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제도 설명 당신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유상신
뒤이어 신청한 장기 및 조직 기증 희망자 등록은 오래전부터 공감해 온 일이었지만, 막상 신청을 하려고 하니 마음 한 켠에서 살짝 두려움이 올라왔다. 사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가족의 동의는 필요한지, 장례에는 지장이 없는지 같은 현실적인 걱정 때문이었다.
전담 직원이 내가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해 차분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장기 기증은 사망 판정 이후에만 진행되며, 가능한 한 신체 훼손을 최소화해 고인의 존엄을 지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 기증 후에도 시신은 정중하게 수습돼 일반 장례와 동일한 절차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생전에 등록을 했더라도 실제 기증 여부는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며, 등록 이후에도 언제든 변경이나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설명을 듣고 나니, 장기 기증은 누군가의 삶을 살리는 행위이자,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뜻을 존중하는 과정이라는 점이 새삼 또렷해졌다. 장기 및 조직 기증 희망자 등록 신청 절차 역시 의료 기관 방문이나 온라인을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다. 상담 후 신청서에 기증 범위(장기, 조직, 안구 등)를 선택하고 서명한 후 신청이 완료되면 며칠 뒤 등록증이 우편으로 배송된다.

▲장기등 및 조직 기증희망자 등록신청서 신청인 본인의 서명이 없는 경우 등록되지 않음
유상신
어렵고 무거운 결정을 상상했지만 과정은 차분하게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강요'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 언제든 변경이나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였다. 문서에 서명하는 순간, '죽음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삶의 마지막까지 자기 결정권을 지킨다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모든 절차를 마치자 전담 직원이 작은 선물과 함께 장수군에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적힌 안내문을 건넸다. 장수 한누리전당 수영장과 헬스장 이용료 50% 감면 등 지역 시설 이용 혜택 안내가 포함되어 있었다(감면 대상 및 적용 기준은 지자체별로 다를 수 있어 관련 기관 확인을 권한다).

▲장수군 장기 기증희망등록자 지원사항 지자체별로 다를 수 있다.
유상신
나는 원래 실내 운동보다 숲 길 걷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장수의 겨울은 눈이 잦아 걷기 운동이 쉽지 않다. 마침 헬스장 등록을 고민하던 차에, 뜻밖의 선물처럼 할인 혜택이 따라왔다.
그날 저녁, 남편과 각자 의료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루었던 일을 드디어 마무리 할 수 있어 후련하다는 말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걸며 한 가지를 약속했다.
"이제 당신과 나의 몸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네요. 작게(장기기증)는 9명, 많게는 백 명(조직기증)에게 새 생명을 나눌 수 있는 귀한 몸이 되었어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각자 몸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하기로 해요."

▲장기.조직기증희망등록증 실제기증시점 유가족 1인의 동의가 필요
유상신
며칠 뒤 장기기증 등록증이 우편으로 도착하자마자 1년 치 헬스장 등록을 마쳤다. 장기기증 등록자 할인 혜택을 적용받으니 1년 이용료가 9만 6천 원이었다.
세밑, 삶의 마지막에 대한 중요한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동시에 '내 몸'을 대하는 태도도 변하였다. 막연히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제 내 몸은 책임감을 느끼며 돌봐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달라졌다.
요즘 우리 부부는 특별한 외출이 없는 날이면 오전 한나절을 헬스장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운동을 한다. 따로 또 같이 실행한 우리 부부의 삶의 마지막에 대한 선택은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일로 그치지 않고 지금의 삶을 더 귀하게 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우리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 인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유상신
우편으로 보내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 옆에 적혀 있던 글귀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톨스토이는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죽음에 대해 미리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아직 꺼려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하기 이전에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큰 불행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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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책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은퇴 후 나의 하루는 내가 디자인하며 삽니다. 지금 여기에 사는 즐거움(기쁨이자 슬픔)을 글로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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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에 사는 은퇴 부부가 2025년 가장 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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