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군사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오른쪽은 이용민 전 포7대대장.
남소연
채해병이 숨진 수색 작전에 투입됐던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소속 중대장이 법정에 나와 '현장 지휘관을 압박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이 사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물에 들어가는 것을 사단장 지침으로 인식해 (현장 지휘관들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라고 단호하게 증언했다.
특히 해당 중대장은 채해병 순직 전날(2023년 7월 18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선임 대대장)의 '허리까지 입수한다'라는 명령을 기억한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최 전 대대장이 '사단장 또는 7여단장으로부터 물에 들어가는 승인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최 전 대대장의 '허리까지 입수' 발언을 순직의 원인이라고 떠넘겼으나, 중대장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사단장 지침으로 인식해 (현장 지휘관들이)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분위기를 만든 상급 부대가 그 원인"이라고 못박았다.
"사단장 질책, 반론할 수 있는 분위기 아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13일 채해병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소장), 박상현 전 7여단장(대령), 최 전 대대장(중령), 이용민 전 포7대대장(중령) 등에 대한 13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변아무개 전 포7대대 13중대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변 전 중대장은 이 전 대대장의 지휘를 받았던 인물이다.
변 전 중대장은 2023년 7월 18일 오후 9시 10분 박 전 여단장 주관 화상회의(VTC)가 끝날 무렵을 거론하며 "최진규 중령이 의자를 뒤로 돌리며 '포병여단 자체적으로 회의를 진행하자'더니 '내일 물에 들어가야 된다. 사단장 지침을 받았다'고 명확히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이 (7월 18일 오전 9시 20분경) 현장 작전지도 중 9중대장(포3대대 소속 대위)에게 (왜 병력을 빨리 투입하지 않냐고) 질책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최 중령은 '내일은 적극적으로 해야되지 않을까. 어디까지 들어가는 게 맞겠나'라면서 허리와 무릎을 번갈아 손으로 가리키다가 '허리까지 들어가자'라고 했다." - 변 전 중대장
하지만 이 같은 증언에 최 전 대대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증언을 듣던 조형우 재판장은 변 전 중대장에게 "(임 전 사단장에게) 미흡한 부분을 지적받았는데 이를 시정한다는 뜻으로 적극 입수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사단장) 질책을 받았기에 만회하기 위해 (최 전 대대장이) 더 열심히 (수색)해야 된다는 취지로 말한 건가"라고 물었다. 변 전 중대장은 "후자가 더 정확하다"라고 답했다.
변 전 중대장은 최 전 대대장의 해당 발언 뒤 현장 반응을 물은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 질문에 "이용민 중령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라며 "사단장이 질책하면 어떤 분위기인지 대대장들은 알 수 있다. '물에 못 들어간다'고 반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임성근 측 '대대장 탓' 질문, 원하는 답 안 한 중대장

▲ 고 채수근 해병 순직 2주기 추도식이 지난해 7월 19일 오전 10시 30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4묘역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의 주최로 진행됐다.
소중한
임 전 사단장의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윤석열 정부 법제처장)는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당초 도로 위주 정찰 지시가 있어 증인도 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최 전 대대장에 의한) 허리까지 허용된 범위로 인해 심각해진 거 아닌가"라며 최 전 대대장을 탓했다.
하지만 변 전 중대장은 "중요한 건 물에 들어가는 자체가 위험했다는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중대나 대대별 상황에 따라 (물에) 들어가야 했으나 회의한 이후에는 무조건 물에 들어가야 된다고 해서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중령의 발언은 사고 원인 중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큰 원인은 포병 지휘관으로서 받은 (임 전) 사단장에 의한 압박감이다. 최 중령이 '사단장 지침을 받았으니 물에 들어가야 된다'고 할 때 (현장 지휘관들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상급부대의 분위기가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변 전 중대장은 '(임 전 사단장이 강조한) 바둑판식 수색이 허리까지 물에 들어가는 것과 연관성이 있냐'는 이 변호사의 질문에 "물에 들어가는 건 이미 결정이 났었다"라며 "바둑판식 수색은 그 의미의 일부분으로 포함된다"라고 답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8일 오후 4시 자신이 주관한 화상회의에서 "바둑판식 수색"을 언급하며 "수풀을 찔러보며 찾으라"는 등 공세적 수색을 강조한 바 있다.
또다른 증인 소방 관계자, "그런 적 없다" 반복에 재판장 "위증" 경고
한편 이날 재판에선 '수변 아래 정찰을 원한다'는 의사를 해병대에 처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소방 관계자가 "그런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증언했다가 조 재판장으로부터 "위증의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특검팀이 제시한 해병대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주아무개 당시 경북 예천소방서 119구조긴급센터장(소방경)은 석관천(벌방교~간방교)부터 채해병이 숨진 내성천 구역 일부(경진교)를 담당한 인물이다.
특검팀: 피고인 최진규는 포병대대장들이 모인 호우피해복구책임자방에 '(소방)구조대장과 통화하니 도로정찰은 했다고 수변 아래 정찰을 원하는데 어쩌지'라고 올렸다. 이는 증인과 통화한 직후에 올라온 내용이다.
주 전 센터장 : 그런 적 없다.
특검팀: (2023년 7월 15일부터 2023년 7월 17일까지는) 소방과 경찰이 제한된 인력으로 (실종자 수색을 위한) 도로 정찰을 한 상태였고, (7월 18일부로) 해병대 1000명 이상의 병력이 투입된 거 아닌가. 증인이 그런 사정을 알기에 수변 아래를 꼼꼼히 수색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증인: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 2023년 7월 19일 오전 채해병 실종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주 전 센터장은 특검팀의 거듭된 질문에도 "수변 아래 정찰을 언급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검팀은 "증인은 자신의 담당 구역은 석관천 일대라고 주장하나, 내성천 구역에 대해서도 (해병 측의) 병력 투입을 확인했다"고 반문했고, 주 전 센터장은 "해병대가 총 몇 명이 오는지 파악했을 뿐 어느 지역에 배치되는지 모른다"는 답을 반복했다.
이에 조 재판장은 "최 전 대대장이 (증인과의 통화) 대화를 (거짓으로) 만들어서 (소방 측이 수변 아래 정찰을 원한다고) 군 간부들에게 전했다는 건가", "포항에서 출발한 해병대는 수색 지역이 처음인데 증인에게 어떻게 수색해야 되는지 묻는 게 맞지 않나"라고 추궁했다.
그럼에도 주 전 센터장의 답이 변하지 않자 "오늘 증인신문은 끝났으나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수사기록에서 한 말과 다른 말이 있으면 나중에 위증 문제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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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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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탓한 임성근에 중대장 "가장 큰 원인, 사단장이 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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