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유성호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심장부, 가평 '천정궁'. 이곳에 있는 한학자 총재의 개인 금고에서 무려 280억 원에 달하는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는 소식입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특검팀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찾아낸 것인데, 그 규모와 형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13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7월 18일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 특검은 한 총재의 옷방 금고에서 현금 30억 원과 엔화 2억 엔(약 18억 9,000만 원)을, 침실 금고에서는 현금 30억 원과 미화 1,310만 달러(약 192억 9,000만 원)를 발견했습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우리 돈으로 약 280억 원에 이르는 거액입니다.
놀라운 점은 발견된 현금 중에 한국은행 띠지가 그대로 묶인 '관봉권' 형태의 5000만 원 묶음이 세 개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관봉권은 2023년과 2024년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던 헌 돈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해 인출된 '신권'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특검은 당시 이 돈을 압수하지는 않았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 무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총재의 내실 금고지기 A씨를 불러 자금 출처를 캐물었습니다. 통일교 내부 사정상 한 총재의 재가 없이는 자금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의 태도는 철저한 '모르쇠'였습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금고는 한 총재와 비서실장 지시로 나만 열 수 있다"면서도 "장부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돈의 흐름을 모르고, 어떤 정치인이 왔었는지도 모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검은 A씨가 사전에 '입단속'을 당했을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A씨가 조사 전 통일교 측 변호사들과 1시간가량 회의를 했고, 통일교 관계자가 휴대폰을 보관해주겠다며 그를 데려다준 정황이 포착된 탓입니다.

▲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한학자 통일교 총재,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세 사람 모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이정민, 유성호, 이희훈
핵심은 이 돈의 종착지입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을 조사한 특검은 "한 총재가 쇼핑백에 현금 1억 원을 넣어 줘서 권성동 의원에게 전달했다"거나 "2022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천정궁을 방문해 경배하자 한 총재가 기뻐하며 선물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결국 특검은 수사 범위의 한계로 인해 이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으로 이첩했습니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등장하는 전재수 전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을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학자 총재 측은 이 돈이 '선교 자금'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개인 침실 금고에 수백억 원의 현금과 외화, 그것도 추적이 어려운 현찰로 보관되어 있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경찰이 23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꾸렸지만, 수사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현금의 특성상 꼬리표가 없고, 관련 정치인들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 전 본부장마저 최근 재판에서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은 제 의도와 전혀 다르다"며 태도를 바꿨습니다.
종교 지도자의 은밀한 금고에서 나온 280억 원. 과연 이 돈은 순수한 선교 자금일까요, 아니면 권력을 향한 검은 로비 자금일까요. 경찰 수사가 '성역'인 천정궁의 문지방을 넘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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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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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성지' 천정궁 금고서 쏟아진 현금 280억의 용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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