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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할아버지가 아직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까닭

[17살, 노년에게 지혜를 묻다 ⑤] 열심히 일했던 김병기 할아버지의 삶

등록 2025.12.06 19:35수정 2025.12.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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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이우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학년 강유미, 김서윤, 김진모, 박정민, 주진서, 차수린입니다. 저희는 사회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실천하는 문제공감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인분들의 정서적 외로움을 알게 되었고, 깊이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앞으로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뵈어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또한 그 모든 이야기를 기사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기자말]
단풍이 예쁘고 날씨가 좋던 11월 중순, 이전에 인터뷰했던 김혜원 작가님의 도움으로 경기도 성남시 미금역 인근의 청솔마을 아파트에 사시는 독거노인 두 분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기사에 나오셨던 김희철 할아버지 댁에 방문해 인사를 드린 후, 김병기(93) 할아버지 댁에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

세 명이 들어가니 거실이 꽉 찰 만큼 작은 집이었지만 살림살이는 다채로웠고 깔끔했다. 처음에 할아버지를 뵈었을 때는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천천히 대화를 나누다 보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김병기 할아버지의 모습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계신다.
▲김병기 할아버지의 모습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계신다. 차수린

김병기 할아버지의 집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에선 야구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운동 같은 것을 좋아혀. 원래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부터 육상 같은 거, 축구 같은 거 좋아라 했거든. 군에서 여는 면(대항) 축구 대회 같은 거 하면은 나갔었어."

운동을 좋아하시냐는 물음에 할아버지는 눈을 빛내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거실 책상 위 컴퓨터가 눈에 띄었다.

"(성남시) 은행 1, 2동 경로당 회장 하면서 (컴퓨터를 배웠어). 컴퓨터를 하는 사람이 나밖에 읎어."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이야기


"내가 나이 40 먹어서 과로를 해서…. 우리 고장에는 논은 적고 밭이 많아서 보리 같은 거 탈곡을 하면은 주야로 그냥 (했어). 비 와서 못 하면은 안되니까. 그러니까 주야로 계속 작업을 하는데, 그 먼지 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일하다간) 다 죽는다고 했어. 병원에 입원해서 세 번이나 치료를 받았다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보리 탈곡에) 나 따라오는 사람이 없어. 내가 보리 같은 거 갖다가 집어넣고 하는 거 보면 사람들이 다 서서 구경해. 내가 할 소리는 아닌데, 내가 그런 것에 자부심을 가져. "


할아버지는 고향 해남에서 보리 탈곡 일을 하셨다. 힘든 일이었음에도 탈곡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자랑스러움이 떠나지 않았다.

"총각 시절 때 여자들 이름 쓰게 가르친다고, 동네 여자분들 배우고 싶은 사람들 나오라고 해서 모아놓고 가르치고(그랬어). 기역 니은 하는 것도 가르쳐주고, 아야어여 하는 것도 가르쳐주고. 한글 가르쳐서 내가 취직하고 책을 써내고 한 것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이름 자는 내 손으로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신념 아래서 한글을 가르친 거야. 그러니까 나도 어려서부터 여러 사람을, 대중을 위해서 뭣이든지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

할아버지는 밤낮으로 보리 탈곡을 하다가 과로로 병원에 가기도 했지만, 동시에 뛰어난 보리 탈곡 실력으로 인정받기도 하셨다. 또한 한글을 배우지 못한 여자 분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글을 가르쳐 주셨다.

김병기 할아버지의 인생에서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할아버지는 젊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으셨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듯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경로당 회장을 하며 계속 타인을 위해 일하셨다.

"내가 은행동에서 살 때는 경로당 회장을 하려고 생각도 안 했어. 그랬는데 느닷없이 나를 끌고 들어가서 경로당 회장 하라고. 그래서 억지로 끌려가서 경로당 회장 했어."(웃음)

이별은 약속 없이 찾아온다

할아버지는 스물여덟에 중매로 할머니를 만나 슬하에 2남 1녀를 두셨다.

"우리 집사람 동네에서 시집와서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이 있었어. 그러니까 그분이 중매해서 (만나게 됐지). 이제 선을 본다고 해서 보니까 키도 그런대로 괜찮고, 사람이 참해 보이더라고. 그래서 오케이 했지."

"결혼생활. 나는 만족해. 근데 집사람이 끝까지 살지 못하고 죽어서 그것이 좀 안타깝지. 부부는 자식 낳고 살아도 한날한시에는 못 가잖아. 그러니까 누가 먼저 가든지 가는 데에는 순서가 없어."

할머니는 뇌경색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상을 떠나는 데에는 순서가 없고, 그게 언제인지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후회가 남지 않게 살고,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김병기 할아버지의 화양연화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할아버지의 '화양연화'를 여쭤보자, 할아버지는 또다시 일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내가 40살 먹어서 은행 2동에 올라왔어. 그때 내가 올라왔을 적에는 전부 다 천막 치고, 판자로 이렇게 하꼬방(판잣집)을 지어서 살았어. 인자 그렇게 하니까는 전기가 가설이 안 돼서 불이 안 들어와. 그래서 가만히 생각하니까 안 되겠어. 세상을 불이라도 보고 살아야지, 그 어둠 속에서 촛불이나 호롱불 같은 거 켜고 사는 것이 너무나 뭐시해서는… 진정서를 썼어. 이제 동네 사람들 몇 명 데리고 다니면서. 나 혼자 도장 받으러 댕기면은 의심해서 안 찍어주잖아.

그래서는 진정서에 도장 받아다가 시청으로 넣고 한전으로 넣고, 이렇게 두 번 넣었지. 그 다음 초봄이 되니까 인자 골목길에다가 전주(전봇대)를 심으려고 사람들이 나와. 그래서는 내가 나가서 수고한다고, 막걸리도 사다가 주고 그랬지. 이제 밖에 불을 켜고 살게 되니까 동네 사람들이 전부 다 '나'라고 하면은 그냥 인정하고 알게 되고 그랬어. 나도 젊어서는 그렇게 살았어."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노력했던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열정 넘치고 당당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열심히 하라는 당부

김병기 할아버지와 함께 유미, 서윤, 김병기 할아버지, 진모
▲김병기 할아버지와 함께 유미, 서윤, 김병기 할아버지, 진모 박정민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께 젊은 세대들을 위해 해 주고 싶은 말씀에 대해 여쭤보았다.

"사는 것이 다... 뭣을 하든지 간에 열심히 해야 해, 열심히. 이 말이 있잖아. 게으른 사람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남 굶을 때 죽이라도 먹는다. 그러니까 내가 살려면 뭣이든지 열심히 해야 해."

김병기 할아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 '열심히'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할아버지는 아직도 일을 하고 싶어 하시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하지 못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일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관계도 줄어들고, 관계가 줄어들다 보니 이렇게 단풍이 예쁜 날에도 집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되셨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다시 관계를 맺고 집 밖으로 나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어르신들의 일자리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다음 주는 기말고사 때문에 한 주 쉬어갑니다. 그다음 주에 더 좋은 기사로 돌아오겠습니다.
*후원해 주신 원고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만남에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화양연화 #할아버지 #열일곱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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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가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가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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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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