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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분 요약, 전자책은 "왜 봐요?"... 요즘 교실 이렇습니다

[쇼츠 중독] 학교에서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쇼츠 중독', 아이들의 미래가 위험하다

등록 2026.02.03 12:04수정 2026.02.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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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분, 컵라면 익는 시간보다 짧은 길이의 유튜브 영상(쇼츠) 몇 개를 훅훅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 있는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대단한 알맹이도 없는 영상에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다시 습관적으로 쇼츠를 켜게 됩니다. 자극적이고 재밌는 '가성비 도파민'이니까요. 그런데 마냥 넋 놓고 보는 쇼츠, 정말 괜찮은 걸까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쇼츠 중독'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편집자말]

 아이들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귀엔 에어팟이 꽂혀있다. 단 한 명의 예외가 없다.
아이들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귀엔 에어팟이 꽂혀있다. 단 한 명의 예외가 없다. rajabbarack on Unsplash

겨울방학 중이지만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 온다. 방학 중 방과 후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방학 전 아이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그에 따라 과목이 개설되어 오전 중에 진행된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참여했지만, 지금은 수능을 앞둔 예비 고3을 제외하곤 희망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방학 중에도 교사들은 출근해야 한다. '41조 연수'라고 하여, 방학 중에 자택에서 원격 연수를 받거나 다음 학기를 준비하며 교재를 연구하는 교사도 많지만, 평소처럼 학교에 나와 업무를 보는 경우도 꽤 있다. 나처럼 교무실에 앉아야 비로소 일이 손에 잡힌다는 이들이다.

아직 어둑한 아침, 불 켜진 교실을 둘러보았다. 일찌감치 등교한 아이들이 교실마다 서너 명씩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만큼 몰입해 있다. 아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등을 두드리고서야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넨다.

그들의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귀엔 에어팟이 꽂혀있다. 단 한 명의 예외가 없다. 남의 음식 훔쳐 먹다 걸린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스마트폰과 에어팟을 주섬주섬 챙겨 호주머니에 욱여넣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에어팟을 바닥에 떨어뜨려 울상을 짓는 아이도 있다.

일과 중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학교생활규정 때문이다. 학기 중과는 달리 방학 중에는 따로 걷지 않는데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몸이 반응하는 거다. 적어도 교실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게 불문율처럼 작동되고 있는 셈이어서 나름 다행스럽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보는 건 단연 '쇼츠' 영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웹툰이나 게임이 대세였는데, '쇼츠'에 밀려 완전히 기세가 꺾였다. 한 아이는 웹툰과 게임 등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으로 즐기는 콘텐츠일 뿐 스마트폰 환경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쇼츠'가 스마트폰에 특화된 콘텐츠라는 지적에 모두가 동의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SNS가 친구를 사귀고, 정보를 교환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놀이터가 된 현실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그들은 전화번호 대신 '팔로우'를 요청하는 세대다.


태블릿피시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도 '쇼츠' 열풍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아이들은 노트북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긴다. 휴대가 불편한 데다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게 번거롭다고 한다. 그들에게 노트북은 '가성비 떨어지는 사치품'일 뿐이다.

화면이 커지고 두께가 얇아지는 등 스마트폰의 성능이 개선되면 태블릿피시조차 머지않아 사라질 거라고 예언했다. 지금도 태블릿피시는 인터넷 강의나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때나 사용한다는 거다. 책가방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호주머니에 넣고 등교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짧은 건 '선'이고, 긴 건 '악'이다

 "유튜브에서 다 요약해 설명해 주는데, 굳이 시간 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유튜브에서 다 요약해 설명해 주는데, 굳이 시간 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helloimnik on Unsplash

"'e-book(전자책)'이요? 유튜브에서 다 요약해 설명해 주는데, 굳이 시간 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스마트폰의 '한계'를 지적하려다 아이들에게 '되치기'를 당했다. 몇 해 전 대학에 진학한 아들에게 태블릿피시를 선물해 준 건 전자책 때문이었는데, 그마저 그들에겐 이유가 되지 못했다. 종이책 대신 PDF 파일로 내려받아 읽기 때문에 태블릿피시는 아이들에게 필수품이었다.

스마트폰으로도 내려받아 읽을 수도 있지만, 화면이 작고 메모하기가 불편해서 책을 읽고 정리하기가 여러모로 힘들다. 태블릿피시는 스마트폰과 동기화해서 동시에 여러 작업이 가능하고, 자판을 별도 구매하면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둘은 흡사 바늘과 실 같은 도구였다.

이젠 그마저 옛이야기가 된 거다. 요즘 아이들이 이구동성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 까닭은 종이책과 전자책 구분할 것 없이 활자로 된 책을 거의 읽지 않기 때문이다. 명작이든, 고전이든, 책의 내용을 핵심만 간추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쇼츠'가 지천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AI까지 보편화한 마당에 책 읽기를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가성비로 치면, 그보다 더 비효율적인 행위는 없다는 거다. 수능 국어 시험을 준비할 때, 문학작품들의 줄거리 요약본과 관련 기출 문항을 따로 뽑아 공부하는 방식에 길들여진 결과다.

문학작품도 요약본을 구해 읽더니, 이젠 영화나 드라마도 요약된 영상으로 감상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무조건 짧은 건 '선'이고, 긴 건 '악'이다. 또래들 사이에 SNS로 오가는 문자조차 '엔터 키'를 용납하지 않는다. 두세 번 나눠서 보낼지언정 메시지는 '단문'으로 끝나야 한다.

책이든, 영화든, 그들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은 길면 필패다. 뭐든 최대한 얇고, 가볍고, 짧아야 한다. 몇 해 전 화제가 됐던 <인터스텔라>나 <아바타>와 같은 대작 영화는 그들에겐 차라리 '고문'이다. 당장 러닝타임에 주눅이 들어 애초 관람을 포기했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비문학에서도 미괄식보다는 두괄식의 글이 요즘 아이들 정서에 더 맞는 것 같아요."

국어를 가르치는 한 동료 교사의 우스갯소리 같은 푸념이다. 글의 주제가 맨 앞에 제시되어야지, 뒤로 가면 금세 지루해 한다는 거다. 정확하게는, 긴 글을 읽고 주제를 파악해 내기 어려워할뿐더러 글쓴이의 의도, 곧 결론을 알고 나면 더 이상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화나 토론을 벌일 때도, 대놓고 결론부터 말하라며 상대를 압박한다. 요즘엔 토론 수업에서도 준비한 자료를 보고 읽을 게 아니라면, 고작 1~2분의 발언 제한 시간을 다 채우는 경우가 드물다. 어휘력과 사고력은 정비례한다는데, 아이들의 말과 글이 짧아지는 건 우려할 만하다.

덩달아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시간도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느낌이다. 알다시피, 발달 단계를 고려해 수업 시간이 초등학교는 40분,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이다. 그런데, 요즘 고등학생 중에 50분 내내 딴청 피우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는 아이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이는 수업 내용의 재미나 교사의 실력과도 실상 무관하다. 그 어떤 영상도 채 몇 분도 넘기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 '스크롤' 당한다. 축구 해설가가 장래 희망인 축구광 아이도 90분의 전체 경기 대신 2~3분짜리 하이라이트만 챙겨 본다고 말한다. 축구도 '쇼츠'로 즐기는 지경이다.

읽기도 힘들어하는데, 쓸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글쓰기는 요즘 아이들이 '혐오하는' 과제다. AI의 보편화로 글쓰기 과제가 빠르게 사라져가는 것도 안타깝지만, 각자의 주장을 설득력 있는 글로 작성하는 건 AI의 몫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적이 충격적이다.

백지 답안에 AI 의존이 태반... 학교가 위험하다

 '쇼츠'에 길들어져 글을 읽고 쓰는 데 서툰 아이들이 늘고 있다.
'쇼츠'에 길들어져 글을 읽고 쓰는 데 서툰 아이들이 늘고 있다. priscilladupreez on Unsplash

이태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가 학교 교육의 고갱이라며 강조됐다. 교육과정에 포함되는가 하면, 지금까지도 지필평가에서 서술형 문항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출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항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백지 답안이 태반인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쇼츠'에 길들어져 글을 읽고 쓰는 데 서툰 아이들은 AI를 '비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언컨대, 어떤 용도든 AI에 글쓰기를 맡기지 않는 아이는 없다. 새삼스럽지만, 아이들에 대한 담임교사의 관찰 기록인 생활기록부마저 AI에 '위탁하는' 형국인데, 그들만 탓하기도 뭣하다.

학교 교육의 '심장'인 도서관마저 위험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이구동성 도서관에 요구하는 건, 더 많은 책이 아니라 더 속도가 빠른 와이파이 무선공유기다. 한때 서가가 있던 자리에 정보 검색용 노트북들이 놓이더니, 이젠 고속 충전기가 대롱대롱 매달린 빈 책상 차지가 됐다.

사족. '쇼츠' 보느라 정신이 팔려 데면데면해하는 아이들에게 부러 물어봤다. 하루에 얼마나 오래 보고, 어떤 내용을 주로 보는지, 그리고 '쇼츠'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이 궁금했다.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3시간에 이르고, 남학생이어선지 스포츠 관련 내용이 대다수였다.

흥미로운 답변도 있었다. 오로지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자극적인 영상이 많고 판단력이 흐려져 가짜 뉴스에 쉽게 휘둘릴 위험이 크다면서도, 한두 시간이 '훅'하고 지나갈 만큼 중독성이 강해 도저히 못 끊겠다고 했다. 머지않아 '쇼츠 중독'이라는 병명이 등장할 거라고 덧붙였다.
#쇼츠영상 #전자책 #AI #독서기피 #글쓰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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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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