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MET 2층 632 갤러리]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물주전자를 든 여인(Young Woman with a Water Pitcher)'. 고단한 일상의 이면이 빛을 만나 신성한 전면으로 거듭나는 찰나입니다.
문현호
홀로 방문한 메트는 거장들이 비춰준 거울을 통해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정이었습니다. 5000년의 역사는 거창한 타인의 기록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온 수많은 '나'들이 쌓아 올린 공감의 기록이었습니다.
미술관 계단을 내려오며 문득 제 어깨가 가벼워졌음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아빠로서, 혹은 회사의 리더로서 늘 '전경'에 서서 중심을 잡아야 했던 긴장감이 이곳의 고요한 '배경'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 덕분입니다. 나를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내 안의 낡은 나이테까지 긍정하는 시간을 가진 뒤에야, 비로소 타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곳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미술관 밖 뉴욕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거장들과의 독대를 마치고 다시 돌아갈 저의 일상은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또렷해져 있었습니다. 나라는 배경이 단단해질 때, 비로소 내 곁의 사람들도 더 환하게 빛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고 저는 다시 인파 속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제 안의 첼로 선율은 이제 가장 다정한 주파수로 세상을 향해 흐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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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여전하고, 마음 한켠엔 늘 바다가 있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걷고 있지만, 그리움은 늘 남쪽을 향합니다.
조용한 산책길과 사소한 감탄 속에서
느리게,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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