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인뉴스
지난해 11월 14일 새벽녘.
'띠링' 기다림 끝에 울린 반가운 알림음.
목적지는 청주. 대리운전비는 4만 원.
놓치기 아까운 기회.
콜을 수락하고 운전대를 잡은 그.
운행 중 과속방지턱에 흔들린 차.
그러자, 서픈 잠에서 깨어난 만취 승객.
취기에 실어 대리운전 기사에게 날아온 주먹.
운전석의 기사를 밀쳐내고, 운전대를 잡은 만취객.
운전석 차문이 열리고
미처 풀지 못한 안전벨트에 얽혀 매인 채로 바둥대는 대리운전 기사
그렇게 시작된 난폭한 죽음의 주행. 1.5km
우리 임금엔 욕값과 매값이 포함된 건가요?
대리운전 이용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죠?
그 분들의 가장 큰 고충 중에 하나가 뭘까요? 많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소위 '콜'을 좌지우지하는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이야기합니다. 이건 익히 들어온 이야기지요.
하지만, 다른 고충으로 '욕값'과 '맷값'을 말씀하시더군요.
술에 흥건히 취하신 분들이 타면 간혹 '욕'을 하거나 '폭행'을 가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술기운에 섞인 승객의 거친 응대가 매우 괴롭고 때론 무섭기도 하다고 하시더군요.
지난해에만 대리운전 노동 중 산재사망 사고로 유족급여가 승인된 건이 8건이라 하니, 심각한 문제지요.
도저히 못 참겠어서 운행을 멈추고 싶어도 '플랫폼' 기업의 무언의 압력 탓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고 합니다. 높은 수위의 감정노동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소연할 곳이나, 제조업처럼 위험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하는 '작업중지권'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래요.
제도적 보호가 없이니 배차한 사용자는 보호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이들의 임금에 '욕값'과 '맷값'마저 포함되어 버린 거지요.
산재는 되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크게 확대된 플랫폼 기업들. 그리고 그 플랫폼에 목 매여 일하는 노동자들도 급증하고 있지요. 하지만, 소위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리는 이들에겐 '인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아요. 무려 220만 명에 달하지만, 노동자라면 응당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요.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2023년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요. 노동자니까 당연한 일이겠지요. 헌데, '산재' 승인은 되는데, 안전을 위해 응당 적용받아야 할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부만 적용돼요. 총 175개 조항으로 구성된 법인데요, 벌칙 조항을 제외하면 166개 조항으로 되어 있어요. 이 중에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조항은 단 2개 뿐이에요. 77조와 78조. 유독 이들만 '77조, 78조' 두 조항에 마치 닿을 수 없는 '섬'처럼 '권리의 부유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전속성'이라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들이대며 이렇게 제한하고 있지요. 특정 회사에만 소속되 일하지 않고 많은 회사에서 '콜'을 받는 다는 거죠. 위탁, 용역, 위촉, 도급, 하청에 또 하청. 도대체 사장이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구조니 '전속성'이 없다고 해 왔어요. 하지만, 이미 언급했다시피 2023년부터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면서 든든한 산재보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지요.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여전히 '전속성'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고 '욕값'과 '맷값'에 시달리게 된 셈이지요.
'전속성'을 유지하는 사이 콜을 보낸 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이에요.
'지금 대리운전하시는 분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오니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익숙한 산업안전보건 안내 멘트처럼 사용자의 최소한의 보호 조치의무도 없는 거지요.
산재보험은 되는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적용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형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에요.
노동자라면 응당
저희 노동단체들은 지난 몇 년간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해 왔어요. 대리운전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권리 보호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적용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러면 '욕값'과 '맷값'을 받아야 할 일도 없어지고, 주먹이 날아오는 위험한 상황이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고, 일을 멈출 수 있게 되지요.
권리보장은 물론 위험을 회피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생기는 거지요.
국가의 의무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라면, 더 이상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조속히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젠 더 이상 '특수'하지 않은 노동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해 이들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근로기준법이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법을 만들어 '특수고용노동자'를 특수하게 일부만 보호하는 법률이 필요할까요? 권리에 대한 차별이 과연 필요할까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정부가 고충을 호소하며 '일반'법이 적용이 아닌 '특수(특별)'법 제정이 왜 필요한지를 되묻는 이들의 질문에 이제는 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권리의 씽크홀에 빠진, '욕값과 맷값'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되지 않을까요?
폭행에 의해 희생된, 보호받지 못한 청주 대리운전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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