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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하이닉스 비켜! 우리 가족의 엄청난 '성과급'

우리 가족만의 '연말정산 성과급 제도', 성적표 대신 '성과표'로 이야기하는 아이들

등록 2026.01.24 10:38수정 2026.01.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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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억대 성과급 소식에도 우리 가족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기업 부럽지 않은 우리 가족만의 '연말정산 성과급 제도' 때문이다.

처음 성과급 제도를 시작한 건 첫째가 중학생, 막내가 초등학생 때였다. 한 해의 마무리와 다음 해의 시작을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주고 싶었고, 이왕이면 아이들 스스로가 한 해, 한 해 의미 있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욕심(?) 때문이었다.


처음 엄마의 포부를 밝히던 해에는 밥값을 넘나드는 카페에서 나름 분위기를 잡았으나 아이들은 건조한 언어로 엄마 말을 받아들였고, 아무 계획이나 대충 세우고 각자가 좋아하는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것에 더 열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연말을 더욱 기다린다. 음료와 디저트는 뒷전이고 며칠 전부터 자신의 성과를 증명할 자료들을 꼼꼼히 챙기는 것에 더 열심이다.

해마다 12월 31일이 되면 분위기 좋은 카페를 검색하고 은행에서 1만 원권을 두둑이 인출한다. 그리고 신랑과 아이들 셋과 함께 카페로 향한다. 카페에서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주문하고 음료가 나오면 진짜 중요한 '연말 성과 발표' 시간이 시작된다. 먼저 연초에 세운 계획을 꺼내놓고, 각자 그 계획을 얼마나 지켜냈는지 성과에 관해 이야기한다.

2024년 연말정산 당시 중학교 3학년을 앞둔 딸 하영이는 이런 목표를 세웠다.

[건강] 셔틀런 70개 이상 달리기
[학업] 수학&영어 문제집 6권 풀기
[자기 계발] 20권 이상 책 읽고 독후활동(감상문) 작성
[생활 습관] 평일 기준 200일 이상 7시 기상하기

2025년 12월 31일 우리는 카페에서 달성률을 체크했다. 하영이는 '건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학업' 목표는 6권이 아닌 8권으로 초과 달성했다. '자기 계발'에 있는 독서 감상문 20개 이상은 작성한 내용을 꼼꼼히 챙겨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한참 잠이 많은 청소년기라 가장 지키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던 200일 이상 7시 기상도 무난히 이뤄냈다. 전부 본인이 스스로 만든 다이어리 루틴 덕분이라고 했다.


 중3 딸이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
중3 딸이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 주보람

항목별 성공보수 10만 원

아이들이 연말정산을 기다리는 이유는 성과급 이벤트 때문이다. 바로 '성공보수'다. 각 항목을 달성하면 10만 원의 성공보수가 주어진다. 우리 집에서만 통용되는 아주 건전한(?) 연말 보너스 제도인데 80% 이상 달성 시 비율대로 8만 원이나 9만 원이 지급되기도 하지만 그 이하 달성률엔 지급하지 않는다.


10만 원이면 요즘 물가와 아이들의 씀씀이를 고려하면 적다고 할 수도 있고, 1년을 고생해서 받는 상여금이 겨우 1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기운이 빠질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과 달랐다.
자신의 계획과 성과에 따른 성공 보수이므로 성취에 대한 만족과 가족에 대한 지지와 관심은 감히 금액으로 매길 수 있는 무엇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너의 노력을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다"라는 확인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성과표 앞에서 모두가 솔직해진다.

이건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해내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거나 이건 진짜 지키기 힘들었다며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또 어떤 건 정말 잘했다며 스스로도 만족해하고, 가족들의 응원과 칭찬 속에 더욱 우쭐해하기도 한다.

하영이는 학업과 자기 계발, 생활 습관을 100% 달성했으므로 30만 원을 받았다.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필요한 물건을 사겠다는 야심 찬 지출 계획도 세웠다.

물론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만 시키는 것은 아니다. 신랑과 나도 수영과 경제적 성장, 또는 책 읽기나 자격증 취득 등의 목표를 세우고 늘 함께 참여한다.

각자의 자리에 두둑이 현금이 쌓이면 우리는 또 다음 해를 계획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1. 목표는 항목별로 하나씩만 세운다.
보통 '건강', '경제', '학업', '자기 계발', '신앙', '생활 습관' 같은 식으로 항목을 나누는데 미성년인 아이들에겐 '경제'에 관한 목표가 필요 없듯 신랑과 나에겐 '학업'에 관한 목표가 없다. 그러니 자신에게 맞는 항목을 선택하고 항목별 하나의 목표를 세우면 된다. 모든 목표가 한 분야에 쏠리는 현상을 막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함이다.

2. 모든 목표는 가족 모두에게 승인받아야 한다.
아이가 어려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운다거나 너무 낮은 목표를 세워 노력 없이 성과금을 얻는다면 '만족'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등한 사랑과 응원의 방식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은 연말 상여금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은 연말 상여금 주보람

아이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실패에 대한 자책보단 분석을 하기 시작했고, 성공한 목표는 상향 조정해 다음 단계의 도전으로 이어갔다. 때론 잘못 설정한 목표에 관해 상반기 내에 조정 신청을 하기도 하며 스스로 목표를 점검하고 이루고자 노력한다.

목표 개수는 자율이지만 목표가 많아지는 순간부터 '계획'이 아니라 '부담'이 되기 시작했고, 부담은 어느새 자책으로 변해 있으니 아이들은 자신의 '진짜 목표'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욕심을 내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몇 번의 실패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가족의 연말정산은 평등한 사랑과 응원의 방식이다. 연말정산 시간, 우리는 실패한다고 해서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가장 아쉬워하므로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한 해 동안 살아낸 가족의 시간을 연말정산이라는 제도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목표 달성률도, 완벽하게 살아냈음을 증명하는 시간도 아니다. 한 해 동안 잘 버텨 준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시간. 그것이 우리 가족의 연말정산이다.

우리는 올해도 목표를 적고 새해를 두렵지 않게 맞이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올 연말이 부끄럽지 않기 위한 노력을 각자의 자리에서 하고 있다.
#연말정산 #성과급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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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비로소 주보람으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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