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아나콘다관 악어·아나콘다관 한동안 기다렸지만 악어는 입을 다물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입을 벌리는 게 악어가 제일 편하게 쉬는 자세인가 보다.
김재근
기념관을 나와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면소재지를 지나니 양서·파충류 생태공원이다. 똬리를 튼 거대한 뱀 형상의 건물 외관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내 최대 양서·파충류 전문 동물원이다. 한국관, 열대관, 악어·아나콘다관, 체험관 등으로 구분하고 93종 357여 마리를 관람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전시하였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눈이 퍼붓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날임에도 아이와 함께한 가족이 많았다. 모양도 색도 다른 뱀이 칸 칸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똬리를 틀고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이 유리 너머지만 가까이 다가서기엔 부담스러웠다.
어른들에게 뱀이나 파충류는 징그럽고 무서운 대상이기 쉽지만,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 반응은 전혀 달랐다. 무섭지 않다며, 신기하다며 유리창에 바짝 다가선 그들의 시선은 편견 없이 투명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개구리를, 뱀을, 악어를 보며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로 보였다.
바로 옆은 함평자연생태공원이 자리잡았다. 양서·파충류 생태공원 관람권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식물원, 전시관, 학습장, 산책로 등을 두루 갖춘 시설이 유혹하였으나 따스한 봄날로 미루었다. 눈을 동반한 싸늘한 바람이 온기를 찾아 옷깃을 파고들기도 했거니와, 점심때가 훌쩍 지나서였다.

▲함평 비빔밥 지금은 찾는 이가 적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삶은 돼지비계가 함께 들어갔다.
김재근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마침 함평천지전통시장 장날(2일, 7일)이다. 설이 코앞이라 제수용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함평시장은 본디 우시장으로 이름났었다. 큰 소장이라 불리며 함평 소 가격이 전남 소 가격을 좌우한다고 할 정도였다.
나란히 있는 비빔밥 거리도 붐볐다. 함평식 비빔밥이라고 하여 예전에는 삶은 돼지비계가 함께 들어갔다. 배고프고 노동이 고되던 시절, 비빔밥 한 그릇으로 최대의 에너지를 얻기 위한 지혜였을 것이다. 지금은 찾는 이가 적어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고소한 풍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신선한 생고기와 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 한 그릇은 여전히 함평의 그 시절 풍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함평을 대표하는 명물, 황금박쥐상

▲황금박쥐 황금 4만 3200돈으로 만들었다. 2008년 제작 당시 27억 원이는데, 금 값이 치솟아 430억 원이 되었다.
김재근
오후의 대부분을 엑스포공원에서 보냈다. 나비축제와 국화축제와 빛축제 장소로 활용되는 이곳은 겨울에도 매력이 충분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VR 체험실, 미술관, 다양한 유리온실, 나비곤충생태관, 함평추억공작소, 자동차극장, 산책로 등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넘쳤다.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도 좋았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함평추억공작소에 전시된 황금박쥐다. 이야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동면 고산봉의 폐금광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붉은 박쥐(오렌지윗수염박쥐, 천연기념물 452호) 162마리가 발견되었다. 금광에서 발견되어 황금박쥐라는 명칭이 붙었다. 군은 이를 보존하려는 염원을 담아 2008년 순금 162kg을 들여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당시 시가는 27억 원이었다.
금값이 치솟아 돈 당 1백만 원을 넘어섰다. 현재 시가로 계산하니 4만 3200돈으로 430억 원이다. 2019년에는 도둑들이 철제 출입문을 절단하고 침입하려 했던 사건도 있었다. 기존 전시관의 보안과 접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이곳으로 옮겨, 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언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예산 낭비 논란이 무색하게 이제는 함평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딸기 케이크 사시사철 냉동이 아닌 생딸기만을 고집하며, 15평 남짓한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김재근
노루 꼬리 같이 짧은 겨울 해가 기울기 시작할 즈음, 따끈한 차 한 잔과 달달한 것이 생각났다. 엑스포 공원에서 걸어 5분여, 함평천변에 자리 잡은 딸기 케이크 전문점을 찾았다. 사시사철 냉동이 아닌 생딸기만을 고집하며, 15평 남짓한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함평의 성공 신화로 언급되는 곳이다. 겨울 하천을 배경으로 가족과 연인들이 달콤한 케이크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운다. 케이크 한 조각에 담긴 달콤함은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낭만적인 휴식이 되었다.
남한 유일의 고려시대 돌다리

▲고막천 석교 남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려시대 돌다리다.
김재근
마지막 여정은 학교면 고막리에 위치한 고막천 석교(보물 제1372호)다. 본래 계획은 돌머리 해변 무지개다리에서 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날이 너무 추워 낙조를 포기하고 이곳을 찾았다. 고려 원종 14년(1273년), 고막대사가 도술로 하룻밤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 때문에 똑다리라고도 부른다. 목조 양식을 석조 공법으로 정교하게 짜맞추었다. 700년 넘는 세월을 견뎌낸 기술이 경이롭다.
함평과 나주를 잇는 다리로, 1894년 동학 농민 혁명 당시 함평과 나주를 오가던 농민군들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과거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드나들던 이 너른 벌판에서, 그들은 어떤 꿈을 꾸며 이 다리를 건넜을까. 투박한 돌덩이들이 맞물려 긴 세월을 버틴 모습은 이 땅을 살았던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는 듯했다. 들판의 석양이 바다 위로 번지는 차가운 노을보다 더 붉게 여겨지는 것은,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애증이 겹쳐서일 것이다.
함평을 떠나며 돌아본 길 위로 어둠이 내렸다. 함평천지는 이제 막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준비하는 듯 평안해 보였다. 어둠 속으로 밀재에서 본 너른 들판의 여명, 단심송의 숭고함, 겨울 뱀의 화사함, 황금박쥐의 신비로움, 그리고 고막천 석교의 단단함이 훈훈하게 차올랐다. 아이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이의 눈높이를 더하면 또 다른 즐거움으로 더 풍성한 여행이 되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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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파니스'는 함께 빵을 먹는다는 라틴어로 '반려(companion)'의 어원이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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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논란 무색케 하는 몸값, 순금 162kg 황금박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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