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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하나가 사람을 살게 해" 할아버지가 들려준 삶의 지혜

[17살, 노년에게 지혜를 묻다 ⑦] 베트남전 참전용사 할아버지의 간곡한 바람

등록 2026.01.16 15:30수정 2026.01.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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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우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학년 강유미, 김서윤, 김진모, 박정민, 주진서, 차수린입니다. 저희는 사회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실천하는 문제공감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인분들의 정서적 외로움을 알게 되었고, 깊이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앞으로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뵈어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또한 그 모든 이야기를 기사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기자말]
우리는 문제공감프로젝트에서 '고령화'라는 같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모였지만, 각자의 생각 차이와 넓은 키워드로 인해서 쉽게 주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하던 중 당장은 주제를 정하기보다 일단 다양한 어르신 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의견을 바탕으로 활동을 계획했다.

그러던 중 수린이의 할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자 국가 유공자이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울 국가 유공자와의 만남을 가질 기회를 얻었다. 본격적인 만남에 앞서 우리는 이 자리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어떤 질문을 해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미리 조사하고 고민하며 준비했다.

지난해 9월 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이우학교 근처 카페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서울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위해 이곳까지 와주셨다. 할아버지께서 사주신 음료를 마시며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할아버지의 소개를 들었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이오현, 1941년생으로 86세이시다.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해"

 이오현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정찰 대원들이다.
이오현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정찰 대원들이다. 이오현

- 어떻게 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되셨나요?

"육군본부에서 명령이 바로 내려와. 월남에 가기 위한 4주 교육을 받았어. 명령 받아 교육받고 기차와 배를 타고 월남으로 향했어. 배를 타고 일주일간 갔어. 산도 안 보이고 하늘과 바다만 보였어. 베트남 냐짱(Nha Trang)에 내렸어. 상당히 많은 병력이 갔지.

도착해서 며칠 뒤에 수색중대로 갔어. 수색중대는 수색소대가 있고 정찰중대가 있어. 정찰중대를 희망할 사람을 모집하는 공문이 나왔어. 근데 나만 지원했어. 나만 지원했으니 남은 인원은 내가 뽑게 했지. 우락부락하고 용감해 보이는 사람을 18명을 뽑았어. 4주 간 교육 시킬 것들을 계획하고 훈련을 했어."


할아버지는 군인으로 생활하던 중 본부의 명령을 받아 베트남으로 향하셨다. 그 속에서 정찰 대장을 지원하셨다.

- 왜 정찰 중대에 지원하셨나요?


"우리 집이 가난해서 돈이 필요했어. 그래서 죽을 것을 생각하고 갔어. 죽을 바엔 명예롭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찰 중대에 지원했어. 죽은 사람의 부모에게 48개월 월급을 보내줘. 용감한 마음으로, 기왕이면 장교 생활을 멋있게 지내보자는 마음이었어."

가난했던 집에 보탬이 되고자 정찰 대장이라는 역할을 맡으셨다. 돈과 명예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할아버지는 그 둘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으셨다. 죽음 앞에서 그런 용기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

- 다른 베트남전 참전 용사분들을 보면 트라우마나 후유증으로 힘들게 사시는 분도 있는데 할아버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 이유나 계기가 무엇인가요?

"나는 어릴 때부터 천주교인이어서 작전 나가기 전에 기도를 했어. 전날에 내가 명령을 내리면 다들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누워있어. 난 그러면 기도하고 복장 검사를 하고 출동하지.

내가 훈련 도중에 두 명의 베트남군을 만났어. 그래서 총격을 지시했지. 근데 도망을 갔어. 하지만 쫓아갔어. 조금 내려가다가 두 명 중 한 명이 뒤통수를 맞았어. 그 사람이 앉아서 자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어. 여기 총알이 있다고. 죽어가고 있었어. 눕혀 놓고 간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나. 그래서 요즘 그 영혼을 위해서 기도해. 가끔 이런 후유증이 생각날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기도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후유증이 없어."

서로를 죽이고, 또 죽임당하는 것이 군인들에게 내려진 명령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엄한데 어떻게 한 번의 전쟁이 수십만 개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인가. 그 순간의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의 기억이 평생을 괴롭힌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치열하고 외로운 싸움은 계속된다.

- 오늘을 살아가는 저희 같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참전 용사들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전쟁은 없어야 해.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해. 나이가 든 입장에서 봤을 때, 전쟁이라는 것은 높은 사람들의 욕심과 위치 확보를 위해서 하는 것 같아. 참전 용사들이 지금 시점에서 극소수는 잘됐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이 더 많아.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게 좋지 않을까? 점점 혜택이 많아지고 있어. 그런데 6.25 참전 용사분들은 많이 안 남았지. 그분들을 위한 혜택을 더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나라를 지킨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내가 10살 때 3개월 동안 경험해 본 입장으로서 그 시대는 너무 잔인했어."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이 말씀을 하실 때,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떨림이, 눈빛에서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직접 겪어본 자의 말의 무게는 감히 측정할 수 없다. 막연한 바람이지만 이 세상에서 전쟁이 없어지길 기도했다.

- 전쟁을 겪은 세대와 겪지 않은 세대와의 벽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겪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 한 10퍼센트 정도만 이해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은 그 기억이 죽고 사는 문제인데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그 간극에서 벽이 발생하는 것 같아."

그 사람이 직접 되어보지 않는 한,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서로를 향한 관심과 경청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어딘가 갈 데가 있다는 게 제일 큰 행복"

 이오현 할아버지와 함께 경례하는 사진을 찍었다.
이오현 할아버지와 함께 경례하는 사진을 찍었다. 차수린

- 혼자 사는 노인들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사람은 가족이 있어도 외로워. 근데 그마저도 없으면 그건 더하지. 외로움은 누구나 느껴.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는 자기 몫이야. 나는 두 가지로 외로움을 이겨. 하나는 신앙심이고, 하나는 돌아다니는 거야.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사는 거지.

사람 성품이 파도 같아. 오늘은 좋게 보이던 것도 내일은 싫게 보일 수 있어. 그러니까 외로움도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럴 때마다 '아, 지금 외롭구나' 알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

할아버지는 외로움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루면서 살아가야 할 감정이라고 말했다.

- 외로운 사람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야. 내가 만드는 거야. 그리고 제일 쉬운 건, 가서 말 거는 거야. '안녕하세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돼. 나이 든 사람한테는 무슨 말이든 좋게 기억해 주면 돼. 인사도 공손하게 하면 그 자체로 마음이 열려. 인사 하나가 사람을 살게 해."

외로움을 줄이는 힘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마음이었다.

- 하루는 어떻게 보내세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월·수·금은 빌라 관리하고 청소해. 아침은 절대 거르지 않아. 아침이 제일 중요해. 밥 먹기 전에 미지근한 물 한 컵 마셔. 그 다음엔 성당 가. 매일 10시에 미사가 있어. 미사 끝나면 차 마시고, 복지관 가서 점심 먹어. 집에 와서는 낮잠 좀 자고, 할 일 없으면 맨발 걷기 나가고, 운동도 해. 저녁엔 사람 만나 수다 떨거나, 노래 프로그램 봐. 11시쯤 자. 가끔은 지하철 타고 그냥 먼 데도 가.

하루를 재미있게 살려고 하는 거지. 아침에 일어나서 갈 데가 있다는 게 제일 좋아. 어딘가를 갈 데가 있다는 게 그게 제일 큰 행복이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할아버지는 '갈 곳이 있음' 과 '사람이 있음'을 삶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외로움을 이기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였다.

한 사람의 삶에 귀 기울이는 계기 되기를

우리는 아무래도 첫 활동이자 첫 만남이다 보니 긴장도 하고 실수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첫 만남은 글로 절대 담아낼 수 없는,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국가유공자, 베트남전 참전 용사라는 단어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전쟁을 겪고도 오늘을 살아가는 한 개인의 모습이었다.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시간이 쌓아 올린 삶의 무게와 지혜가 담겨 있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간극을 이유로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도 같다.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인사 한마디, 갈 곳 하나, 사람 하나였다.

'고령화'라는 키워드가 만들어준 이 만남은 우리 문제공감프로젝트의 시작이었고, 이 기사는 우리의 마지막 기사이다. 이 마지막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춰 서서 한 사람의 삶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지금까지 작성한 기사 속에서 우리가 만났던 개인들이 보여준 만큼의 지혜가 전해지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글 지금까지 팀 오냐(강유미, 김서윤, 차수린, 김진모, 박정민, 주진서)의 '17살, 노년에게 지혜를 묻다' 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큰 도움 주신 김혜원 작가님, 전수희 사회복지사님, 김승해 사회복지사님, 중원노인복지회관 선배시민분들, 이오현 할아버지, 김희철 할아버지, 김병기 할아버지께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기사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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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가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가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가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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