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025년 10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정민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법의 심판을 받자고 충언했지만, (오히려) 제게 허위로 진술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보며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부하였던 이의 심경 토로와 증거를 기반으로 한 법정 진술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 계속되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임 전 사단장 등 채해병 사망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의 일곱 번째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이아무개 중령(전 해병대 1사단 공보정훈실장)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중령은 고 채수근 상병이 사망하기 전 임 전 사단장에게 언론 기사를 정리해 전달한 인물로, 해당 기사에는 하천에 무릎높이까지 들어간 해병대원들의 사진이 담겼다. 이러한 보고를 받은 임 전 사단장은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졌다"며 이 중령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는데, 이는 그 동안 임 전 사단장이 채해병 사망 전 이미 수중수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여겨졌다.
채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 출범 전 수사 초기엔 입을 열지 않았던 이 중령은 특검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의 사전 수중수색 인지 정황을 진술로서 강하게 뒷받침했다. 특검팀은 이날 증인신문 중 이를 더 공고히 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특검팀이 공판 중 현출한 증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이 중령의 보고를 받고 수중수색 사진이 담긴 기사(이미지 파일)를 휴대폰에 저장했다가 사고 발생 후 경북경찰청이 해병대를 압수수색한 날 이를 휴대폰 속 "보안폴더"라고 적힌 다른 폴더로 옮겼다.
이 중령 진술로 '수중수색 사전 인지' 강화

▲ 2023년 7월 19일 해병대원과 소방이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고 채수근 상병을 찾고 있던 모습.
연합뉴스
특검팀이 이를 토대로 이 중령에게 "사망사고 직후 언론이 물에 들어간 것을 문제 삼자, 임 전 사단장은 수중수색 사실을 몰랐다가 채해병 영결식(2023년 7월 22일)이 끝난 뒤 증인으로부터 (수중수색 사진이 보도된) 기사를 보고받았다고 했다"라며 "(이러한) 주장을 믿나"라고 물었다. 이 중령은 영결식 후에는 기사를 보고한 적 없다면서 임 전 사단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팀 : (수사 초기 입을 닫았던 건) 상관(임성근)이 그렇게 주장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인가?
이 중령 : 네.
특검팀 : 증인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 '임 전 사단장은 뉴스나 티비를 아예 안 보는 사람'이라며 임 전 사단장을 상당히 보호하려는 진술을 많이 했지만, 특검 조사에서 진술을 달리했다. 경위가 무엇인가?
증인 : 사실관계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야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시간 흐르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게 많아 이제는 제 본심을 얘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본심"을 언급한 이 중령은 작심한 듯 "줄곧 저는 사단장(임성근)에게 법의 심판을 받고 부하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자고, 언론을 상대로 (사사로이) 대응하지 말자는 기조를 유지해주길 간절히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26일 경찰 조사를 받고 '사단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수중수색 등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기 때문에' 제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이후 제게 그러한 말을 한 사실이 보도되자) 임 전 사단장은 (2024년 3월 14일 이메일로) '나는 징계와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냈다. 더 이상 이 분에게 인간된 도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급해진 임성근 측, 진술 신빙성 흔들려 했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