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중 수거된 바다새들의 모습
홍승민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 역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우린들 새를 잡고 싶어 잡겠느냐"는 그들의 말처럼, 그물에 가득 걸린 새들을 일일이 떼어내느라 조업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나고,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에 비싼 그물이 찢어지는 등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현장의 잔인한 처리 방식 뒤에는 어민들의 고단함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어민도 피해자고, 죽어가는 새들도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이 구조적 모순을 이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바다새 혼획은 전 세계적인 난제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루의 '녹색 LED 그물' 실험이다. 그물에 녹색 LED 조명을 부착하자 어획량에는 변화가 없으면서도 잠수성 조류의 혼획이 70% 이상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새들이 그물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그물 상단에 대비가 강한 흑백 패턴의 패널을 부착하거나, 맹금류의 연을 달거나, 포식자의 눈 모양을 형상화한 부표를 설치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오히려 어획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인 현실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응은 걸음마 단계조차 떼지 못한 실정이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바다새 일부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새가 죽어가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전수조사나 실태 파악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제도와 현실의 괴리 속에서 법은 유명무실해졌고, 어민들은 범법자와 피해자 사이의 경계에서 홀로 짐을 짊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김성범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은 SNS에 "바다쇠오리 혼획 문제를 담은 영상과 언론보도를 접했"다며 "단기 조치방안부터 근본적인 제도 개선, 국제 협력까지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정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외 사례처럼 우리 바다 환경에 맞는 혼획 방지 기술을 연구하고, 사체를 수거해오는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해 음성적인 폐기를 막아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조업 시간에 맞춰 그물에 걸린 개체를 직접 구조하고 방사하는 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이상의 방치는 동해안의 생태적 파산을 의미한다. 어민의 생존권과 바다새의 생명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양수산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아닐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8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공유하기
"우린들 새 잡고 싶어 잡겠나" 어민 절망 속 바다새 1만 마리의 죽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