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앞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고려대 구성원 및 시민사회 일동'이 '고려대학교의 유발 샤니 이스라엘 교수 초빙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발언하는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했는가 물어야"
고려대 유민형 강사는 성명서를 통해 '기술과 인권'이라는 세미나 주제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기술과 인권이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기술이 인간의 삶과 존엄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대학이 AI와 인권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일은 단순한 최신 경향 추적이 아닌 윤리적 책임의 문제"라며 "유발 샤니 교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군사행동을 둘러싼 비판적 국제여론 속에서 이를 법리적·국가안보적 논리로 정당화하는 데 기여해온 인물"이라고 짚었다.
유민형 강사는 특히 이스라엘이 점령지 관리와 전쟁 수행에 AI 기술을 사용해온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군사작전, 점령 행정, 감시·봉쇄 체제의 운영에 각종 신기술을 이미 활용해온 국가이며, 정교한 감시 시스템과 AI 기반 타격 시스템이 점령지 관리와 전쟁 수행에 사용된 사례가 국제 언론과 연구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며 "AI 기술은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그 배치·사용·목적·대상이 윤리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미 국제적 인권 규범의 새로운 경계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AI 인권을 논하려면,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미래를 상상하기에 앞서 현재 일어난 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학술은 현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비판 없이는 윤리가 없고, 비판 없는 인권 논의는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팔레스타인 유학생 타렉 함단(Tarek Hamdan)씨는 성명서를 통해 "저는 이곳에 와서 공부할 수 있었던 운 좋은 소수"라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는 항상 '그들은 네게서 돈, 집, 소유물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지만 네 교육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지금 가자지구의 모든 대학은 표적이 되었고 고등교육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파괴됐다"며 "100일이 지나자 온전한 대학은 단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학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유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조차 이스라엘에 의해 출국이 거부당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도 갈 수 없게 된 학생들도 있다. 비자가 거부되어서가 아니라, 학살 속에서 살해당했기 때문이다"라고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타렉씨는 유발 샤니 교수의 초청을 "모욕적인 초대"라고 규정하며, 현지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여전히 사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그들은 '존경하던 교수님들이 이제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음식 찌꺼기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며 "빵 두 조각과 구할 수 있는 물 몇 모금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 가족을 먹이고, 여전히 난민 캠프에서 빌려온 책을 나누어 쓰며 촛불 아래서 공부를 하려 애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인권을 설교하면서도 국제적 살인자들을 학술 강단에 초청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다면 우리 청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이냐"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 범죄자를 초대하는 무감각한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 1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앞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고려대 구성원 및 시민사회 일동'이 '고려대학교의 유발 샤니 이스라엘 교수 초빙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SK미래관 표지석 옆에 '이곳에선 전쟁범죄자를 초청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라는 피켓이 우뚝 서 있다.
공익저널 차종관
"너희가 말하는 국제법은 불법"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활동가 누르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스라엘과 유발 샤니 교수를 향해 "팔레스타인 땅 동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다.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에서 불법 정착촌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이들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고의로 전쟁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외쳤다.

▲ 1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앞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고려대 구성원 및 시민사회 일동'이 '고려대학교의 유발 샤니 이스라엘 교수 초빙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SK미래관 안에서 유발 샤니 교수가 초청된 AI 및 인권 관련 행사가 준비중인 모습.
공익저널 차종관
"호화로운 강의실의 '인권', 잔해 속의 '학살'을 덮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 및 주최 측에 ▲유발 샤니 교수 섭외 철회 ▲이스라엘 학술기관과의 교류 중단 ▲주최 측 책임자와의 면담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의실이 호화로운 만큼, 그럴싸한 이론이 마이크를 통해 또렷하게 전달되는 만큼, 팔레스타인의 비참한 현실과의 대조는 강연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들 것이다. 유발 샤니 교수가 고려대학교의 쾌적한 강의실에서 열변을 토할 동안, 가자지구의 학생과 교수들은 폭격으로 잔해가 된 캠퍼스로부터 쫓겨나 천막 아래에서 온라인 녹화 강의로 고등교육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 학계를 매개로 한 학술교류는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을 정상국가로 보이게 한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도덕적 지원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곧바로 유발 샤니 교수의 강연이 열릴 예정인 SK미래관 입구 쪽으로 향했다. 이들은 굳게 닫힌 행사장 문 앞을 지나치며 "전쟁범죄자 유발 샤니는 고려대를 떠나라", "제노사이드(Genocide)는 환영받지 못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곧바로 흩어져 각자의 피켓을 들고 SK미래관 인근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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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저널리스트 차종관입니다.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 등을 출입하며 사회변화를 기록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와 언론자유, 주체적인 죽음 설계,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문제해결 구조 등 한국 시민사회가 직면한 의제를 탐구하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공익활동가의 자생력’과 ‘당사자언론’ 등을 연구주제로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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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학살 옹호 학자가 인권 논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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