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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마크맨의 소감 "인수위 해단식 때 그 냄새, 90%는 맞았지만..."

[이 책 추려보기] 발로 뛰는 기자의 내음이 가득한 조선혜 기자의 <하우스>

등록 2026.01.18 10:44수정 2026.01.1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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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비상계엄 실행에 필요한 군·경을 동원하기 위하여 특전사·수방사·방첩사를 지휘하는 사령관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보직시킨 뒤 이들을 수시로 대통령 관저로 은밀히 불러..." (1월 13일, 내란특검팀 윤석형 사형 구형 이유 중에)

조선혜 아사진미디어 대표기자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올 문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비리 취재에 몰입했던 기자다. 관저 스크린 골프 시설 의혹 자료를 확보한 상태에서, 다음날 결혼식 때문에 한동안 취재를 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좀 억울했다"고 했던 기자다.

조 기자가 2025년 8월 내놓은 책, <하우스>(부크크)에 나오는 일화다. 부제는 '용산 대통령 관저 비리 취재 3년의 기록', 뒤늦게 읽어봤다.

"인수위 해단식 전후로 맡은 그 '냄새'의 근원은 여전히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는데..." (책 서문 중에)

"선풍기 한 대만 돌아가는 그 곳"에서 마주한 '냄새'

 2022년 7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게 될 대통령 관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22년 7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사용하게 될 대통령 관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권우성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는 냄새다. 기자에게는 곧 물음표를 뜻한다. '왜? 정말로? 어떻게?' 등 의문에 예민한 기자라면, 다른 사람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냄새'와 마주할 확률이 높다. 저자에게 그 상황은 2022년 5월 6일 있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이 한창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잔디밭, 삼삼오오 모여 들뜬 분위기 속 우아하게 샴페인 잔을 부딪히던 그들. 어딘지 모를 그 어색한 모습들을 별관 복도에서 창 너머로 바라보던 때였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서 했던, "일부 분과는 삼청동과 통의동에 있고, 또 일부는 용산으로 가게 됐다"는 그 말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로 인한 냄새가 저자에게는 한 달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통령실 수의계약 체결 비공개 사실을 전하는 보도를 접하고 저자가 한 선택은 "공공기관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와 공공조달 통계시스템 '온통조달'에 코를 박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다음 순서, 냄새를 따라 움직일 차례였다. 16억 3000만 원짜리 대통령실 건축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한 회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는 과정, 그 묘사가 생생하다. "대통령실 공사를 수주한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한 오피스텔"이란 문장은 "선풍기 한 대만이 고요히 돌아가는 그 곳"이란 표현과 만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2016년 12월 JTBC 뉴스 취재진이 텅 빈 사무실에서 건물 관리인의 협조로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하는 상황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다. 저자는 "한 사람이 조심스레 다가와 주섬주섬 종이뭉치들을 건네줬다"며 이를 통해 '유령 사무실'이란 근거를 확보했다고 전하고 있다.

앰부시 현장... "지나던 아주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2024년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 관계자들이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사무실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공사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인 21그램 김태영, 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을 시도하고 있다.
2024년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 관계자들이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사무실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공사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인 21그램 김태영, 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을 시도하고 있다. 권우성

냄새를 따라 움직이면 제보와 마주칠 확률도 높아진다.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후원한 21그램이란 업체가 대통령 관저 공사 시공을 맡았다는 사실을 저자가 확인하게 된 출발점 또한 제보였다고 한다. 제보자로부터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것은 신뢰. 저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결심한 듯, 그는 말했다. '그럼, 캡쳐해서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말마저 차마 끝까지 하지 못한 그였다. 곧이어 놀랍게도, 다른 업체들에 관한 정보도 공유해주겠다는 약속을 건넸다. '많이 파헤쳐주십시오. 파이팅하세요!'. 얼결에 응원까지 받으며 통화를 끝낸 뒤, 한동안 머리가 멍했다."

그 다음은? 저자에게는 매우 단순한 과정이 이어진다. 물음표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취재와 반론 청취 등을 위해 해당 업체가 있는 곳으로 가는, 이른바 앰부시(Ambush, 매복) 차례다. 굳이 필요 없는 경우인데도 시도해서 논란을 일으키는 취재방식이기도 하지만, 기자들 스스로도 꺼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라, 성공률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책에 잘 나타난다.

[1일차] "건물 앞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흔한 그늘 하나 없이 땡볕 그 자체. 카페는 많았지만 건물이 시야에 들어올 만한 곳은 없었다... (중략) 쪼그려 앉았다, 퍼질러앉았다, 다시 일어났다, 별 짓을 다 했다."

[2일차] "땡볕 밑 취재 고통은 2배였다."

[3일차] "전날보다 더 뜨거운 햇볕 아래,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결국, 약간 떨어진 그늘 있는 벤치로 이동했다. 통 큰 반바지를 입었는데, 나무벤치에 노숙자마냥 드러누운 모습을 본 지나던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걸었다. '학생, 바지 안에 다 보여!'."

이태원 참사... '냄새'를 쫓다가 마주친 죄책감

 2024년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사무실 앞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공사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 21그램 김태영, 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에 동참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년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사무실 앞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공사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 21그램 김태영, 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에 동참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이처럼 이 책에는 땀내음도 진동한다. 또 다른 제보 전화를 받고 이동해서 21그램이 하도급을 준 업체를 찾아가고, 대통령 경호처 로봇개 사업 수의계약 과정을 추적하다가 현장에서 험악한 말을 듣고, 다른 매체 보도를 보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또 그 곳을 찾아가고... 그러다 보면 결국 발품을 팔아야 하는 지역은 전국 단위로 넓어진다.

넓어지는 것은 또 있다. 관급공사, 입찰, 낙찰, 국가계약법 등 마주하는 용어들을 파고들다 보면 기자의 세계관 또한 자연스레 확장되기 마련이다. 취재 반경이 넓어진다는 것은 곧 문제의식이 팽창된다는 의미다.

저자의 경우처럼 죄책감과 마주하기도 한다. 2024년 9월 30일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당시 공판에서 '대통령실 이전이 이태원 참사 원인이 됐다'는 증언이 경찰 내부에서 처음 나왔다. 용산 이전으로 인해 경찰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참사 당일 경찰 인력이 예년과 같이 배치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전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그 날 이후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었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아무리 되뇌어 봐도 이 사건이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중략) 이태원 참사 2∼3달 전 대통령실 공사 비리 의혹을 여러 차례 보도한 기자로서,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숨가쁘다. 문장의 연결 과정이 다소 급한 경우도 눈에 걸린다. 덜 정제된 날 것 그대로의 문장이 가끔은 부담스럽게도 다가온다.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책 곳곳에 있는 '노트' 덕분이다. 많은 발품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물음표들을 저자는 메모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가시지 않는 냄새에 대한 미련 또는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2024년 10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의원들은 21그램 대표에 대한 국정감사 동행명령장 집행 과정에 함께 했다. 많은 방송 카메라들도 현장에 포진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소감을 저자는 이렇게 전한다.

"2년 전 홀로 뻗치기 하던 그 현장을, 이제는 대한민국 모두가 지켜보게 된 것이다... (중략) 그렇다고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다."

"이상한 일에는 이유가 있다"

 조선혜 아사진미디어 대표기자가 내놓은 책 '하우스'. 부제는 '용산 대통령 관저 비리 취재 3년의 기록'이다.
조선혜 아사진미디어 대표기자가 내놓은 책 '하우스'. 부제는 '용산 대통령 관저 비리 취재 3년의 기록'이다. 이주연

윤석열에게 사형 구형이 된 다음 날(14일), 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2021년 6월부터 약 1년 간 '윤석열 마크맨'으로 일하다가, 대통령직 인수위 해단식에서 맡았던 '냄새'를 3년 간 추적했던 기자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제가 맡았던 냄새의 90%? 그 정도는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머지 10%는 규명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아요. 왜, 누구 때문에, 대통령실을 이전했는지, 그 진짜 이유요."

통화를 마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읽었다. 그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상한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다음은 저자가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면서 대통령 관저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를 쫓은 흔적들만 따로 모은 것이다.

[단독] 대통령실 16억 3천 수의계약 업체 직접 가보니... '유령 사무실' https://omn.kr/1zium
[단독] 대통령 관저 공사, 김건희 여사 후원업체가 맡았다 https://omn.kr/202u5
[단독] 관저 공사 '김건희 연관업체', 무면허로 전기 공사 수주 https://omn.kr/20fyw
[단독] '김건희 후원' 연결고리 영세업체, 대통령 관저 공사 2차례 수주 https://omn.kr/29uww
[단독] 한남동 대통령 관저, 신고없이 불법 추가 증축 의혹 https://omn.kr/29vvk
[단독] 대통령 관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출품 정자 설치... 미등기상태 https://omn.kr/29wzs
[단독] 대통령 관저 '13평' 증축 공사, 드레스룸·사우나였다 https://omn.kr/29y5d
김건희 관련 업체 수의계약 경위 못밝힌 감사원... "위법 아냐" https://omn.kr/2a61k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없었다? 정점식이 꺼낸 '수상한' 공문 https://omn.kr/2a6ch
대통령관저 의혹 회의록 요구에, 한 감사위원의 '황당' 답변 https://omn.kr/2aozd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 평점

매너리즘을 앓고 있는 5년차 이상 기자라면 ★★★★☆
윤석열 웃음에 아직도 '딥빡'이 가시지 않는다면 ★★★★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이유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싶다면 ★★★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 있는 기자에게는 ☆
#조선혜 #하우스 #윤석열사형구형 #저널리즘 #코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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