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 전문음식점에서 먹은 비건 베이징덕
이현우
완차이 거리의 블루하우스 앞에는 채식 옵션 음식이 있는 태국 음식점과 베트남 반미 음식점이 있다. 둘 다 미쉐린 맛집으로 등록된 가게다. 여행 일정 끝자락에는 겨우 찾아낸 비건 에그 타르트도 맛보았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에그 타르트의 외관만 흉내 낸 타르트다. 달걀 대체 재료를 넣은 건 아니고 비건 아이스크림을 넣은 디저트였다.
인근 도시인 마카오에도 유명한 중식집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채식 만두와 가지 튀김을 맛볼 수 있다. 마카오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가지 튀김을 꼭 맛보라는 후기가 많았다. 맛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원한 맥주 혹은 콜라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었다.
신선함인가, 잔혹함인가
두 번째 시선은 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홍콩이다. 홍콩에서 동물을 식재료로 다루는 것에 관해서는 몇 가지 놀라웠던 점이 있다. 책 <홍콩 산책>에서 홍콩인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신선한 식재료 때문일 것이라고 유추하는 대목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홍콩에서 생선과 육류는 오래 보관하지 않고 그날 그날 판매한다고 한다. 심지어 늦은 시간에 가면 다른 부위 식재료를 덤으로 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홍콩 완차이 거리에 가면 각종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채소, 과일 판매점 뿐만 아니라 정육점과 생선 가게도 중간중간 보인다. 신선함을 보여주는 방식은 전 세계 어딜 가든 유사하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채소와 과일이 먹음직스럽다. 침이 고인다. 마찬가지로 정육점에서도 육류의 각 부위를 매달아 전시한다. 빨간빛은 이것을 더욱 선명하게 비춘다. 내게는 동물의 살점과 식재료 그 어딘가로 인식된다.
생선 가게에서는 살아있는 물살이를 토막 내어 가판대 위에 올려놓는다. 토막 난 채로 물살이가 꿈틀거린다. 신선함일까, 잔혹함일까. 또한 거위나 닭의 머리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쇼케이스에 진열하는 것도 식재료 신선함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음식에 머리 부분이 있어야 한 마리 전부를 다 줬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연히 돌아보던 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식당도 목격하게 되었다. 가게에는 곳곳에 뱀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뱀과 관련된 취미가 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뱀탕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음식점에 버젓이 뱀 사진이 걸려 있고, 뱀탕이 판매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뱀 요리를 먹는 게 전혀 특별한 게 아니며 겨울철 대중적으로 많이 찾는 보양식이라고 한다.
'다리가 네 개인 건 의자 빼고 다 먹는다.'
홍콩이 속한 광둥 지역 음식 문화를 표현할 때 줄곧 사용되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가리지 않고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의미일 텐데 다리가 없는 뱀까지 먹을 줄이야. 이런 것이 바로 '문화 충격' 아닐까. 국내에서는 뱀을 먹어본 사람도 드물고 식재료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미식의 도시 '홍콩'

▲ 홍두고, 백당고를 파는 홍콩 음식점 앞
이현우
여행할 때면 늘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걷고, 먹는 것까지도. 그래서 음식도 새로운 음식을 맛보려고 시도한다. 채식을 지향하기 때문에 거위, 비둘기, 뱀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여전히 육식을 기본값으로 하는 홍콩의 모습은 아쉽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홍콩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테다.
필자는 여전히 식생활도 윤리적인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만 동시에 음식은 문화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을 홍콩에 와서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홍콩은 채식 지향인의 입맛도 사로잡은 미식의 도시다. 다행히 다양한 채식 음식이 있었고, 입맛에 맞았다. 채식 딤섬과 마카오에서 맛본 가지튀김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생각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홍두고와 백당고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혹시 채식 때문에 홍콩 여행을 망설인 이가 있다면 한시름 놓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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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만난 '비건 베이징덕'의 바삭한 식감...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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