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방울 대북송금 '진술회유' 의혹을 받는 방용철 쌍방울 그룹 전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고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1.6
연합뉴스
놓쳐선 안 되는 점은 접견 녹취에 박상용 검사의 사무실이었던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2023년 5월 26일 방 전 부회장은 접견을 온 김성태 전 회장 비서실장 엄용수씨와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 방용철 : "다음주까진 형이 답장을 못할 거 같아."
- 엄용수 : "필요하시면 형님, 저 불러주세요. 검찰에서."
방 전 부회장은 "그래그래 그러든지"라면서 "아니면 뭐 이따가 시간 되면 오후에 잠깐 나오든가"라면서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두시에 회장님(김성태)은 재판이고 나 혼자 나가서... 회장님 재판 끝나야 오기 때문에. 내가 (박)상민이(쌍방울직원) 한테 (권)봉수(쌍방울직원) 좀 데려오라고 했거든 봉수가 지금 그런 업무를 다 보고 있어. 그러니까 너랑 봉수랑 차라리 내가 쫌매주면 될 거니까. 두시에 넘어와 그래 1313 알지? 글로 전화해서 불러달라 그래. 아님 상민이한테 너 좀 등록해달라고 하고 두 시에 넘어와."
1313호는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실을, '등록'은 검찰청 출입 등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속 중인 김 전 회장을 수발한 것으로 알려진 쌍방울 직원 박상민을 통해 엄씨에 대한 수원지검 출입등록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6월 2일 방 전 부회장은 보다 노골적으로 쌍방울 직원들의 검찰 출입을 언급한다.
"(박)상민이한테 오늘 검찰청 오냐고 두 시까지. 원래 토요일까지 불러 놨다가 이화영이가 또 이상한 짓 하고 그래서 취소했거든. 그래서 어제 안나갔거든. 근데 오늘 또 나오라고 하는데 그게 원래 돼 있던게 취소가 안 된건지 다시 하는 건지 몰라서 다시 하는 거면은 이화영이 신문 때문에 나오라는 거고 취소가 안되면 그냥 해놓은 거 그때 가서 그냥 혼자 할 것도 없이 또 구치감에 앉아 있다 와야 돼. 그래서 확인해볼라 그러는 거지. 그냥 놔둬. 그냥 내가 나갈게. 그러면 나가도 상민이라도 와있으면 말벗이라도 하는데 안 와 있으면 다 회장님 재판이라서 거기 가 있으면 나혼자 할게 없어서 그래. 조사도 안 하고. 그래서 확인 해볼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 상민이한테 이야기해. 상민이는 좀 오라고 그래. 나 혼자 있기 뭣 하다고 상웅이는 재판에 가 있어야 하니까. 상민이는 좀 두 시에 맞춰서 검찰청으로 오라 그래. 나 혼자 있다고. 그렇게 좀 이야기 좀 해줘."
구치소 수감자에게 검찰 출정은 통상 긴장과 부담의 대상이다. 그러나 방 전 부회장은 김성태가 재판에 가 있는 동안 말벗이 필요하다며 쌍방울 직원 박상민을 검찰청으로 부른 것이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작성한 16쪽 분량의 '연어·술파티 의혹, 조사결과[요약]'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2023년 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지 약 1년의 구속기간 동안 총 184회 검찰에 출정해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3~2024년 2년 동안 서울·수원·동부구치소 등 전국 주요 9개 교정기관의 출정자 중 가장 많은 횟수로, '압도적 1위'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출정기록 2위 역시 125회를 기록한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박상웅, 박상민이 김성태를 면회하기 위해 1313호 검사실에 오면서 수시로 커피를 사 가지고 온 것을 목격한 계호교도관들의 진술이 있다"며 "마카롱, 쿠크다스, 햄버거 등도 목격했다는 계호교도관 및 이화영의 진술이 있다"라고 밝혔다.
③ 김성태 금고지기 김태헌의 자백 "우린 그냥 먹잇감"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태헌씨는 2023년 6월 26일 접견에서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 푸념하듯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냥 먹잇감이야.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자기네들 마음 꽂히는 대로 하는 거야."
나흘 뒤인 6월 30일에는 지인에게 검사를 거냥해 "기소권 가지고 갑질하는 거랑 월급으로 갑질하는 거랑 똑같다"고 토로한다.
"나 어제도 가서(6. 29. 1517호 검사실 조사) 한따까리 하고 왔어. 월요일날 아침부터 가. 접견 안 된다고. 미리 알고 있으라고. 아니 그동안 사람들이 안에 가둬놓고 지네 X리는 대로 기소권 가지고 마음대로 장난치고. 이 뭔 개 X같은 짓인지. 이거 이거 가져가도 상관없이 XX것들. 관심도 없어. 안했으면 안한거지. 굳이 그런 것 추접스럽게. 엘리트 집단이. 야 공부를 그만큼 한 사람들이. 추접시럽게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다. 최소한 우리보다 더 배우고 더 똑똑한 사람들이 말여. 최소한 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자기들이 그만큼 수사를 하고 그만큼 했으면. 근데. 사람들이 아니 직장에서 갑질하는 게 월급 갖고 갑질하는거나. 지네들이 우리 기소권 가지고 갑질하는 거나 똑같은 거야."
김씨는 "결국은 다퉈야 되는데 쟈(김성태) 기대 만큼 우리한테 그렇게 이렇게 한쪽은 배려해주고. 한쪽은 안 배려해주고 똑같다"며 "그냥 (검사실이) 핑퐁치는 거야. 지네끼리. 똑같은 놈들이야. 그냥 우리는 거기 농락당한 거고. 그동안 협조 협조. X같은 놈들이야 그냥. 싸워야 되는 거야. 그냥. 저쪽에서 좋은 이야기해도 기대하지도 마라. 그냥. 어쩔수 없이 인질 잡혀가지고 싸우고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김씨는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시 재번복한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 XX(이화영)가 또 편지 쓰고 또라이 짓 해갖고 진짜 돌아버리겠다. 걔한테도 안 좋고 나한테도 안 좋고. 왜냐하면 그게 이렇게 가야. 우리는 어찌됐든 거적때기들이잖아 따지고 보면. 우리는 신경을 안 써도 되게 가야 되는데. 우리가 계속 인어 꼬리 잡고 있는 거지. 근데 방법이 없어. 인제. 그게 안 되믄 방법이 없어."
박상용 검사 "불법대북송금 사건 관련 언급 아니므로 허위보도" 주장
<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뒤 박 검사는 이날 저녁 검찰 기자단에 자신의 입장을 보내왔다.
'2026. 3. 4.자 '오마이뉴스' 등 기사 관련 박상용 검사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전해진 내용에서 박 검사는 "김성태 전 회장의 위 말은 불법대북송금 사건에 관련된 언급이 아니므로 허위 보도가 명백하다"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1. 언급된 피의사실 자체가 다릅니다.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사실은 '북한에 준 돈이 어떤 명목이었느냐'인 것으로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가 아닙니다. 대북송금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를 질문한 사실이 없습니다.
2. 김성태 전 회장은 위 언급 1달여 전에 이미 대북송금 관련 자백을 했었고 그 입장이 유지되었으므로 그 외의 자백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김 전 회장은 이미 2023. 1. 말경 북한에 송금한 돈이 '이재명 지사 방북대가 등의 명목'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2023. 3.경 아직 자백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기사 제목과 같이 발언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어 박 검사는 "그 밖에 기사 내용 또한 대화 녹취 내용이 일방적으로 짜깁기된 것으로 허위·왜곡되어 있다"며 "만일 기사의 주장대로 조작수사의 정황이 명백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서울고검의 수사 시에 피의사실로 입건되거나 조사가 되었을 것인데, 그런 사실은 전혀 없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기사의 근거가 된 법무부 특별점검팀 조사 자료는 현재 진행 중인 국민참여재판 사건의 증거자료가 무단 유출된 것"이라면서 "예비배심원들에게 부당한 예단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와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거다. 재판부로서는 국민참여재판 개시 결정 취소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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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방울 핵심 관계자 "박상용 검사, 이화영 좀 빨리 설득하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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