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에 위치한 구글 미들로디언 데이터 센터.
AFP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 데이터센터와 핵발전이 초래할 환경 부담, 특히 물 사용과 생태계 파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막대한 물을 사용한다. 구글의 사례만 보더라도 2022년 약 52억 갤런(약 2000만 톤)의 물이 냉각 용도로 사용되었다. 2023년 발표된 연구는 초거대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수백만 리터의 물 사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AI 운영에 '물 발자국'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의 "질문 한 번에 생수 한 병" 같은 표현은 다소 과장되었으나, AI 확산이 물 수요 증가를 초래한다는 구조적 사실과는 일치한다. 이미 네덜란드, 미국 애리조나 등에서는 데이터센터 물 사용을 둘러싼 규제·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도 수도권 상수도 구조와 기후위기 조건을 고려하면 같은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피해는 결국 데이터센터가 자리 잡은 지역 공동체가 감당하게 된다. 물 부족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지하수 고갈, 농업용수 부족, 수질 악화가 발생하고 이는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계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향후 유사한 갈등 발생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센터 정책도 "최대 가능성 기반(Maximum provision)"이 아니라 "정당한 필요 기반(Justified necessity model)"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
핵발전 역시 물 사용과 환경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냉각수 배출로 인한 온배수는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연안 어업과 생태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만 년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며, 사고 위험,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경관 파괴, 지역 불평등 문제까지 고려하면 핵발전 확대는 단순한 전력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환경적 비용의 문제다. AI 전력 수요를 명분 삼아 이 비용을 감추려 한다면, 그 부담은 지역 주민과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AI 시대 전력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AI가 전력을 많이 쓰니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단순한 등식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에너지 체계를 선택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떠안는가"라는 질문이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가 주장하는 "AI 시대의 원전 확대"는 첨단 기술의 외형을 두르고 있지만, 실상은 중앙집중형 공급 시스템과 원자력 산업의 이해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관리 가능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저장 설비, 효율 개선, 전력 스케줄링 등을 결합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원전 확대는 노후 설비 수명 연장, 신규 원전 위험, 폐기물 처리 문제, 환경 파괴, 지역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전을 중심에 둔 "공급 확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 수요 관리, 데이터센터 효율화, 물 사용 최소화, 환경영향 기반 입지 전략이 결합한 종합적 정책이다. AI 시대 전력 논쟁은 단순한 전력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의 문제다. 그리고 그 미래는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정의로운 전환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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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53기가 필요하다"... 극단적 시나리오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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