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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 윤허 받아" 10년 통일교 신도, 한 시간 동안 '참어머니'에 불리한 증언

[한학자 1차 공판] 윤영호와 일한 A씨 증인신문, "승인 없이 자금 집행 안 돼"... 90여 명 신도들은 점심도 거른 채 법정 앞 장사진

등록 2025.12.01 20:39수정 2025.12.0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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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범죄 혐의를 하급자의 개인 일탈로 돌리며 "최고 영적 지도자인 나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재판에서, 신도가 증인으로 나와 "그의 승인 없이는 자금 집행이 안 된다"고 증언했다. 10여 년 통일교에 몸담았던 이 신도는 "윤허"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교단에서 '참어머니'로 불리는 한 총재에 약 한 시간 동안 불리한 진술을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1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횡령, 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밑에서 근무한 A씨가 출석해 "매일 아침 해외기관의 선교 활동 관련 자금 요청 등을 윤 전 본부장에게 보고했고, 그가 매일 아침 한 총재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정치인들에게 선거 자금 약 7억 원을 제공하도록 지시한 한 총재의 혐의와 관련된 진술이었다.

한학자 측, '개인 일탈' 주장했지만

 건진법사(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 등의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건진법사(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 등의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희훈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이날 "한학자는 통일교 절대 권력자로 정점에서 모든 범행을 승인했다"며 "윤영호의 단순한 일탈이나 횡령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제껏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윤영호의 독단적 행위"라고 주장해온 한 총재 측을 향한 대응이었다.

한 총재 측은 이날도 "윤영호의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윤영호는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거나, 수사 단계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척하며 한학자의 관여를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총재 측의 이러한 주장은 이날 증인으로 나온 통일교 신도인 A씨의 진술과 배치됐다. 특검 측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A씨는 2014년~2023년 7월 통일교 세계본부에서 근무했다. 그는 윤 전 본부장 밑에서 근무하며 해외에서 통일교 선교 활동을 담당하는 기관들로부터 선교 활동비 등 자금을 요청 받으면 이를 취합해 윤 전 본부장에게 보고하는 역할 등을 맡았다. 한 총재가 앉은 피고인석 앞에 가림막이 설치됐고, A씨는 그 뒤 증인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검팀 김효진 검사 : 자금의 집행이 피고인 한학자에게 보고되는 것이죠?
A씨 :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김 검사 : 증인이 그렇게 이해하는 이유가 뭐예요?
A씨 : 왜냐하면 (한학자의) 승인 없이는 집행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중략)

김 검사 : 통일교에서 선거 자금을 지원할 때에는 피고인 한학자의 승인을 받아 지원이 되는 것이죠?
A씨 :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특검 측 : 증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어떻게 되시나요?
A씨 : 윤영호 본부장이 보고를 하고, "윤허를 받았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특검 측 : 그게 통상적인가요? 아니면 (특정한) 그때를 말하는 건가요?
A씨 : 통상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 총재 측이 "유도신문"이라고 지적했으나, 우인성 재판장은 "(증인의) 기억 환기를 위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제시하는 건 상관없다"며 "신문할 때 '이렇게 진술하신 거 맞냐'고 묻는 건 허용하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한 총재 측은 "특검팀이 말하는 '정교일치'는 실제 통일교의 교리와는 많이 다르다"라며 준비한 PPT 자료 27쪽 중에서 절반인 13쪽을 할애해 약 15분간 통일교의 교리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교일치에 대해 "피고인 한학자는 정교일치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정치와 종교는 하나되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영상 막무가내 촬영한 신도들, 결국...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WEST(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WEST(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유성호

이날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앞에는 개정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통일교 관계자 9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통일교 후계자로 불리는 한 총재의 손주 문신출·문신흥씨와 며느리 문연아씨가 법정 복도로 들어오자, 미리 줄을 섰던 통일교 신자들이 이들에게 가장 앞자리를 양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구속 중인 한 총재는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탄 채 재판 시작 직전 모습을 드러냈다. 문연아씨는 한 총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일부 신자들은 오후까지 이어진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점심까지 거르며 휴정 시간 2시간 내내 법정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 이날은 중계 법정(재판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다른 법정)도 운영됐는데, 이들은 중계 법정에서 거듭 사진·영상을 촬영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법원 측은 결국 중계 법정에서 화면은 가리고 음성으로만 재판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날 공판에 특검팀 측은 박상진 특검보와 오정헌·남도현·박동진·김효진 검사가 출석했다. 한 총재의 변호인으로는 송우철·이혁·권오석·류재훈·서병원·윤화랑·박진원·김진혁 변호사(이상 법무법인 태평양)와 강찬우·이남균·최정욱·송시현·채해정·정태원·진성윤·심규홍 변호사(이상 법무법인 LBK평산) 등 총 16명이 출석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일 열리며 특검팀이 신청한 핵심 증인 8~10명에 대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 총재는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현금 1억 원 등을 제공하고 국민의힘 시·도당에 1억 4400만 원을 쪼개기 후원할 것을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 김건희에게 샤넬백 두 개, 그라프 목걸이 한 개 등을 제공하도록 지시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카지노 원정도박 관련 수사정보를 취득한 후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해외 정치인들에게 선거 자금 약 7억 원을 제공하도록 지시한 혐의(업무상횡령, 특경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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