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그해 여름은 뜨거웠네 둘째 딸의 돌잔치에서 받은 금반지를 팔아 목돈을 챙겼던 날. 이때가 금시세의 상투인 줄 알았다.
정현주
스무 개의 상자를 벗고 나온 금 친구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저울 위에 올려졌다. 샤워를 하고 물기라도 남을까 머리를 다 말리고 몸무게를 재던 내가, 저울 위에 먼지라도 내려앉기를 바라던 순간이었다.
금가방의 금은 총 889만 1600원의 현금이 되었다. 당시 금 한 돈은 36만 원 정도였다. 전날 대비 만 원을 더 받은 셈이었고, 나는 발품을 팔아 금테크에 성공한 주인공이 되었다. 역시 아끼면 똥이 된다며, 아끼지 않고 팔길 잘했다고 혼자서 머리를 쓰담하고 어깨를 으쓱해댔다.
그렇게 나는 '박수칠 때 떠나라'를 외치며 금을 팔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의 결론은 '아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때 팔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팔백만 원대에 정리했던 금을 지금 갖고 있었다면 이천만 원에 향하는 금액이 된다. 조금만 더 아꼈다면, 똥이 아니라 황금 똥이 되었을 텐데.
금 팔기, 언제가 적기일까
며칠 전 남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3월 1일로 예정됐던 손주 돌잔치 초대를 취소한다는 소식이다. 아들과 며느리의 친구와 지인들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할아버지 친구들까지 초대하는 건 오버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덕분에 '돌잔치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은 사라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남은 고민이 하나 있다.

▲친정엄마가 주신 금 갖고 있는 금이라고는 다 팔고, 목걸이 한개와 반지 두개 남아있다. 금값 백만원 시대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대목이다.
정현주
몇 년 전 친정엄마가 준 금반지와 금목걸이다. 당시 엄마는 지나가는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졌고,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다 반년 만에 집 현관문을 열었다. 퇴원하던 날, 엄마는 서랍에서 반지와 목걸이를 꺼내 큰딸 하나, 작은딸 하나 하며 과자 나누듯 나눠주었다. 유산이라 하기에는 거창하고, 선물이라 하기에는 무거운 전달식이었다.
"디자인은 구식이지만 갖고 있어라. 금붙이는 급할 때 힘이 된다."
엄마의 온기가 남아 있는 선물이지만, 금값이 하도 하늘을 찌르듯 오르니 자꾸만 묻게 된다. 지금이 급한 때인가. 퇴사한 지 햇수로는 2년째다. 나만의 고정 수입이 끊겼고,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에게 들어갈 돈은 안 봐도 많다. 그러니 지금이 엄마가 말한 급한 시점이 아닐까.
그냥 두었다가 나중에 사용할까. 그러다 어느 날 변심한 애인처럼 금값이 뚝 떨어지면 어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금시세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오늘도 나는 금은방 앞을 서성이고 있다. 이젠 금가방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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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 2025 국민이 함께하는 저작권 글 공모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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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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