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7일 방영한 MBC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의 한 장면.
MBC
북한군 포로 리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막 불편해요, 살아있는 게."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다름없다고, 나라를 배반한 것이나 같다고. 다른 사람은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다 자폭했는데, 나는 자폭을 못 했다고. 그에게 있어 '살아 있음'이란 설명되어야만 하는 '죄'가 되어 있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그의 생존은 축하가 아닌 의심으로 점철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살아있다는 사실이 또 다른 추방의 근거가 되는 비극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그들의 현실이다.
디아스포라는 흔히 망명과 난민, 이민이라는 범주 속에 묶이지만, 포로의 디아스포라는 더 잔혹한 형태를 가진다. 난민에게는 도망칠 선택이, 이주자에게는 떠날 이유와 도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포로에게는 선택 이전에 '결과'가 먼저 당도한다. 전쟁터에서 수용소로, 군인에서 구금자로. 이들의 '이동'이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자들의 협상의 대상이자 결론이다.
살아남은 몸과 뒤늦게 갖게 된 목소리는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혼란 속에서 철저히 대상화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물어야만 한다. 포로의 미래는 누구의 언어로 결정되는가. 왜, 그들 자신이 아닌 타인의 언어로 미래가 규정되어야만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에게 단순한 사실의 기록,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 포로의 삶을 다루는 문장은 대개 르포의 일종으로써 '사실'의 형식을 띠지만, 사실만으로는 그들 존재의 디테일을 포착하는 것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문학이 역사보다 더 풍부한 진실을 포착해 내는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그들을 단지 '사실'로써 바라보는 건조한 태도를 넘어 그들의 생과 '진실'을 건져내는 눈이 필요하다.
리씨가 말한 '살아있는 게 불편하다'는 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상의 진실을 기록하기 위한 언어가 필요하다. 역사가 메우지 못한 빈자리에 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새겨 넣을 언어가 필요하다. 이것은 전쟁이 만들어낸 디아스포라의 목소리를 '정치의 소음'이 아니라 '생명의 언어'로 건너오게 하는 일이다.
ps. 이제 우리에게는 어떻게 이 목소리들을 공적 대화의 장으로 옮겨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보다 더 풍부한 진실을 견인하기 위한 고민들. 분단과 전쟁의 상징인 DMZ에서 펼쳐지는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이 바로 그러한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는 3월 27일부터 나흘간 펼쳐지는 이 자리에서, 디아스포라의 목소리가 정치적 소음으로 소진되지 않고 생명의 언어로 서로에게 도착하는 길이 문학을 통해 열어주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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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폭을 못했다, 살아남은 게 불편하다"... 이 청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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