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 퇴직을 앞둔 공로 연수 시절, 서울 북부기술교육원 에너지기능사 교육과정에서 용접하고 나사 만들며 배관 작업 실습 장면
김홍기
즐겁게 일하는 인생 2막을 위해 그는 특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거듭해서 강조했다. 그 역시 주택관리사, 주거복지사, 사회복지사(1급), 행정사,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에너지관리기능사, 온수온돌기능사, 소방안전관리자 등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필요한 자격증을 딴다는 게 은퇴를 앞둔 50~60대에게 쉽지 만은 않은 일. 특히 자격증을 따면 무조건 취업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인디언 기우제를 상기해 보라"고 답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말입니다. 즉 성공률 100%라는 거죠.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시도하다 보면 분명 취업이 됩니다. 소질과 취미에 맞는 일을 찾아 준비하고 노력하면 건강한 2막이 분명 열립니다."
그가 비법으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남다른 그의 학구열 또한 그의 재취업에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 그의 인생 화양연화는 퇴직을 앞둔 6개월의 공로 연수 기간이다. 그는 이 시기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기술 교육원 야간 과정을 이수했고, 주말에는 집 근처 대학 도서관에서 필기 시험 준비를 했다. 그 당시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는 그의 책 속에 잘 기록돼 있다.
"평생을 책상머리에 앉아 살아온 별수 없는 기계치라서 더 열심히, 더 성실히 집중하려 애썼다. 생전 처음 해보는 아세틸렌용접을 비롯해 쇠톱으로 파이프 자르고 나사를 만드는 일은 노동의 신성함을 맛보게 했고, 최종 결과물은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공들여 깎고 자르고 붙여 만든 배관 모형이 정말 내가 만든 작품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죽음까지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책에 기록했다.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톨스토이(Leo Tolstory)가 말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 준비에 최소 1년을 투자하지만, 장례는 언급조차 금기시한다. 죽음 준비를 활성화하고 죽음을 자유롭게 거론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 되고 있다."
그의 준비 예찬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책에서 인생 2막 너머에 있는 인생 3막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겨울을 준비하듯 인생 3막을 준비하라고. 그는 또한 인생 3막에 생장(生長)의 시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공부,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순수한 공부를 하는 게 그가 바라는 인생 3막이다.
"공부만을 위한 궁극의 공부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넓혀가다 보면 한 단계 생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 치밀하게 미래를 설계하면서 다음 막을 맞이할 준비를 할 계획입니다."
36년 6개월 일한 직장을 정년 퇴직하고 겨우 5일 쉰 다음 다시 일하는 김홍기 작가. 하지만 일 중독자는 아니었다. 학구열이 높고 그 학구열 만큼이나 일을 좋아할 뿐이었다.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아내와 여행을 즐기고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눌 줄도 아는 멋진 중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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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 후 5일 만에 재취업 성공... 그의 남다른 준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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