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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누군가 살고 있다

[시로 읽는 오늘] 오성인 '미용실'

등록 2025.12.18 09:04수정 2025.12.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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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미용실
- 오성인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자른다


한 계절이 무르익거나
물러가기 전이지만

머리는 계절보다 빨리 자라서

덥수룩한 머리를 쓸어 넘길 때마다
간혹 방향을 잃은 손이 헤맨다

나도 모르는 생각으로
쓸데없이 복잡하고 무거운 머리

자르기 전에 전체적으로 훑어본


미용사가 말한다 저번 달은
굉장히 건조했는데 오늘은 차가울 정도로
축축하네요 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곧잘
숨이 막힐 겁니다

너무 건조하거나 축축하면 안 돼요


말을 마친 미용사가 제멋대로
우거진 숲을 치기 시작한다 저것은
어제까지 내가 살았던 계절

누가 지나갔었나
발자국 화석이 머리에서 굴러떨어진다

출처_시집 <이 차는 어디로 갑니까>, 걷는사람, 2023
시인_오성인 : 2013년 <시인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푸른 눈의 목격자>, <이 차는 어디로 갑니까>가 있다.

 나는 너무 마르지도 젖지도 않은 계절을 자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마르지도 젖지도 않은 계절을 자르고 있었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내 머릿속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는 제멋대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상념들을 펼쳐놓을 때도 있다. 한두 명이 아닌 것도 같고 가끔은 나와 비슷하기도 하다. 어떤 날엔 그가 나보다 선한 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고, 내가 표출하지 못하는 악행들을 거리낌없이 보여줬으면 할 때도 있다. 그들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줄까 고민할 때, 사람들이 불러주기 시작했다. 너라고.(맹재범 시인)
#오성인시인 #미용실 #이차는어디로갑니까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댓글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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