려가 포함된 기사를 작성하는 등의 사례가 발견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젠더보도가이드라인 #실태조사 #김수아교수 #성평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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