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뒤 액자에 담아 둔 <뉴욕타임즈> 옆에 서 있다. "민주주의 위해 싸우는 청년들(The young people fighting for democray)"이란 제목의 기사에 양소희 밸리드 공동대표의 사진과 발언이 담겨 있다.
소중한
- 서울의 집값이나 생활 물가가 비싸다는 말 외에 <서울 너무 비싸>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까.
"거리 인터뷰에 응하는 분들도 끝나면 이걸 왜 하는지 묻는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언론,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는 서울시장 선거다. 그런데 '누가 서울시장이 될 것인가'가 정말 사회적 관심사일까. 지방선거는 보통 총선·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3.2%였다. 서울시민 절반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수치일까? 그렇지 않다. 직전 총선(2020년) 서울 투표율은 68.1%, 직후 총선(2024년)은 69.3%였다. 대선(2025년) 때는 80.1%였다."
- 그 이유를 어떻게 짚었나.
"지방선거 투표가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 투표율은 30%대다. 10명 중 7명 정도가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 내부순환로나 경부선을 지하에 두겠다는 공약이 도시 발전을 위한 쟁점일 수 있지만, 복학했더니 월세가 20만 원 오른 청년에게는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 3구다. 이들에게 지방선거는 내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해관계가 아주 뚜렷한 선거다. (이들에겐)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것이 모두의 삶과 연관된 문제는 아니다. 내 문제가 호명되지 않는 선거에서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향하겠나. 이 문제를 선거판 전면에 드러내기 위한 캠페인으로 <서울 너무 비싸>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 정치인으로서는 서울 집값이 최우선인 유권자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 집값이 중요한 시민들에겐 '노력해서 산 집의 가치가 더 상승함으로써 나의 노력이 사회적으로도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공통의 감각이 존재한다. 이 감각이 한국과 서울의 성장기를 살아온 분들이 갖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그 집값이 올라 자산을 쌓을 수 있었던 세대의 다음 줄엔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며 불안만 쌓아가는 세대가 있다. 같은 땅 위에 서있는데 사는 세상이 너무 다르다. 흔히들 세대 갈등을 이야기하지만, 이들의 간극과 갈등을 과연 우리 정치가 잘 들여다보고 있을까. 시민의 절반만 투표장에 나오는 현상이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치의 성적표다."
- 정책을 말하는 일은 선거에서 곧잘 인기가 없다고 인식된다.
"시민들이 인터뷰 말미에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로 몰리는 게 제일 문제다.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다.' 그만 몰려야 하는데 계속 몰리는 이 상황. 서울이 비싸진다는 건 결국 나라가 전체적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더 비싸지면 더 빠르게 망가질 것이다. 이건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분기점에 서울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회자돼야 한다."
- 김 대표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서울은 살기 위한 자격을 요구하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내가 여기서 일한다고 여기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이들의 다수는 먼 곳에서 매일 한 시간 이상 통근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비정상적인데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산다. '서울은 대도시니까. 인구 1000만의 도시니까. 뉴욕도 그렇게 산다는데.' 그런데 원래 그런 게 어딨나. 어떻게든 서울에서 버티다가 밀려나는 사람이 일년에 백만명이 넘는다. 빈자리는 다시 서울로 몰려든 새로운 사람들이 채운다. 사람이 도시를 쓰는 게 아니라 도시가 사람을 쓰고 버린다.
거리에서 만난 분들로부터 '돈 벌어서 월세 내고, 장사해서 임대료 내고 나면 저축은 언제하냐'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실제 그 돈을 집이 있는 사람이 가져간다. 집주인이 악해서라기 보다 사회 구조로 인한 현상이다. 일할 수록 가난해진다는 느낌이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 무주택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계속 더 가난해질 것 같다는 불안이 도시를 잠식한 이상 이 탈출 러시는 쉽게 끝나기 어렵다. (집이 없는 상태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가난한 삶을 살게 된다는 불안이 있는 도시, 내가 느끼는 서울이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야"

▲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중한
- 밸리드의 공동대표로 있다. 어떤 단체인가.
"2023년에 만들었다. 물리적인 공간을 갖고 활동한 지는 반 년 정도 됐다. 우리 세대가 느끼는 감각을 정치적인 언어로 바꾸는 활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전면에 걸고 활동하는 조직이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온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 지금은 40여 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 사회의 진보를 믿고 있나.
"나는 사회가 진보한다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이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가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지난 윤석열 탄핵 광장의 건너편에서 마주했던 두려움의 본체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 '여기서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노력해봐야 소용 없다'는 불안함이 스멀스멀 퍼져갈 뿐이다. 내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세상에는 미래가 없다."
- 그런 점에서 <서울 너무 비싸>와 군인권센터의 활동이 연결되겠다.
"군대는 '어쩔 수 없어', '변하지 않을 거야'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곳이다. 그래서 부당한 일을 겪으면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쥐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군인권센터가 도와줄 테니 시범부대 하나만 만들어보자'고 국방부 공무원과 군인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가장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군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 너무 비싸> 역시 마찬가지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나눠지고 병들고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서울은 큰 도시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라는 말만 할 것인가. 그 앞에서 '아니야, 그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야'라고 설득하고 바꿔가는 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밸리드(VALID) 공동대표(군인권센터 사무국장)가 5일 서울 마포구 밸리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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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대뜸 "서울 너무 비싸" 묻는 이 남성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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