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5일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 성과보고회.
조정훈
경북 경주시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성공을 기념한다며 TK(대구·경북) 및 부울경 국회의원을 비롯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인물도 포함해 무더기로 명예시민증을 주기로 해 논란이다.
경주시와 경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공로로 개최도시 선정위원 등 21명과 TK, 부울경 국회의원 49명 등 모두 70명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기로 하고 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12.3 내란 가담자에게 명예시민증 수여하기로 해 논란
명예시민증 대상자 명단에는 12.3 내란 이후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도피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 범인 도피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장호진 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비상계엄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포함됐다.
경주시는 이들을 명예시민증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열악한 도시임에도 가장 한국적이고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의 역사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2025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TK 및 부울경 국회의원을 포함한 이유에 대해서는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성명서를 통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며 "관련 현안 해결과 국비 지원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태는 등 개최도시의 위상 제고와 국가적 행사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울산 남구갑)을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경주시의회는 오는 18일 본회의를 열고 경주시가 제출한 명예시민증 대상자 명단을 추인할 예정이다.
경주시는 지난달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민석 국무총리, 조현 외교부장관과 국회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18명, 외국인 1명 등 22명에 대해서도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내란 혐의자 명예시민증 수여에 "시민으로서 창피한 일"
경주시가 명예시민증을 남발하고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피의자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강희 경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명예시민증 조례가 이렇게 명예롭지 못하게 운영되어서 유감"이라며 "내란 가담자를 포함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것은 명예시민증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경주시민들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석기 의원 같은 경우 지난번 윤석열 체포 과정에서 한남동 관저 앞에서 체포를 방해하는 등 집단행동을 했다"며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12.3 비상계엄에 대해 아직까지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무더기로 명예시민증을 주는 것은 경주 시민으로서도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도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명예시민증을 남발하듯 수여하려고 시의회에 제안했다"며 "그 명단에는 12.3 내란 관련 혐의를 받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시민들의 깊은 우려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 관련 혐의, 증거인멸 의혹, 공권력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에게까지 영예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최소한의 문제의식조차 없는 처사"라면서 "명예시민증이 내란 혐의자들에게 면죄부로 변질된다면 그것은 명예가 아니라 수치이며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주시가 진정으로 기념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존심"이라며 "경주시는 내란 혐의자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대상자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는 오는 18일 경주시의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규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김성조 전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에게 명예시민증 수여해 논란 일기도
경주시는 지난해에도 김성조 전 경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해 논란이 됐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이 명예시민증을 받은 것은 김 시장이 유일하다.
경주시는 김 전 사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려는 이유로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신규관광콘텐츠 개발 및 관광인프라 확충, 스마트 관광활성화를 위한 관광플랫폼 운영, 경주문화엑스포 통폐합 등을 들었다.
하지만 경주시의회 뿐만 아니라 경주지역 시민단체들까지도 반대했던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결국 경북문화관광공사에 흡수통합됐고 경주엑스포 미디어아트뮤지엄 건립 사업도 자기자본 1000만 원에 불과한 업체가 230억 원대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주시의회가 두 차례나 의결을 보류했다.
한편 1995년 제정한 경주시 명예시민증 수여조례는 '경주시정에 공로가 뚜렷한 내외국인, 해외교포 및 경주시를 방문하는 외빈 중 경주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라고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역대 명예시민증 수여대상자는 지난 1999년 동아마라톤 개최 공로로 받은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 명에 불과했고 외국인도 61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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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 기소자도 '명예시민'? 경주시 '면죄부 수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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