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유통산업법 개정 추진 9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주문 상품을 배송 차량에 싣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 등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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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무렵, 몸담고 있던 택배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 입소문들이 있었다. "이번에 ○○으로 이직하면, 인센티브를 준대." "CJ대한통운 기사는 우대한다던데?" "친구랑 같이 오면 1000만 원을 주는 프로모션도 있대."
확인되지 않는 무성한 소문들은 매일 반복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 택배 현장을 뜨겁게 달궜었다. 그 당시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받고 있던 건당 평균 수수료가 1100원 안팎이었는데, 1200원을 준다는 말에 혹해, ○○으로 넘어갔다던 동료의 소식은 믹스 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이면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 후 해당 업체 기사들의 수수료는 거의 매년 삭감되었고, 업계 최고라던 그 회사 야간 기사들의 수수료조차, 일반 민간 택배사 주간 근무 노동자들의 수수료 수준에 근접할 만큼 낮아졌다. 이는 현 택배 산업에서 라스트 마일(제품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전 과정의 마지막 단계)을 담당하는 일원인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한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시이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이 낳게 될 문제점
지난 5일 고위 당·정·청의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논의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여러 후속 보도들에 따르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이는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택배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새벽 배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회적 대화가 이어져 오던 와중에 느닷없이 발표된 것이기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허용하겠다며 그들이 내놓은 논리는 '(유통법) 규제가 (쿠팡) 독점을 키웠다'였다.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정하는 것을 그 핵심 내용으로 하는 대표적인 민생 보호법이다. 그마저도 대형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들이 골목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편법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을 한다는 것은, 민생 보호법을 기업 지원법으로 그 취지와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이 낳게 될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이렇다할 유통, 물류 종사자 보호법이 없기에,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면 위험하고 질 낮은 야간 일자리를 무분별하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야간노동의 위험성은 새로울 것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심야노동을 2A군 발암 추정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더구나 쿠팡이 운용하고 있는 새벽 배송의 방식인 고정적 야간 노동은 여느 제조업 공장의 근로자들이나 공공 부문에서 운용되는 교대제 등과 비교할 때, 그 위험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지 못하는 일방적인 속도전은 지금까지 있었던 쿠팡 발 노동 참사를 확산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
또한 대형마트 야간 배송 허용은 야간 배송을 하는 택배(배송)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의미를 정부 스스로가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2021년의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1,2차 사회적 합의'는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동의가 전제된 결론이었기에 그 사회적 함의와 영향이 작지 않았다. 그러나 새벽 배송 금지 또는 제한을 두고 수개월 간 진행해왔던 사회적 대화의 결론을 도출하기도 전에, 논의 흐름에 반하는 입법안 논의를 당·정·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사회적 대화의 의미를 축소시킨 행위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치명적 생계 위협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규탄 기자회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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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생계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쿠팡이라는 거대 기업의 출현으로 물류, 유통 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되는 결과를 목도했다. 이외에도 여러 해에 걸쳐 검증된(?) 유통 방식을 허용함으로써 대형 유통 기업들의 저인망식 영업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야간 노동, 야간 배송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택배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대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가 극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찾기 힘들다.
당장은 주간에 배송하던 물량의 일부가 야간으로, 쿠팡에서 배송하던 물량의 일부가 타 업체로 이동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이 유효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물동량의 증가가 담보돼야 하나, 당장에 가시적인 결과가 드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결국 당·정·청의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 논의는 전체를 관장하는 산업 발전법을 일부 유통 기업 지원법으로 격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결국 민생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정부로 향할 것이란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애초 제3차 사회적 대화가 시작될 무렵 논의의 주된 관심사는 노동자의 건강권이었다. 그리고 건강권이 화두라면 사실상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규제하고, 대표적 비정형 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를 시행하는데 있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중재하는 것을 소임으로 삼는 것. 그러나 이번 발표는 이른바 '쿠팡 발 유통 산업의 쟁점'을 노동자의 건강권, 생존권에서 기업의 독점 규제로 탈바꿈시켰다. 그야말로 극적인 프레임 전환인 셈이다.
새벽 배송 이면에 있는 의미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은 편리함을 얻고 기업은 이윤을 얻지만, 이를 위해 더 어둡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는 게 그들의 노동 조건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지 않는가.
자고 일어나 문 앞에 도착해 있는 물건의 포장지가 쿠팡에서, 이마트나 롯데마트로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나아질 리 없다. 정부가 나서서 부채질을 하지 않아도, 물류·유통 기업들의 생존을 건 속도 경쟁은 이미 점화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그 속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는 합리적 중재자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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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입니다. 민주노총 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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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새벽배송 허용하면 일자리 늘어난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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