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군 남면 신장리 마을회관 외벽에 설치된 군사비행장 반대 펼침막들
신문웅
문승일 위원장을 비롯한 주민 20여 명은 직접 경남 사천비행장을 찾아가 전투기·훈련기 이착륙 소음을 체험했다.
"말이 필요 없었어요. 그냥 귀가 멍해지더라고요."
"한서대 비행학교 소음도 수십 년을 참고 살았는데, 또 비행장이 생긴다고요? 두 번 죽으라는 겁니까?"
실제로 무인기라도 수송형·전술형 기체는 출력을 높여 이착륙해야 하고, 일부 모델은 F-16급과 유사한 형태의 제트 기반 엔진을 탑재한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단순한 '무지'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충남도·ADD "부지 확정 아냐"
국방부와 ADD는 "아직 확정된 부지는 없으며,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충남도는 "태안을 미래 항공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며 연구센터 유치에 적극적이다. 태안군 2억 원, 서산시 2억 원, 충남도 2억 원 등 총 6억 원을 투입해 예정지 인근 산업단지 조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태안군이 사실상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주장했다. 청년회 한 회원은 "가세로 군수가 확실히 말만 해주면 주민들은 안심할 겁니다. 그런데 군은 늘 말이 달라요. 도지사는 '군사비행장이 맞다'고 하고, ADD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니 혼란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 초기, 성일종 국회의원, ADD, 충남도 등 추진 기관은 "미래 무인기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다", "수십~수백 개 기업이 들어와 지역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어진 주민 설명회에서 ADD는 "유치 확정 기업은 없고, 비행기 종류나 소음 수치도 현 단계에서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며 당초 취지와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청년회원은 "들어온다던 기업도 없고, 어떤 비행기가 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활주로부터 먼저 만들겠다니, 이게 무슨 개발입니까"라고 반문했다.
2025년 정부 예산안에는 활주로·격납고 설계비 17억 7천만 원이 반영되었다. 다만 이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지자체 요구 수준 ▲국회 국방위원회 결정 등을 모두 거쳐야 집행 가능한 '유보 예산'이다.
주민대책위는 예산이 배정된 사실을 두고도 "충남도가 주민 반발을 무시하고 중앙정부에 예산을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승일 위원장은 "국방부는 당초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가 11월 말에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확인 결과, 이미 지난 10월 13일 조사 결과를 제출하고 기획재정부에 반영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라며 "정부 본 예산이 확정되는 12월 정기 국회의 처리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겠습니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 농성 돌입... 부녀회까지 릴레이 시위 준비
신장리 청년회는 10월 20일부터 24시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2월부터는 부녀회원들도 농성에 나선다.
문승일 위원장은 "이 문제는 남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안군 전체의 삶과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라며 "주민 동의 없는 공공사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고 말했다.
청년회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사업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다.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는 계획 즉각 철회 ▲태안군·충남도 용역 중단 ▲국비 예산 요청 철회 ▲사업 정보 전면 공개 ▲태안군수의 공식 반대 입장 표명 등 다섯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발전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우리 몫이고, 이익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사업이라면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선택은 태안군과 충남도 그리고 국방 당국의 몫으로 넘어갔다. 무인기 산업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주민들은 묻는다.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주민의 삶의 질과 안전을 희생한 발전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된다면, 이번 계획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무인기 활주로 건설... 태안 남면 하늘을 누구 맘대로 바꾸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