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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에서 벌어지는 일... 왜 이것이 심각하지 않단 말인가?

[섬을 지키는 문장] 창 너머의 가덕도

등록 2026.02.25 16:21수정 2026.02.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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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지금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신공항 건설 논의 속에서 섬의 역사와 생태,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삶이 지워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연재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 연구자가 함께 가덕도를 다녀온 후 기획되었습니다. 매회 필진이 릴레이 형식으로 원고를 이어받아, 섬의 다양한 풍경과 장소성을 문학적 언어로 기록합니다. 이 연재가 성장 중심의 논리에 가려진 가치들을 되묻는 연대의 목소리가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아미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래톱과 가덕도
아미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래톱과 가덕도 조대한

아미산 전망대는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전방으로 기울어진 커다란 창을 통해 낙동강 하구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자도, 신자도, 진우도, 백합등, 도요등, 대마등, 맹금머리등의 일곱 모래톱이다.

섬 보육원인 '진우원'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진우도와 백합 조개가 많이 채취되었다던 백합등의 명칭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과거 이 모래톱들은 사람이 살거나 자주 오고가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수많은 겨울 철새들의 주요 기착지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모래톱을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 오른쪽으로 돌리면 길게 늘어선 신평장림산업단지가 보인다. 세월이 누적된 하구의 모래톱과 오래된 산업단지의 모습은 부산이 간직해온 매력적인 특색을 잘 드러내는 듯하다.

그리고 전망대의 창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커다란 섬이 바로 가덕도이다. 답사 전 내가 지니고 있던 가덕도와의 거리감은 딱 그 정도였다. 전망대 낙조 풍경의 배경으로 놓인 멋진 섬,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지니고 있으나 결코 닿아본 적 없는 상상의 섬, 멀리 서울에서 왔다며 친절하게 반겨주는 분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겨우 이해될 정도의 실체감을 지닌 섬.

왜 이것은 심각한 사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환경 및 생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고민과 선한 마음을 품고 있을 테지만, 가덕도는 그러한 당신의 일상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있는 장소일 것이다. 그곳을 다녀오고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쏟기 이전까지는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백군락지 숲길
동백군락지 숲길 조대한

가덕도 내부의 아름다움과 세부의 경험에 관해서는 이미 앞서의 연재 지면에서 자세히 서술되었기에 따로 췌언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가덕도의 동백군락지를 오르내리며 보았던 장면들이다. 100년 이상의 수령을 지닌 동백나무 수천 그루가 빼곡히 들어선 원시림에서 나는 기이하게도 영문 모를 오싹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숭고한 광경을 마주하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겠지만, 나는 스스로가 이곳에 잘못 발을 디뎌 침입한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안내를 맡아준 김현욱 활동가의 반려견 탈핵이는 나와는 달리, 자라난 수풀들이 오솔길마저 막아버린 숲의 이곳저곳을 제집마냥 자유로이 뛰어다녔다. 이미 그곳은 인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생하는 존재들의 군락지였다. 안전한 창문 너머로 바라보던 수려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그 섬의 풍경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주지하다시피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20년에 가까운 시간과 여러 정권의 찬반논쟁을 거치며 이제는 새로운 정부의 주된 국정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거대한 국책 사업이 진행되면 서울 남산의 3배에 달하는 산이 발파되고 여의도의 2배가 넘는 바다가 메워질 것이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 등재된 보호종 상괭이를 포함하여 멸종위기 생물인 나팔고둥, 수달, 해송, 구렁이, 붉은바다거북,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대흥란, 둔한진총산호, 유착나무돌산호 등 수십 종의 동식물이 소멸될 위험에 처하거나 최소한 지금껏 살아온 터전을 대부분 잃게 될 것이다.

수많은 생명들과 그들의 실질적인 터전이 대부분 사멸하게 되리라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그것은 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사건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자크 랑시에르는 <불화>라는 책에서 인간의 '말'과 동물의 '목소리'의 차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빌려오면서, 인간들에게는 말이 주어지지만 동물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오직 목소리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말은 공동체 속에 무언가를 명시(manifeste)하고 기입되는 반면, 동물의 목소리는 쾌감과 고통을 표시(indique)할 뿐 인간의 말로서 인지되지 못한다. 우리보다 먼저 가덕도에서 살아왔던 존재들의 목소리 역시 인간의 언어를 지니지 못했기에 쉽사리 이해되지 않고 멀리 가닿지 않는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찬반 입장을 선과 악의 단순한 흑백논리로 구분 지을 일은 아니다. 가덕도신공항 찬성 측의 주장에도 영남권 항공 수요 확보, 국제물류시스템 구축, 지역 경제 활성화, 국토 균형 발전 도모 등 나름의 합리적 이유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러한 대의명분 아래 진행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온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는지,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위협을 보이지 않는 혹은 과소한 것으로 치부하며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지, 철새 도래지의 보고인 낙동강 하구에 건설될 가덕도신공항이 조류 충돌과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벌어진 제주항공 참사의 비극적 교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우려와 반대를 표하는 이들은 훗날 지금의 우리를 되새김질할 미래의 후손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손쉽게 사라지고 마는 비가시적 존재들에게 그들의 몫과 언어를 되돌려주기 위해, 누군가는 이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용기를 전하기 위해 여전히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창문 너머 가덕도의 바다 전경
창문 너머 가덕도의 바다 전경 조대한

일행들과 짧은 답사를 마쳤다. 장거리 귀경 운전을 시작하기 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잠시 가덕도에 있는 한 카페에 들렀다.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음료의 가격은 자릿값이겠거니 생각하며 눈앞에 펼쳐진 가덕도 바다의 청연한 전망을 즐겼다. 창문 너머의 그 풍경은 나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묘한 배덕감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분명 절경이었지만 이전처럼 멀리 떨어진 저 너머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가덕도 곳곳에서 숨 쉬던 존재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들의 열기에 감화된 나는 아마도 적당한 무지와 거리를 두고 자족했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연재를 함께했던 당신 역시도 그러하기를 바라본다.

[필자 소개] 조대한: 2018년 현대문학을 통해 비평 활동 시작, 평론집 <세계의 되풀이>가 있다.
#섬을지키는문장 #가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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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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